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5년 육아기간 주고 단축 근무… 저출생 해결나선 은행

      2024.07.02 18:46   수정 : 2024.07.02 18:46기사원문
#1.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딸을 둔 신한은행 직원 이모씨는 3월과 4월 오전 8시 30분 딸을 학교 앞까지 데려다주고 오전 10시 은행에 출근했다. 신한은행이 자녀 학교생활 지원과 업무의 양립을 위해 상반기 중 두 달을 선택해 오전 10시 출근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는 덕분이다.

#2. 맞벌이 부부인 우리은행 직원 최모씨는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재채용 조건부 육아퇴직을 신청할 생각이다.

사용할 수 있는 육아휴직 기간이 2개월 밖에 안 남아 걱정이 있었는데 최장 2년 6개월까지 아이 돌봄에 집중한 후 퇴직 전 경력을 그대로 인정받아 은행에 돌아갈 수 있어서다.

정부가 저출생고령화 문제해결을 위해 부총리급 인구전략기획부 신설하는 가운데 은행들이 저출생 극복을 위한 다양한 제도를 운용하고 있어 주목된다.
은행들은 자녀에 대한 지원금 확대 뿐 아니라 육아퇴직 제도, 어린이집 건립 지원, 다자녀 가구에 우대금리를 주는 예적금 상품 등을 통해 다각도에서 저출생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은행들은 임직원 복지를 넘어 우리사회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차원에서 저출생 해소를 위한 프로젝트들을 추진 중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재채용 조건부 퇴직 제도'다. KB국민은행이 지난해 7월 금융권 최초로 도입한 이 제도는 육아휴직 2년을 모두 사용한 직원에게 재채용 기회를 제공하는 제도다. 최장 3년까지 육아에 집중한 후 별도 채용 과정 없이 퇴직 전 직급으로 복귀할 수 있다. 우리은행은 입행 후 3년 이상 근무한 정규직 직원 중 자녀가 만 7세 이하인 경우 재채용 조건부 육아 퇴직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은행들은 육아를 하는 임직원들의 근로시간을 줄여주면서 육아와 업무 병행이 가능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당초 자녀가 초등학교 3학년 이하인 경우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를 운영했지만 초등학교 6학년 이하로 대상 범위를 넓혔다.

신한은행은 초등학교 3학년 이하 자녀를 둔 직원에게 1일 4시간만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맘 편한' 제도를 운영 중이다.

임신에 어려움을 겪는 난임 직원을 위한 제도도 은행들이 점차 확대하고 있다. 하나은행 노사는 지난 임단협 때 저출산 위기극복을 위해 '금융사무직 출산 장려를 위한 노사공동TF'를 설치하고 난임직원을 위한 지원에 합의했다. 신한은행은 1년 난임 휴직, 인공수정 및 시험관 시술 시 3일 난임 휴가 등의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은 난임 치료비 최대 1000만원을 지원한다.

시중은행들은 자녀 출산 지원금·장려금도 높이고 있다. 국민은행은 첫째 자녀에 1000만원, 둘째 자녀에 1500만원, 셋째에는 2000만원 지원한다. 신한은행은 당초 120만원이던 자녀 출산 지원금을 둘째 자녀 200만원, 셋째 자녀 300만원 등으로 높였다.

어린이집 건립과 대여주택 등의 제도를 통해 돌봄과 주거문제 해결에도 나서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전국에 100개 어린이집을 확충하는 '100호 어린이집 건립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결혼문화 장려를 위해 결혼식장 무료대관 사업도 하고 있다.

신한은행 노사는 지난 5월말 서울과 경기권 대여주택 임차한도를 최대 4억원까지 높이는 데 합의했다.
3억원에 1자녀일 경우 3000만원, 3자녀일 경우 1억원을 추가 지원해 주거문제를 해소하려는 것이다.

은행들이 저출생 극복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안정적인 일터'로서 상징성이 있는 금융권이 사회적 역할을 다하기 위한 차원이다.
더 나아가 저출생 문제는 전산업과 은행권 수익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은행들도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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