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이선균 '엔딩 미소' 뭉클...'탈출:프로젝트 사일런스'
2024.07.09 06:00
수정 : 2024.07.09 08:1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여름에 걸 맞는 팝콘무비.” 고인이 된 주연배우 이선균의 부재로 8일 ‘탈출:프로젝트 사일런스’ 언론시사회 후 기자간담회 안 공기는 다소 무거웠다.
주지훈은 이러한 분위기를 바꾸려듯 극중 긴장을 이완시키는 자신의 캐릭터처럼 밝은 목소리로 이 영화를 "팝콘무비"라고 강조하며 “즐거움과 긴장감을 준다”고 말했다.
‘프로젝트 사일런스’의 책임연구원을 맡은 김희원은 “나로부터 (사건이) 시작되는 영화라 출연했다”며 농담 섞인 답변으로 웃음도 자아냈다.
지난해 제76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된 故이선균의 유작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가 12일 개봉을 앞두고 언론에 첫 공개됐다.
이 영화는 기상 악화로 한치 앞도 구분할 수 없는 공항대교. 연쇄 추돌 사고와 폭발로 붕괴 위기에 놓인 다리 위에 사람들이 고립되는 한편 극비리에 이송 중이던 '프로젝트 사일런스'의 군사용 실험견들이 풀려나면서 또 다른 재난에 처한 생존자들이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다.
이선균은 극중 아내와 사별하고 혼자 사춘기 딸을 키우는 청와대 안보실 행정관을 연기했다. 차기 유력 대통령 후보를 보좌하던 그는 생사를 오가는 위기를 겪으면서 재난마저도 정치적 관점에서 보던 기존 태도를 버리고 인간성과 관계를 회복하는 인물이다. 주지훈은 껄렁하고 능청스럽지만 인간적인 렉카 기사, 김희원은 겁이 많고 남 탓 하는 ‘프로젝트 사일런스’의 책임연구원 그리고 박희본은 열정적이지만 실수투성이 골프선수 매니저를 연기했다.
영화는 등장인물의 상황과 캐릭터를 빠르게 소개한 뒤 안개 낀 공항대교에서 벌어지는 100중 추돌사고를 시작으로 사고가 꼬리에 꼬리는 무는 식으로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특히 도로를 세트로 제작하고 실제 차량을 연쇄적으로 충돌시켜 찍었다는 추돌사고 장면은 아낌없는 물량공세 덕에 마치 실제상황처럼 끔찍하다. 이어 사고 수습에 투입된 헬기 폭발, 실험견들의 공격이 이어지고, 와중에 구조를 둘러싼 이해 관계로 상황은 더욱 꼬인다.
러닝타임 96분..."긴박감 높이고 과잉된 감정 정리"
이 모든 것이 안개주의보가 발현된 공항대교를 배경으로 하룻밤 사이에 벌어지는 일이라 사람들이 궁지로 몰릴수록 희망이 보이지 않는 듯 답답한 느낌마저 든다. 여기에 마치 사람의 눈을 가진 듯한 실험견의 비주얼 디자인은 어딘가 어색함을 자아내 아쉽다. 실험견 에코9의 모성애가 극중 이선균의 부성애와 닮은 꼴처럼 다뤄지기도 하는데, 작품에 깔려있는 주제가 분산된다는 느낌이 들어 좋은 선택처럼 보이진 않는다.
그나마 러닝타임이 96분으로 압축된 덕에 빠르게 나아간다. 김태곤 감독은 칸영화제 버전보다 러닝타임이 4-5분 가량 줄어든 이유로 "관객에게 좀 더 긴박감을 주고, 생존자에 대한 공감을 자아내기 위해 호흡을 더 짧게 갔다. 과잉된 감정도 정리했다"고 설명했다.
후반으로 가면 영화 속 재난 풍경과 극중 이선균이 처한 상황이 현실과 겹쳐지며 묘한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짙은 안개와 어둠 그리고 아수라장이 된 도로는 마치 코로나19 이후 침체일로에 빠졌던 한국영화 산업에 드린 먹구름과 같달까. 기자간담회에서 “(요즘 트렌드 중 하나인) OTT가 아닌 극장에서 개봉하기로 한 이유가 무엇"이라는 질문이 나오기까지 했는데, 이는 영화를 만들면 극장 개봉이 당연하던 시기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물음이 아닐 수 없다.
딸을 위해 사지로 들어가는 이선균의 모습은 유난히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특히 마지막 그가 짓는 미소는 유작이 될지 몰랐던 이 영화가 유작이 된 작금의 상황에서 그가 영화팬들에게 남긴 마지막 선물처럼 다가온다.
김태곤 감독은 이선균의 노고를 묻는 질문에 “선균이 형이 이 자리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영화를 준비할 때부터 현장에서도 그렇고 대교에서 벌어지는 일이라서 모든 장치나 공간에 대한 이해도가 필요했다. 저도 놓친 부분을 선균이형과 머리 맞대서 동선이나 캐릭터의 감정 등을 굉장히 많이 논의했다. 요소요소 하나하나마다 질문과 답을 하면서 영화 전체적인 답을 찾아갔다”고 답했다.
"대본을 시간가는 줄 모르고 단숨에 읽었다"고 밝힌 김수안은 “(부녀 지간이라) 연기를 하면서 이선균 선배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제가 연기한 경민이가 날카롭고 자유분방한 캐릭터다. 제가 자유롭게 연기하도록 많이 풀어줬다. 덕분에 편안하게 촬영했다”고 돌이켰다. 또 그는 “사춘기 시절에 경민을 만났다. 경민이의 용감하고 용기있는 모습을 간접적으로나 체험하면서 많은 힘을 얻었다”고 부연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