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스타디움서 울리는 뉴진스의 열창
2024.07.09 19:19
수정 : 2024.07.09 19:20기사원문
한국 드라마와 영화, 공연, 노래가 중국인들 사이에 광범위하게, 여전히 화제가 되고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한류는 중국인 사이에 스며들어 있고, 자연스럽게 퍼져 있다"는 지인의 말이 실감 났다. 한류에 대한 이들의 애정은 한국에 대한 호감으로 이어져 있었다. 경색된 한중 당국 관계 속에서도 평범한 중국인들의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호감도는 공식 여론조사 수치와는 달리 긍정적인 감정이 더 컸다.
지난 5월 26~27일 한중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중 관계의 정상화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 속에서 공연문화계 관계자들의 기대도 컸다. 12일로 예정됐던 국내 록밴드 세이수미의 베이징 공연은 한류 해금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여겨졌다. 2015년 빅뱅의 중국 투어 이후 9년 동안 한국문화원 등에서 열려온 몇몇 소규모 공연을 제외하고는 국내 가수의 베이징 공연은 허가받지 못했었다. 지난달 말 중국 당국의 갑작스러운 허가 취소에 세이수미 측뿐 아니라 공연 당국자들도 맥빠진 모습이었다. 우리 정부의 한 관계자도 "놀랐다. 이유는 모른다"고 반응했다.
지난 5월 우리 외교장관으로는 6년 만에 베이징을 방문한 조태열도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만나 "문화콘텐츠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이 양국 국민들의 마음 거리를 좁히는 데 도움이 된다"며 한한령 해제 필요성을 언급했다. 주중 한국대사관 관계자도 "한중은 문화교류를 확대해야 한다는 데 일정한 공감대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중일 정상회담 이후 멈춰 서 있던 한중 당국자 간 각종 대화체들이 가동되고 있다. 6월 18일에는 서울에서 '한중 외교안보대화'가 가동됐다. 이런 만남의 재개가 당장 양측의 이견과 갈등의 해소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대만 및 남중국해 문제를 둘러싸고 두 나라는 불편한 말씨름을 벌여가고 있다.
그렇지만 한한령 속에서도 우리 드라마와 영화, 노래 등을 아끼고 즐기는 많은 중국 보통사람들에게 한국은 여전히 활력과 매력이 넘치는 나라였다. 이들에게서 건강한 한중 관계 복원의 희망을 본다. 그들과의 유대와 연대 속에서, 어떻게 함께 번영의 토대를 쌓아나갈 수 있을까. 중국이 강조해 온 '이견은 제쳐두고, 함께 할 수 있는 협력을 확대해 나가자'는 '구동존이'의 정신을 한중은 어떻게 실천해 나갈 수 있을까.
오랜 역사와 얽히고설킨 정치경제적 관계를 체제와 이념이란 용어로 간단히 분리해 낼 수 있을까. 같은 이야기에 울고 웃고, 느낌을 공유하는 중국의 동시대인들은 우리에게 소중한 동반자들이다. 고단한 하루하루를 살아나가야 하는 보통 중국인들의 삶과 정서가 우리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 양쪽 사람들의 조응과 공명이 울려 퍼져서, 높게 쌓여 가는 체제와 이념의 만리장성을 뛰어넘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국어와 중국어로 노래하는 뉴진스와 한류 스타들의 깜찍하고 참신한 공연을 베이징 올림픽스타디움에서 볼 날을 고대한다. 내일과 미래 세대를 위해 더 열린 마음의 이어짐을 기대한다. june@fnnews.com 이석우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