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생명까지 위기"..튀르키예 선수 선보인 '골 세리머니', 외교갈등으로 번졌다

      2024.07.05 05:30   수정 : 2024.07.05 05:3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2024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4)에서 튀르키예 선수가 선보인 '골 세리머니'로 독일과 튀르키예 사이 외교갈등이 불거졌다.

독일 "우익 극단주의 상징하는 인사법"

AP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2일(현지시간)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열린 튀르키예와 오스트리아의 16강전에서 튀르키예 중앙 수비수 메리흐 데미랄은 두 골을 넣으며 튀르키예의 8강 진출을 이끌었다.

이날 데미랄은 후반 14분 자신의 두 번째 골을 넣은 뒤 양손으로 '늑대 경례' 세리머니를 했다.

늑대 경례는 엄지와 약지·중지를 모으고 나머지 두 손가락은 곧게 펴 늑대 옆모습처럼 만드는 손동작이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서는 튀르키예 우익 극단주의 단체 '회색 늑대'의 인사법으로 통한다.


터키 민족주의운동당(MHP)의 청년 그룹으로 시작된 ‘회색 늑대’는 튀르키예 주류인 튀르크족을 제외한 쿠르드족과 유대인 등 다른 민족을 적으로 규정한다.

프랑스에서는 ‘회색 늑대’ 활동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으며 오스트리아에서는 데미랄이 선보인 골 세리머니의 경례법을 하면 안된다. 독일 당국은 1만2000명으로 추정되는 ‘회색 늑대’ 회원들의 활동을 감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후 독일 정치권에서는 데미랄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낸시 페저 독일 내무장관은 "튀르키예의 우익 극단주의 상징은 우리 경기장에 설 자리가 없다"며 "유로를 인종주의 장으로 삼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터키계 독일 정치인 셈 외즈데미르 연방 장관도 "데미랄의 손동작은 극우적이며 테러, 파시즘의 상징"이라고 비판했다.

유럽축구연맹(UEFA)은 데미랄의 '부적절한 행동'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튀르키예 "민족적 전통인데..외국인 혐오다" 반발

그러자 튀르키예 정치권은 반발했다. 튀르키예인 입장에서 늑대 경례가 반드시 우익 극단주의를 상징하는 것은 아니라는 반박이다. 튀르크족은 과거 중앙아시아에서 고난을 겪을 당시 늑대가 나타나 안전한 장소를 알려줬다고 해서 늑대를 신성하게 여긴다. 민족적 전통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튀르키예 외무부는 3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주재 독일대사를 청사로 불러 자국 선수의 세리머니에 대한 독일 정치인들의 비난에 항의했다. 외무부는 "역사적, 문화적 상징을 사용한 것을 정치적 동기로 조사하고 있다"며 "독일 당국이 데미랄에게 보인 반응에는 외국인 혐오가 포함돼 있다"고 했다.

데미랄은 경기 이후 기자회견에서 "세리머니는 튀르키예인으로서 나의 정체성과 관련된 문제"라며 "세리머니를 보여줄 기회가 더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가 의도성을 인정한 터라 징계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데미랄은 오는 7일 네덜란드와 8강전에 출전할 수 없을 가능성이 높다.
최악의 경우 출전 정지를 넘어 선수 자격까지 잃을 수 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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