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법인 첫 집행정지 인용에···증선위 시정권고 ‘제동’
2024.07.03 15:01
수정 : 2024.07.03 19:47기사원문
증선위는 강제 사항이 아닌 만큼 소송 대상 자체가 아니라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사실상 등록 감사인 등록취소 건의까지 이어질 수 있는 조치라고 판단했다.
3일 파이낸셜뉴스가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13부는 동아송강회계법인(동아송강)이 지난해 8월 증선위를 상대로 낸 집행정지 소송에 대해 그해 9월 15일 인용 결정을 내렸다.
국내 회계법인이 증선위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받아낸 첫 인용 사례다. 이로써 증선위가 다른 회계법인에 대해 내릴 시정권고 조치에도 제동이 걸렸다.
앞서 증선위는 동아송강에 대해 상장사 감사인 등록 요건 유지의무 위반사항이 적발됐다며 시정권고했다. 감리 결과 미흡 사항이 발견된 데 따른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동아송강은 이 제재가 불합리하다며 집행정지 소송으로 응수했다.
증선위는 시정권고는 그 이후 이행을 강제할 수단이 없기 때문에 기회를 부여하는 절차에 불과하고, 때문에 행정소송 대상이 되는 ‘처분’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법원이 동아송강 손을 든 것이다.
금융위 고시 ‘외부감사 및 회계 등에 관한 규정’은 주권상장법인 감사인이 등록 요건 유지의무를 위반한 때 증선위가 금융위에 ‘등록취소 건의’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게 근거였다.
실제 시정권고를 받은 감사인은 그로부터 1개월 이내 개선계획을 금융감독원장에게 제출하고, 이 기간을 포함해 6개월 이내 이행까지 완료하도록 정해져있다. 이후 다시 1개월 내 이행결과를 금감원장에게 보고하고, 점검 결과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닌 경우 이 안건이 다시 증선위에 올라간 후 등록 취소 건의로 이어진다.
현재 국내에서 상장사를 감사할 수 있는 등록 감사인은 41곳뿐인데, 동아송강도 ‘라군’이긴 하나 이 명단에 포함돼있다. 만일 이 지위를 상실하게 되면 상장사, 즉 고객을 대거 잃게 된다. 금융위는 앞서 2022년 5월 시정권고를 미이행한 경우 등록 취소가 가능하도록 감독 규정을 강화했다.
재판부는 “증선위는 등록 취소 건의를 할 수 있어 시정권고 이행을 사실상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마련돼 있다”며 “시정권고가 신청인(회계법인) 권리의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 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나아가 재판부는 “금융위가 등록 취소 건의에 반드시 응할 의무가 있는 것이 아니고, 증선위와 무관하게 외부감사법에 따라 등록을 취소할 수 있다고 해도 (강제 수단이 있다는 것은) 마찬가지다”라고 덧붙였다.
집행정지는 신청자가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볼 우려가 있을 때 처분 집행이나 효력을 임시 중단하는 법원의 결정이다.
인용되기 위해선 △처분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그 예방을 위해 긴급성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며 △행정소송법상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없어야 하는데, 법원은 이번 사건에 대해 이들 조건을 모두 인정한 셈이다. 다음 달 본안 판결 결과에 따라 향후 증선위가 등록 회계법인들에 대해 내리는 제재에 제약이 걸릴 가능성도 있다.
다만, 동아송강 관계자는 “법적 절차가 진행 중이라 입장을 내기 힘들다”고 말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정원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