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하듯 반도체 돕기 나선 여야 박수받을 만하다

      2024.07.09 19:24   수정 : 2024.07.09 19:25기사원문
여야가 경쟁하듯이 기존보다 더 강력한 반도체 지원법을 내놓고 있다. 국가대항전이 된 글로벌 반도체 패권전에서 우리 정부와 정치권의 지원사격은 늦은 감이 없진 않다. 그렇지만 지금이라도 기업과 경제에 무엇이 득이 될지 면밀히 살피면서 경쟁을 벌이는 것은 적극 환영할 일이다.

나아가 반도체뿐만 아니라 미래 기술 전반에 여야가 머리를 맞대 지원을 서두른다면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일이다. 이것이 진정한 협치고 국회의 기본 역할이라고 본다.

더불어민주당은 9일 'K반도체 대전환 국가차원의 비전과 전략수립'을 위한 대토론회를 열고 반도체 산업에 전폭적인 지원을 다짐했다. 앞서 민주당은 100조원 규모의 정책금융 지원을 담은 K칩스법을 공개했다. 올해 일몰 예정인 세액공제 기한을 2034년까지 연장하고 공제 비율도 지금보다 10%p 올린 것이 골자였다.
반도체 지원을 대기업 감세라며 부정적으로 봤던 과거 입장과 비교해 대반전이라 할 만하고 지원 규모도 파격적이다.

국민의힘도 질세라 야당보다 더 센 K칩스법을 지난 8일 내놓았다. 박수영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기업 투자에 일정 수준의 추가 세제혜택을 주는 임시투자세액공제를 2026년까지 3년간 재도입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세액공제 규모보다 납부할 세금이 적어 공제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경우 이월해 주는 기간도 10년에서 20년으로 연장했다.

반도체 산업을 제대로 뒷받침할 수 있도록 정부 조직을 개편하자는 박 의원 주장도 주목할 만하다. 정부가 지정한 국가 첨단전략특화단지의 민간투자 비용 92%가 반도체 산업에 몰려 있다. 그런 만큼 산업부 산하에 통상교섭본부처럼 국가반도체산업본부를 설치하자는 것이 박 의원의 제안이다. 반도체 기술을 유출한 사람은 20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 말대로 처벌 수준은 획기적으로 높일 필요가 있다.

반도체가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압도적이다. 수출과 성장의 중추이고, 국가안보를 뒷받침하는 산업의 기둥이다. 하지만 인공지능(AI) 시대 대격변기를 맞아 격화된 주도권 쟁탈전에서 지금은 위태로운 국면에 있다. 세계 반도체 기업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미국과 나라 전역에 AI 반도체 기지를 세우고 있는 일본을 보라.

과거 세계 칩 시장을 휩쓸다 한국 기업에 밀려 뒷방을 전전했던 미국·일본 기업들이 이제는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새출발의 시동을 걸었다. 대만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의 활약도 말할 것 없다. 엔비디아에 AI 칩을 납품하는 TSMC는 AI 시대 최대 수혜주로 꼽힌다.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시에서 TSMC 시가총액은 장중 1조달러를 넘어섰다. 시총 순위 7위가 됐다. 삼성전자의 2.5배에 달한다.

메모리 최강자 한국 반도체 기업이 살길은 초격차 기술혁신과 과감한 투자밖에 없다. 메모리와 파운드리를 겸하는 종합반도체 기업으로 더 멀리 뛸 수 있는 체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총파업의 목표를 생산차질로 잡는 노조와 같은 걸림돌이 있으면 힘들어진다.

기술인재도 턱없이 부족하다. 연관 산업의 더딘 성장으로 AI 생태계 역시 순조롭지 않다.
정부와 정치권이 발 벗고 나서야 하는 것도 이런 영역이다. 모처럼 보여주는 정치권의 바람직한 모습이 말잔치로 끝나지 않기 바란다.
여야가 다 함께 모여 정책을 짜고 입법을 논의하면 더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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