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원이 만든 '하이라키'의 가십걸 "첫 주연·자극적 설정, 부담도 됐지만"
2024.07.04 13:01
수정 : 2024.07.04 13:01기사원문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밉지만, 밉지만은 않도록."'하이라키'의 러블리 빌런을 만든 배우 지혜원을 만났다.
지혜원은 지난달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드라마 '하이라키'에서 윤헤라 역할로 극에 다채로운 색을 입혔다. '하이라키'는 상위 0.01% 소수가 질서이자 법으로 군림하는 주신고등학교에 비밀을 품고 입성한 전학생이 그들의 견고한 세계에 균열을 일으키며 벌어지는 하이틴 스캔들. 공개 후 해외 시청자들에게서 큰 반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
학원물 장르인 '하이라키'는 풋풋한 에너지의 신예들이 두각을 드러내는 가운데, 지혜원의 활약이 눈에 띈다. 윤헤라는 질투의 화신이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인물. 지혜원은 평생 갖고 싶었던 리안(김재원 분)을 향한 집착, 리안을 가진 재이(노정의 분)에게는 질투와 열등감 등 다채로운 감정선을 생동감 넘치게 캐릭터를 찰떡같이 소화해 존재감을 발산했다.
-해외에서 반응이 뜨겁다.
▶이 정도로 좋아해주실 줄은 몰랐다. 눈으로 보이는 게 있으니까 기분이 좋더라. (배우들도) 서로 이야기하고 스코어가 잘 나올 때마다 기뻐했다. 체감하는 건 SNS가 제일 크다. 댓글도 많이 달아주시더라. 너무 감사하다.
-오디션 규모가 컸다. 어떤 과정을 거쳐서 합류했나.
▶헤라를 너무 맡고 싶어서 헤라의 설정을 생각하고 헤어스타일 등 저 혼자 준비해서 갔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오디션 기간 중에 엄마와 여행이 먼저 예정되어 있었다. 회사에서 2차 오디션이 잡혔다고 하시더라. 그런데 귀국은 일주일 뒤였다. 감독님이 제작발표회에서 '리미티드 에디션처럼 느껴졌다'고 하신 이유다.
-헤라의 자극적인 설정에 대한 주변 지인들의 반응은 어떤가.
▶제 지인들은 재미있게 봐주셨다. 헤라와 제 실제 성격이 너무 다르다 보니까 그런 차이를 보는 재미가 있던 것 같다. 나와 다른 사람을 보면 끌리지 않나. 나와 성향이 완전 다른 캐릭터를 봤을 때도 그렇다. '퀸께서 자리를 비운 사이 내가 노려봐도 될까' 이런 대사 등 평소에 하기 힘든 대사들이 많지 않나. 해내고 싶었다. 이 역할을 맡기로 한 이상 해내야지 마음 먹었다. 자연스럽지 않은 대사를 자연스럽게 한다는 게 이상하더라, 헤라의 캐릭터로 밀어부쳐서 (시청자가) '이런 캐릭터구나' 생각해주시길 바라며 연기했다.
-자극적인 설정의 인물인데 부담감은 없었나.
▶왜 필요한지 답을 몰랐으면 표현이 어려울 것 같은데, 헤라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 하는 납득이 됐다. 그리고 직접적인 묘사는 없었으니까 어렵지 않았다. 캐릭터로 납득이 돼서 괜찮았다. 사실 나로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다. 가장 친한 절친의 남자에게 들이댄다? 납득이 안 된다. 하지만 헤라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헤라의 진심은 무엇이었을까. '퀸' 자리에 대한 욕심일까.
▶헤라가 이안을 진짜 좋아한 건지, 이안의 환경이 부러운 건지 생각하게 되더라. 이안이의 조건이 없었다면 안 좋아했을 것 같다. 헤라는 '푸대접'을 받아본 적이 없고 소유욕이 굉장한 사람이다. 자신이 갖지 못한 자리와 위치를 보면, 본능적인 소유욕이 생기지 않을까. 말로 꺼내지 않아도 속으로 생각하고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헤라는 어떤 인물인가.
