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으로 퍼진 ‘모기 감염병’ 주의보… 백신 없어 안 물리는 게 최선

      2024.07.12 04:00   수정 : 2024.07.12 04:00기사원문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해외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기후변화에 따른 모기 서식지가 확대되면서 모기매개 감염병이 증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1일 의료진들은 재감염되면 사망까지 이를 수 있는 뎅기열과 말라리아, 황열병 등 모기를 매개로 한 감염병을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말라리아·뎅기열 차이점은

말라리아는 모기가 옮기는 열원충이 일으키는 질병이다.

열원충에 감염된 모기가 사람을 물면서 혈액으로 열원충이 들어와 감염된다.

열원충은 5가지 종류가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하루걸러 열이 나는 삼일열원충에 의한 삼일열말라리아가 주로 발생한다.
주로 경기도 파주, 연천, 강화, 인천 서구에서 주로 발생하고, 매년 질병관리본부에서 위험지역을 지정해 발표하고 있다.

삼일열말라리아는 다른 말라리아에 비하면 증상이 가벼운 편이다. 열대에서 발생하는 열대열말라리아는 악성 말라리아로 생명에 위협을 가할 수 있다.

강동경희대학교병원 감염내과 손준성 교수는 "해외에서 감염된 말라리아는 국내 감염 말라리아와 달리 중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며 "만약 치료 시기를 놓치게 되면 비장이 파열되고, 중추신경계 이상으로 기억상실, 경련, 정신 분열 등이 발생한다. 치사율도 높아 빠른 진단과 치료가 필수"라고 설명했다.

뎅기열은 옆대숲모기를 매개로 한 바이러스 질환으로 매년 1억명 이상 감염된다. 한국인이 많이 방문하는 베트남·태국·인도네시아 지역에서 환자 발생이 급증하고 있다. 문제는 국내에서는 예방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다는 점이다. 특히 과거에 뎅기열을 앓은 이후 재감염된 사람에게서는 출혈과 쇼크 등 증상의 중증도가 더 높아지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한국도 안심국 아냐…말라리아 증상은

기후변화로 말라리아를 옮기는 '얼룩날개모기'가 최근 한국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지난달 18일 전국에 말라리아 주의보를 발령했다. 국내 말라리아 위험지역에서 채집한 말라리아 매개모기인 얼룩날개모기 수가 경기 파주시, 인천 강화군, 강원 철원군 등 3개 시·군에서 주의보 기준에 도달했다.

모기를 통해 우리 몸에 들어온 열원충은 잠복기가 짧으면 2주, 길면 약 1년이다. 처음에는 머리가 아프고 기운이 없고, 배가 아프거나 구토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후, 삼일열말라리아는 특징인 48시간 주기의 발열이 시작된다. 열대열말라리아는 매일 열이 난다. 추워하면서 떨다가 40도 이상까지도 열이 나고 이후 땀이 심하게 나면서 열이 떨어지는 증상을 보인다.

열원충은 핏속의 적혈구를 침범하기 때문에 말라리아에 걸리면 적혈구가 파괴돼 빈혈이 나타나기도 한다. 파괴된 적혈구를 청소하는 기관인 비장 크기가 커지기도 한다. 적절하게 치료를 받지 못하면 간과 신장에 무리가 가게 된다. 열대열말라리아에서는 조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여러 가지 장기 기능이 동시에 망가지면서 중중말라리아가 발생한다. 신장, 폐, 간이나 뇌까지 침범하고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염준섭 교수는 "여름철에는 열이 나는 다른 질환도 많기 때문에 의심되는 증상이 있다면 병원에 방문해야 한다"며 "이때 우리나라 말라리아 발생 위험지역을 다녀왔거나 방문한 해외 국가나 지역을 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말라리아는 잠복기가 길기 때문에 여행 중이 아니라 여행 후에도 의심되는 증상이 있다면 확인이 필요하다"며 "말라리아는 혈액에서 원충을 찾아 확진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백신 없는 말라리아·뎅기열, 예방법은

말라리아는 아직 백신이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에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이 최고의 예방법이다. 말라리아가 유행하는 지역으로 여행을 간다면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긴소매의 옷으로 피부를 가리는 것이 좋다. 색도 밝은 색의 옷을 착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숙소 선택시 모기장이나 방충망이 튼튼하게 설치된 숙소를 고르고, 모기 기피제를 필히 사용해야 한다. 임신한 여성이 말라리아에 걸리면 엄마와 태아 모두에게 위험하므로 임신부는 될 수 있으면 말라리아 유행지역을 여행하지 않는 것이 좋다.

말라리아 백신은 없지만, 말라리아 예방약은 개발돼 있다. 말라리아 유행지역을 여행할 예정이라면 의사의 진료 후 처방을 받아 복용할 수 있다. 약에 따라서 복용 기간은 다르지만 보통 여행 전부터 복용해 여행 중에도 계속 복용하고, 여행을 다녀온 뒤에도 일정 기간 용법에 따라 복용해야 한다.

뎅기열도 예방 백신이 없다. 따라서 해외여행을 하는 동안 모기에 물리지 않게 각별히 조심하는 수 밖에 없다. 다행히도 사람간 전파는 아직 사례가 없다.
뎅기열 유행지역 방문 후 열이 나고 발진이 있다면 곧바로 의사에게 여행 국가를 꼭 알려야 한다.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강철인 교수는 "국내 해외유입 말라리아 발생 환자의 80%가 예방약을 복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며 "해외여행 시 특히 아프리카 지역을 방문하는 경우에는 해당 지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열대열 말라리아의 예후가 좋지 않고 사망할 수도 있으므로 반드시 예방약을 복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그는 "지역에 따라 말라리아 종류 및 약제 내성이 다르므로 의사와 상담 후 약제를 선택해 복용해야 한다"며 "예방약의 효과는 70~95%로 100%는 아니므로 예방약을 복용한 후에도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하고 저녁부터 새벽까지는 외출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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