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개혁 5년 사이클

      2024.07.02 18:58   수정 : 2024.07.02 19:03기사원문
규제개혁은 경기순환(Business Cycle)처럼 사이클을 갖는다. 정부 출범 초기에는 규제개혁을 다양한 슬로건과 방안을 내세우면서 강력히 추진하지만, 점차 그 강도가 약해지면서 정권 후반기에는 규제개혁 의지가 소멸해가는 5년 주기 사이클을 갖는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전봇대 뽑기'로 상징되는 규제개혁의 강한 의지로 출발했다.

목포 대불공단 커브길에 있던 전봇대를 치워달라는 기업들의 민원이 오랜 기간 무시되던 상황을 대통령이 강하게 문제를 제기하면서 시작되었지만, 그 후 점차 그 의지가 약해졌다. 박근혜 정부는 1998년 대통령 직속으로 구성된 규제개혁위원회를 대통령이 두 차례나 '끝장토론'으로 주재하면서 규제개혁의 의지를 강하게 보여주기 시작했다.
'규제단두대'라는 표현까지 쓰면서 밀어붙였다. 그리고 '규제정보 포털'을 오픈하여 규제개선 청원을 실시간 접수하고 이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알려주는 시도도 했다.

문재인 정부는 '규제샌드박스'라는 표현을 쓰며 초기에 규제개혁을 강하게 추진하였지만 이를 유지하지 못했다. '규제샌드박스'로 승인했던 632건 중 해결된 것은 20% 정도에 불과했다고 알려져 있다. 규제건수와 비례한다고 알려진 공무원의 수는 10만명 이상 늘어났고, 기업규제 또한 40% 가까이 증가했다. 윤석열 정부는 규제를 '모래주머니'와 '신발 속 돌멩이'로 비유하며 출범했다. 그리고 지난 2년간 규제개혁과 관련해서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 의지가 이어져서 규제개혁 사이클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으려면 새로운 처방이 필요하다.

먼저 정부와 국회가 함께 규제개혁 작업을 해야 한다. 이러한 공동작업의 사례는 2013년 8월에 발족했던 '손톱 밑 가시 뽑기 특별위원회'(일명 손가위)에서 찾을 수 있다. 많은 규제의 사례를 모아서 매월 특위를 개최해 그 자리에서 해소방안까지 마련하였다. 제기된 규제 사례와 관련된 정부 부처 핵심 공무원을 한자리에 모아 규제피해자들로부터 직접 그동안 어떤 피해를 봤고 왜 해결되지 않았는지를 듣게 한 뒤, 회의 종결 전까지 해당 부처들이 서로 떠넘기지 않고 함께 처리할 방안을 약속하도록 했다. 국회 차원에서 입법 노력이 필요하면 이를 맡은 국회의원을 지정하기까지 하였다. 실제 몇몇 민원인들은 지난 10년간 호소해왔던 규제 민원이 그 자리에서 단번에 해결되는 모습을 보고 감격의 눈물을 흘리기까지 했다.

둘째, 지역별 특정 산업을 지정하여 그 산업과 관련된 규제는 아예 없는 것으로 하고 꼭 필요한 규제가 있다면 이를 규정하도록 하는 이른바 '규제 네거티브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 당시 2016년에 발의되었던 '규제프리존 특별법'이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수도권을 제외한 14개 지역별 2개 특화 산업을 지정한 뒤, 규제 네거티브를 적용하고 나아가 정부 지원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법안이었다. 그러나 아쉽게 이 법안은 폐기되고 문재인 정부에 와서 '규제자유특구법'으로 바뀌어 국회 통과된 뒤 2019년 1월부터 시행되었다. 그러나 이 법은 규제 네거티브가 아닌 기존 규제조항을 완화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이제 다시 규제 네거티브를 법제화하는 노력과 함께 각종 입법안이 규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사전평가로서 규제영향평가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셋째, 모든 규제정보를 개방하고 공유하고 활용하도록 해야 한다. 특히 규제와 관련해서 국민과 기업이 어떻게 얼마나 부담을 느끼고 피해를 보는지 알려야 한다. 대한상의가 2010년부터 6년간 발표했다가 현재 중단된 '기업부담지수'를 부활시켜야 할 것이다.
기업이 갖는 부담을 조세, 준조세, 규제 세 가지로 구분하여 조사한 뒤 업종별, 지역별, 규모별 부담의 정도를 수치화해서 비교하게 하였다. 이를 국회와 정부가 규제개혁 입법과 행정에 활용하도록 해야 한다.


이런 처방들로 규제개혁 사이클을 중단시켜 우리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규제개혁순위를 현재 30위권에서 20위권으로 끌어올릴 계기가 마련되길 기대한다.

안종범 정책평가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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