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갈등기구 설립'…서비스산업발전법 이번엔 국회 넘나
2024.07.08 11:00
수정 : 2024.07.08 11: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2011년 발의 된 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던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서발법)'을 추진한다. 최근 발표한 역동경제 로드맵에서 재추진 입장을 분명히 했다. 기존 법안과 달리 서비스 산업 육성을 위해 갈등조정기구 설립을 담았다.
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발표한 역동경제 로드맵에서 '생산성 높은 경제시스템' 구축을 위해서는 서비스산업의 저생산성 극복이 필수적이라고 판단, 올 하반기에 서발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서발법은 서비스 산업 육성을 위한 정부의 지원 체계에 대한 근거를 담은 법이다. 정부를 비롯해 정치권에서는 2011년부터 서발법 입법을 추진해왔다.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 중 하나다. 추경호 전 경제부총리도 추진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정부가 역동경제 로드맵에 서발법 추진을 포함시킨 것은 생산연령인구가 급감하고 오는 2035년 이후 경제성장률이 0%대로 하락할 정도로 경제의 성장엔진이 빠르게 식어가고 있어서다. 이같은 상황에 새로운 서비스 산업 활성화가 생산성 부진을 극복할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게 정부 인식이다.
정부는 이번에 추진하는 서발법에 사회적 갈등조정기구를 설치·운영하는 내용을 처음으로 담았다. 그간 새로운 서비스가 출시될 때마다 기존 사업자 등과 갈등이 빚어지면서 디지털 전환 등에 속도를 내지 못해서다.
차량 공유서비스인 타다가 대표적이다. 타다는 모바일 앱으로 운전기사가 딸린 승합차를 호출해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이에 기존 택시 업계가 '불법 택시영업'이라며 반발하고 타다 경영진이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는 등 법적 분쟁이 이어졌다. 2020년에는 국회에서 '타다 금지법'이 통과됐다. 신산업은 좌초됐다.
최근에도 법률 서비스 플랫폼 '로톡'과 대한변호사협회, 세금 신고·환급 서비스 플랫폼 '삼쩜삼'과 한국세무사회 등 플랫폼 서비스와 기존 직역단체 간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사회적 갈등조정기구는 경제부총리와 민간 위원장이 공동 주재하는 서비스산업발전위원회 산하에 설치돼 이해관계자 간 갈등을 조정·해소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정부는 서비스 산업이 발전하는 데 필요한 재정·세제 등의 지원 근거도 서발법에 담을 예정이다.
보건·의료 부문을 서발법에서 제외할지 여부는 미정인 상황이다.
정부는 앞서 지난 21대 국회에서 서발법의 조속한 통과를 위해 보건·의료 4법에서 규정한 사항은 서발법 적용에서 제외하는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안에 동의한 바 있다.
의료 부문은 그간 서발법 입법을 무산시킨 핵심 쟁점이었다. 일부 시민단체와 의료계 등에서는 서발법이 의료 민영화를 가속한다며 반대해왔다.
이명박 정부가 2011년 처음 서발법을 발의했을 때부터 보건의료, 사회복지, 교육 등 필수 공공서비스까지도 '서비스산업'으로 규정해 공공성이 강화되어야 할 분야에서도 영리화가 광범위하게 추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박근혜 정부도 보건의료와 교육을 비롯한 5개 분야를 유망 서비스산업으로 지목하며 재추진했지만 갈등 조정엔 실패했다.
서발법이 기재부에 서비스산업발전위원회를 두고 교육·방송통신 등 모든 분야에 대한 서비스산업발전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정하고 있어서, 기재부의 권한을 과도하게 키운다는 우려도 넘어야 할 산이다.
정부는 의료 부문의 경우 서발법이 아닌 개별 법률을 우선 따른다며 서발법이 의료 민영화와는 관계가 없다는 인식을 보여왔다. 오히려 의료 부문을 서발법에서 제외하는 경우 정부 지원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실무적 논의를 거쳐, 정기국회 때 법안을 제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비스 산업은 2021년 기준 우리나라 경제 고용의 70%, 부가가치의 60%를 차지하고 있지만 생산성은 낮다. 우리나라의 서비스업 취업자 1인당 노동생산성은 구매력평가(PPP) 기준 6만5657달러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27위다. OECD 평균은 8만6618달러였다.
이에따라 정부는 역동경제 로드맵에서 데이터·공유경제·모빌리티를 3대 유망서비스 산업으로 꼽으며 데이터 가치평가 가이드라인 마련, 내국인 도시민박과 같은 공유숙박 제도화, 통합교통서비스(MaaS) 시범사업 및 고도 자율주행 상용화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