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처럼 '시드권' 간접베팅...47회 불법도박장 개설한 일당 구속상태로 검찰행

      2024.07.11 11:20   수정 : 2024.07.11 14:2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현금 대신 '대회 참가권(시드권)'을 걸고 홀덤 대회를 운영한 일당이 불법도박장 개설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장당 10만원 내외의 시드권을 판매한 후 참가자 1인당 시드권 50장을 내고 참가토록 했다. 이 시드권은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이용자들이 사고 파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 대회에선 돈이 오가지 않았지만 경찰은 참가자들이 내는 시드권 자체가 현금에 준하는 것으로 판단해 도박 소지가 있다고 봤다.

홀덤 대회 운영사 대표, 검찰에 구속송치
11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김기헌 총경)는 도박장소 개설 혐의로 홀덤 대회 운영사 대표 40대 초반 남성 김모씨와 직원 11명을 검거했다. 김씨는 구속 상태로 지난달 초 검찰에 넘겨졌다.

이들은 지난해 6월께 서울 소재 호텔에서 사전에 판매한 대회 참가권(시드권)을 현금처럼 베팅하는 방식으로 도박 하는 홀덤대회를 개최한 혐의를 받는다. 참가자들은 개당 10만원 상당의 시드권을 사전에 다른 홀덤펍에서 게임 상금으로 따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구매한 뒤 대회 운영사에 제출하고 참가 기회를 얻었다.
대회는 토너먼트 방식의 텍사스 홀덤 게임으로 진행됐으며, 1등 상금은 1억7000만원이었다. 참가비인 시드권 50장(500만원)의 34배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재산 가치 있는 물품 걸고 게임하면 도박"
이들은 이같은 홀덤 대회를 지난 2022년 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서울·인천·경기 등에 위치한 대형 호텔 등지에서 총 47회 열고, 판돈 총 380억원 상당의 불법 도박장을 개설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대회 참가를 희망하는 개인이나 제휴·가맹 홀덤펍을 상대로 1장당 10만원 내외의 시드권을 판매했다. 제휴·가맹 홀덤펍은 구입한 시드권을 상금으로 걸고 자체적으로 참가비 5만~10만원 상당의 유료 홀덤게임을 열어 게임 승자에게 시드권을 나눠줬다.

시드권을 모은 개인은 홀덤 대회에 참가하면서 판돈처럼 시드권을 제출하거나 인터넷 메신저 오픈채팅방 등지에서 개인 간 거래를 통해 현금화하는 방식으로 시드권을 경제적 가치가 있는 재화처럼 이용했다.

경찰은 이를 근거로 시드권이 현금과 같은 경제적 가치가 있으며, 홀덤 게임 규칙상 운이 작용해 상금을 따는 점을 들어 홀덤 대회가 불법 사행성 도박이라고 판단했다. 관련해 대회사는 유튜브를 통해 "재물을 거는 행위가 없어 불법 도박과는 다르다"는 취지로 언급하면서 홀덤 대회가 합법인 것처럼 홍보한 바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금이 아니더라도 일정한 재산적 가치가 있는 시드권 등을 제출하고 홀덤 게임에 참여해 상금을 나누는 행위는 그 자체로 도박에 해당한다"며 "향후 불법 도박대회에 연루되지 않도록 유의해달라"고 당부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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