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원점으로 간 GBC… 셈법 복잡해진 ‘엘베’업계
2024.07.09 18:18
수정 : 2024.07.09 18:18기사원문
9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GBC 설계가 원점으로 돌아간다는 소식에 엘리베이터 업계는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엘리베이터 업계가 GBC를 예의주시하는 이유는 우선 규모다. GBC는 105층 초고층 빌딩 한 동으로 설계안이 정해졌을 때도 엘리베이터 120여 대가 필요할 것으로 파악됐다. 55층 두 동으로 설계가 바뀌자 최대 200대까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엘리베이터 발주 규모만 300억~4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현대엘리베이터가 엘리베이터 256대, 에스컬레이터 58대 등 총 314대를 수주한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올림픽파크포레온)의 경우 수주액만 434억원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엘리베이터마다 가격이 많게는 3배 이상 차이가 나는데 GBC의 경우는 상업용 건물이라 주택보다 가격이 더 나간다"고 설명했다. GBC 기본·실시설계안에는 숙박·업무시설 외에도 전시·컨벤션·공연장 등 5개 시설을 조성하는 계획이 담겼다.
2014년 해당 부지를 손에 넣은 현대차그룹은 애초 115층 건물을 지으려다 2015년 계획을 한 차례 수정해 105층으로 낮췄다. 용지 매입 6년 만인 2020년 5월 서울시의 착공 허가를 받았지만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가기 전 고도 제한 이슈와 공사비 상승 등으로 기존 설계안을 다시 고쳤다.
그 과정에서 105층 규모의 타워 1개동을 짓는 종전의 설계안과 함께 70층 2∼3개 동, 50층 3개 동 등으로 설계를 변경하는 안을 놓고 내부 검토를 했다. 최종적으로 55층 2개 동으로 짓겠다는 설계 변경안을 올해 2월 서울시에 제출했지만, 이마저도 원점으로 돌아간 것이다.
엘리베이터 업계가 들썩이는 또 다른 이유는 GBC 층수에 따라 진입장벽이 달라져서다. 기존 55층 설계안의 경우, 중저층에 강한 현대엘리베이터가 가장 우세할 것으로 점쳐졌다. 하지만 초고층으로 간다면 오티스나 미쓰비시 엘리베이터가 유리하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오티스나 미쓰비시는 초고층 엘리베이터 준공 실적이 풍부하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엘리베이터는 국내 엘리베이터 시장 점유율 40%를 차지하고 있고, 초고속 기술을 개발했지만 초고층 빌딩 수주 경험에서는 밀리고 있다"며 "대신, 층수가 낮아지면 디자인이나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현대엘리베이터에 유리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