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나워지는 러 민심… '핵 공격'에 힘 실려

      2024.07.09 18:30   수정 : 2024.07.09 18:30기사원문
2년 넘게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있는 러시아 내에서 여론조사 결과 우크라에 핵공격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30%를 넘겨 개전 후 최고치에 달했다. 러시아는 공개적으로 핵공격 계획이 없다고 밝혔으나 서방 정상회의 직전에 우크라의 아동 병원을 폭격하면서 긴장 강도를 높였다.

9일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여론조사기관 레바다 센터는 지난 4일 발표에서 지난달 실시한 러시아 여론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우크라 공격 시 핵무기 사용이 정당하냐는 질문에 34%가 찬성 한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해 4월 대비 5%p 올라간 수치로 지난 2022년 2월 우크라 침공 이후 가장 높았다.


찬성 비율 가운데 10%는 핵공격을 '확실히 지지한다'고 답했고 24%는 '어느 정도 지지한다'고 밝혔다. 핵무기 사용에 '반대한다'고 밝힌 응답자는 52%로 지난해 조사(56%)보다 줄었다.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을 의미하는 '특별군사작전'을 지지한다는 응답자는 77%에 달했으며 이 가운데 44%는 침공을 '확실히 지지한다'고 답했다. 나머지는 '어느 정도' 지지한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핵공격 가능성은 미국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우크라를 지원한 이후 꾸준히 제기됐다.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지난 3월 인터뷰에서 "미국이 만약 러시아 영토나 우크라에 미군을 배치하면 이를 군사 개입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가의 존립과 관계되거나 러시아의 주권과 독립이 훼손될 경우 핵무기를 쓰겠다"고 경고했다.

푸틴은 지난달 7일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에 참석해 우크라 전선에서 "핵무기를 사용해야 할 조건이 되지 않으며 핵 문제를 더 이상 거론하지 말라"고 말했다.

다만 러시아 하원의 안드레이 카르타폴로프 국방위원장은 23일 현지 매체를 통해 "도전과 위협이 증가한다면 핵무기 사용 시기와 사용 결정에 관련한 핵 교리를 수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가 핵무기 사용 조건을 규정한 핵 교리 수정을 언급한 것은 최근 거세진 우크라의 러시아 본토 공격 때문으로 추정된다.

미국은 지난 5월에 우크라가 미국에게서 받은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제한적으로 타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우크라는 지난달 러시아가 불법 합병한 크림반도를 미국산 미사일로 공격하는 한편 같은달 러시아 서부 벨고로드의 러시아 시설을 전투기로 폭격하기도 했다.

나토 회원국 정상들은 9~11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에 모여 우크라 지원 방안을 논의한다.

러시아는 회의 직전인 8일 우크라 주요 도시에 대규모 미사일 공격을 가했으며 최소 29명의 민간인이 사망했다.
이번 폭격으로 수도 키이우의 오크흐마트디트 어린이 병원 역시 부서졌으며 2명이 숨지고 16명이 다쳤다. 부상자 가운데 7명은 어린이였다.
우크라는 공습 직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긴급 회의를 요청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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