北 '김정은 배지'가 첫 등장한 이유는
2024.07.02 06:00
수정 : 2024.07.02 11:40기사원문
최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얼굴이 단독으로 그려진 배지로 제작된 가슴에 부착하는 초상휘장이 처음으로 공개돼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를 두고 김일성, 김정일 우상화 작업과는 별도로 김정은 자신만의 차별화된 우상화를 본격화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2일 통일부 등에 따르면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0차 전원회의 2일 차인 지날달 29일 회의 사진에서 참석 간부 전원이 가슴 왼쪽에 김정은의 얼굴이 단독으로 그려진 초상휘장을 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제작? 첫 단독 초상 휘장 공식 등장
김정은 단독 초상휘장은 그의 아버지 김정일 사후인 2012년 제작됐다고 알려지기도 했으나, 그의 단독 휘장이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으로 이전에는 김일성∙김정일이 함께 들어간 휘장을 착용해 왔다.
초상휘장은 북한 일반 주민부터 최고위층까지 가슴에 반드시 부착해야 하는 대표적인 김씨 일가 우상물로 북한이 선대를 넘어선 김정은에 대한 우상화 작업을 통해 독재체제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북한에서는 김일성 생일 명칭인 ‘태양절’을 ‘4∙15’로 변경하고 평양 금수산지구 노동당 중앙간부학교 외벽에 김정은 초상화가 김일성∙김정일 초상화와 나란히 배치되기도 했다.
지난 2013년 제5차 남북 당국간 실무회담 기간 북한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관계자들은 남한 취재진의 김정은 초상휘장 존재 여부를 묻는 질문에 “있다. 2012년 초에 만들어졌다. 동그란 모양과 네모난 모양이 2가지 있다”고 답한 바 있다고 알려졌다.
■핵무장, 북러동맹 자신감 치적 과시.. 핵 집착 드러내
외교 안보 전문가는 김정은이 자신의 치적을 내세워 차별화된 방식으로 빠르게 우상화를 본격화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했다.
이에 대해 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김정은이 상당한 치적을 이루었다고 자평하며 우상화 본격화 시기가 도래되었다고 판단한 것이라 볼 수 있다"고 짚었다.
반 센터장은 "김정은은 선대가 이루지 못한 핵무장을 자신이 이루었다고 판단하고 이제는 핵강국으로서 북한의 영향력을 국제무대에서 과시할 정도가 되었다는 인식이 자리를 잡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선대 김정일도 친선조약 수준에서 그쳤던 러북관계를 김정은 자신은 군사동맹 수준으로 새롭게 양자관계 형성을 했다는 판단을 치적으로 삼아 과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北 오판 가능성 커져, 韓 대북전략 게임전환 방책 필요
그는 이러한 행보로 미루어 "김정은은 자신의 절대적 치적은 '핵무장'이라는 판단이 자리 잡은 것으로, 비핵화를 절대 하지 않겠다는 의지와 셈법이 엿보여 북한 스스로의 비핵화 가능성은 더 요원해졌다"고 진단했다.
반 센터장은 "러시아가 북한의 공식 핵보유국 지위를 두둔해 줄 가능성마저 제기되는 상황"이라며 "우상화가 가능할 정도로 치적이 쌓였다는 판단은 김정은의 오판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아졌음을 시사한다"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핵무장으로 소진한 재원으로 경제가 피폐해진 상황을 치적으로 무마하여 정권안보를 확고히 하겠다는 셈법이 깔려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비핵화가 요원해지고 도발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한국도 대북전략 게임전환을 모색할 필요성이 높아졌다"며 “NCG 플러스알파는 무엇인지, 억제력을 어떻게 더 강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촘촘한 방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