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선 개혁파 당선 '이변'… 서방과 관계개선 물꼬 트나

      2024.07.07 18:10   수정 : 2024.07.07 18:10기사원문
이란 대통령 선거 결선 투표에서 온건 개혁 성향의 마수드 페제시키안이 보수 후보인 사이드 잘릴리를 누르고 당선됐다. 이에 따라 이란에 3년 만에 다시 개혁 성향 행정부가 들어서게 됐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중국, 인도 등은 축하의 뜻을 전했지만 미국은 "근본적인 변화를 기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다.



6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이란 관영 프레스TV는 3050만표가 개표된 가운데 페제시키안이 득표율 53.6%로 44.3%를 얻은 잘릴리 후보를 제치고 승리했다고 보도했다. 투표 참여율은 49.8%로 1차 투표에 비해 소폭 증가했다. 지난 6월 28일 실시된 1차 투표가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가장 낮은 투표 참여율 40% 속에 과반수를 얻은 후보가 없자 이란 헌법에 따라 결선 투표가 실시됐다. 이번 선거는 지난 5월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이 헬리콥터 추락 사고로 사망하면서 실시됐다.

주로 젊은층인 페제시키안 지지자들은 수도 테헤란을 비롯한 여러 도시에서 거리에 나와 환호했다.


대선 후보 6명 중 유일하게 개혁 성향인 페제시키안 당선인은 감사의 뜻을 전하면서 "목소리가 없는 자들의 목소리를 위해 헌신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란 최고 지도자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도 "국가의 젊고 혁명적이며 충실한 인적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라"고 당부하며 축하했다. 그는 자유롭고 투명성 있는 선거가 치러진 것에 대해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란의 대선 결과에 중동의 사우디아라비아와 시리아, 파키스탄 정부는 물론 중국과 인도, 러시아 정부 등도 축하했다.

반면 미국 국무부는 이번 이란 대선이 자유롭고 공정하지 못했으며 미국의 이란 정책에 중대한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미 국무부는 "이번 선거가 이란의 정책 방향을 근본적으로 바꾸거나 인권 존중을 기대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외신들은 이란을 고립에서 벗어나게 하고 서방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하는 페제시키안의 승리를 이변으로 분석하고 있다. 스카이뉴스는 "그동안 강경파 후보가 승리할 것으로 예상했던 것과 달리 개혁성향인 페제시키안의 당선은 적어도 이란 시각에서는 이변"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페제시키안의 당선으로 이란의 미래가 새로운 장에 들어섰다"면서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를 비롯해 국내외 정책을 좌우하는 지도층도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변화에 대한 요구가 제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올해 71세로 심장 전문의 출신인 페제시키안은 선거전부터 이란 정부의 강력한 윤리 단속을 비판해왔으며 이란이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것을 끝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또 그는 지난 2015년 이란이 서방국과 체결한 핵합의인 JCPOA를 살리기 위한 서방국과의 건설적인 협상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혀왔다.
당시 이란 핵협상 대표였던 모하메드 자바드 자리프 전 외교장관도 이번 선거에서 페제시키안을 적극 지지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벨기에 소재 싱크탱크인 국제사태그룹(ICG)의 이란 문제 전문가인 알리 바에즈는 JCPOA 부활은 11월 미국 대선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란의 핵개발이 되돌리기에는 너무 진전됐고 경제 제재를 철회하기 힘들 정도로 상황이 복잡해졌다고 설명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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