▶마냥 못돼보이면 안 되는 인물이었다. 그냥 악녀이면 안 되고 밉지만 사랑스러운 친구라는 걸 납득시켜야 한다고 하셨다. 그래서 오히려 그런 틀을 다 열어놨던 것 같다. 내가 그동안 한 캐릭터 중에서 제일 대본을 덜 보려고 한 캐릭터였다. 너무 갇히면 매력이 떨어지는 캐릭터도 있더라. 너무 분석하고 틀을 만들지 않고 자유롭게 표현하고 싶었다.
-'가십걸' 블레어를 연상하게 한다.
▶모티브로 했다기보다는 스타일을 참고했다. 블레어도 못돼보이는데 의외로 안 그런 친구다. 미워도 밉지 않은 포인트를 찾으려고 했다. 헤라도 그런 포인트가 있었다.
-중후반부 아버지의 사업이 위기를 겪으며 헤라가 감정적으로 큰 혼란을 겪는다.
▶흐름상 헤라가 겪게 되는 가장 큰 사건이다. 집이 몰락한다는 건 헤라에게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헤라의 세상이 무너진 것이다. 거기서 오는 슬픔이 크다고 생각했다.
-재벌가 딸을 연기했는데, 실제 환경은 어땠나.
▶외동딸이어서 그래도 부족함없이 사랑을 받으면서 큰 것 같다. 헤라같은 집은 아니다. 나도 헤라가 쓰는 가방 등 (고가의) 소품은 들고 다니면서도 부담이 됐다. (웃음)
-첫 주연작이다. 부담이 크지 않았나.
▶역할이 커지니까 부담감, 책임감이 느껴진다. 신경을 더 써야 했다. 예전에는 내 캐릭터만 신경을 쓰고 나만 잘 해내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나만이 아닌 조화를 생각해야 하더라. 두 세 배 정도 더 하게 됐다. 나무를 보는 느낌에서 숲을 보는 느낌이 됐달까. 배움이 많은 작품이다.
-선배로는 노정의가 있다.
▶행동에서 느껴진다. 내가 보지 못한 것도 보고 행동도 더 빠릿빠릿하고 선배는 선배구나 생각했다. 나보다 어린 동생이어서 그런 모습이 신기했다. 카메라 밖에서는 완전 강아지 같은 스타일이다. 프로페셔널한 느낌이었다.
-실제 학교 생활은 어땠나.
▶헤라와 정반대였다. 되게 소심하고 발표도 어려워 해서 맨 마지막에 하려고 했던 기억이다. 누군가의 앞에 서서 주목받는 걸 어려워하는 친구였다. 연기와는 다르다. 학창시절은 그렇게 보냈다. 학교 앞에서 버스를 타면 다같이 타게 되니까 더 걸어가서 탔던 기억이 난다.
-예술 관련 학교가 아닌 일반 고등학교를 나왔다.
▶고3에 연기를 시작했다. 공부만 열심히 하다가 입시학원을 따로 다니면서 준비했다. 고3 때까지는 부모님께 연기를 하고 싶다는 말을 못 했다. 말씀 드린 후 부모님은 반대하지 않으셨다. 결국은 제가 하고 싶은 걸 할 거라고 생각하신 것 같다.
-악역을 주로 많이 연기했는데 다른 역할에 대한 바람도 클 것 같다.
▶당연히 다른 역할도 해보고 싶은데 악역을 맡아서 아쉽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 악역을 연기했을 때 좋게 봐주시니까 불러주신 게 아닐까. 다양한 악역을 했지만 그렇다고 또 연기하는 게 거부감이 들거나 그러진 않는다.
-'하이라키'는 어떤 의미의 작품인가.
▶나와 정반대인 헤라를 연기하면서 느낀 점은, 이제까지 나는 항상 무언가를 계획하고 임하는데 이번에는 처음으로 나 자신을 많이 내려놓은 캐릭터다. 그 내려놓음에서 오는 배움이 컸다. 대본도 조금 덜 보고, 자유분방함 안에서 연기해보는 큰 도전이었다. 헤라로서 얻은 성과이기도 하고 내려놓는 방법을 알게 된 경험이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