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안보와 식량안보 트레이드오프' 게임 변화하나?

      2024.07.03 06:00   수정 : 2024.07.03 06: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북한은 핵안보를 위해서 식량안보를 외면한 기이한 국가다. 아니 좀 엄밀하게 말하면 인민의 식량을 정권안보를 위해서 마구 투입해 온 국가다. 북한 핵무장의 근본적인 이유는 정권안보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북한은 경제에 투입할 재원을 핵·미사일 개발에 쏟아붓고 이로 인해 경제제재까지 직면하면서 결국은 식량안보를 저버린 일종의 트레이드오프(trade-off)를 감수했다. 인민보다 정권안보가 중요하다는 공식은 김일성, 김정일에 이어 김정은에게까지 이어지고 있다.

반면 한국은 경제강국으로 일찌감치 도약했지만 여전히 자유와 번영을 국가의 핵심적 목표로 삼고 있다. 따라서 식량안보를 해치면서까지 자강기반 핵안보는 추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핵안보를 외면할 수는 없기에 한국에 특화된 방식으로 확장억제를 설계함으로써 핵안보 강화에 나서고 있다.
바로 이 중심에 핵협의그룹(NCG: Nuclear Consultative Group)이 있다. 확장억제 해법은 자강기반 핵무장이 식량안보와 경제안보를 해치는 트레이드오프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는 딜레마를 의식한 결과다.

그런데 북한과 러시아의 신동맹 형성으로 핵안보와 식량안보를 트레이드오프해야 했던 북한의 게임이 변화될 수 있는 여지가 조성되고 있다. 북한은 NPT를 교묘히 역이용하는 방식으로 핵무장에 나서는 규칙위반 행위로 국제사회로부터 고강도 제재를 받아왔다. 그런데 국제사회의 제재대상인 또 다른 왕따국가 러시아와 전략협력에 나서면서 대북제재에 커다란 빈틈이 생기고 있다. 양국의 전략적 협력이 강화되면 될수록 대북제재의 효과는 미약해지고 결국 제재 무력화까지 이어질 수 있다. 대북제재 효과가 사라진다면 이는 북한은 트레이드오프 딜레마를 해소하게 됨을 의미한다. 나아가 사실상 공식 핵보유국으로 접근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북한이 이를 기회로 핵안보뿐 아니라 식량안보까지 챙기는 모습을 연출하면서 김정은 정권이 이를 과거와는 확연히 차별화된 치적으로 삼을 수 있다.

트레이드오프 탈출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대한 무기 제공으로 직·간접적으로 무기수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북한의 낙후된 경제를 신장시킬 발판으로 활용될 수 있다. 따라서 이 또한 북한이 더 이상 핵안보와 식량안보를 트레이드오프할 필요가 없게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으로 이처럼 게임이 변화는 상황은 북한식 왕조체제의 고착화를 불러오고 심지어 왕조체제의 최대 치적으로 포장될 여지마저 있다. 김일성과 김정일도 해내지 못했던 핵안보와 식량안보를 모두 챙긴 지도자로서 김정은을 내세울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사실상 회색지대전략의 결정판이 될 수도 있다.

변화되는 게임의 구도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핵안보와 식량안보의 트레이프오프가 아닌 핵안보-식량안보 일석이조 창출 구도는 김정은 정권이 어떠한 상황에서도 비핵화를 추구하지 않을 개연성을 높인다. 되레 핵무장한 지위를 이용해서 핵강국으로서 국제정치에 영향력을 높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마찬가지로 비핵국가인 한국과는 협상대상이 아니라며 미국과 직접적인 협상을 통해서 자국의 레버리지를 높이는 상황으로 전개될 수 있다. 이런 구도가 조성된 후에 한국을 배제한 채 북한이 미국과 핵군축을 하자고 한다면 한국은 한반도 당사국으로서 설 자리를 잃게 되고 주도권 상실로 인해 북한이 파놓은 함정에 말려드는 상황에도 직면할 수 있다.


따라서 북한과 러시아의 신동맹을 단지 양자외교 수준으로 치부하는 것은 위험하다. 한반도, 인도-태평양, 나아가 국제적 차원에서도 게임을 변화시키는 공식으로 작동될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한국은 변화하는 게임을 엄중하게 바라보고 그 게임 구도를 제대로 인식해야 핵안보는 물론 식량안보와 경제안보도 꼼꼼하게 챙겨나갈 수 있을 것이다.

정리=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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