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베릴, 미 에너지 심장 텍사스 강타
2024.07.09 06:20
수정 : 2024.07.09 06:20기사원문
허리케인 베릴이 8일(현지시간) 미국 에너지 산업의 심장부를 강타했다.
시속 128km의 강풍과 폭우가 텍사스주를 휩쓸었다.
베릴은 올해 미 본토에 상륙한 첫 번째 허리케인이다.
베릴이 접근하면서 미 정유설비의 약 절반이 몰려 있는 텍사스주 등 미 걸프만을 둘러싼 지역 항만들이 폐쇄되고, 정유 설비 가동이 중단되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 석유산업 수도로 부르는 휴스턴의 존 휘트모어 시장은 "허리케인의 추악한 면을 지금 경험하고 있다"면서 "인프라 상당수가 큰 어려움에 처했다"고 말했다.
베릴은 미국에 상륙하면서 1등급 허리케인이 됐다.
8일 정오께 텍사스주 주민 가운데 270만명이 정전 사태를 겪었다. 지방 당국 발표에 따르면 나무가 쓰러지면서 2명이 목숨을 잃었다.
텍사스는 미 에너지 산업의 심장부이자 전 세계 에너지 허브 역할을 하는 곳으로 석유 시장 영향력이 막강하다.
베릴로 인해 미 정유 설비 가동이 중단되면서 국제 유가는 1% 가까이 하락했다.
UBS 애널리스트 지오바니 스타우노보는 "베릴이 폭풍 경로에 있는 텍사스주 일부 정유설비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면서 "정유 생산이 줄고 있다"고 말했다.
스타우노보는 정유 설비 가동 위축으로 인해 석유 수요가 위축되면서 유가가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미 최대 정유 업체 가운데 한 곳인 마라톤페트롤리엄은 정전으로 인해 갤버스톤만 정유소의 하루 63만배럴 정유가 중단됐다고 밝혔다.
또 컨설팅업체 오일프라이스 인포메이션서비스에 따르면 시트고(Citgo)는 하루 17만5000배럴을 정제하는 코퍼스크리스티 정유소 가동률을 낮췄다.
항만이 폐쇄되면서 미 석유·가스 수출도 타격을 입고 있다.
미 최대 에너지 수출 항만인 코퍼스크리스티 항구는 7일 가동을 중단했다.
휴스턴, 갤버스톤, 프리포트, 텍사스시티 등 항만들도 가동이 중단됐다.
해양 석유 설비도 역시 가동이 차질을 빚고 있다.
미 석유 생산의 약 15%를 담당하는 멕시코만 석유 생산이 위축됐다.
셸,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셰브론 등은 최근 수일 태풍에 대비해 해양석유플랜트 직원 일부를 철수시켰다고 밝혔다.
셸은 페리도 플랫폼을 아예 폐쇄하고, 직원 모두를 소개했다.
컨설팅 업체 인베러스는 4월 하루 7만8000배럴을 생산했던 페리도 플랫폼이 정상 가동되려면 1주일은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이날 국제 유가는 하락했다.
국제 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는 지난 주말보다 배럴당 0.79달러(0.91%) 내린 85.75달러, 미국 유가 기준물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0.83달러(0.99%) 하락한 82.33달러로 마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