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레닌이 담배를 왜 끊었냐면요

      2024.07.13 06:00   수정 : 2024.07.13 06:00기사원문
이 글에는 넷플릭스 시리즈 ‘돌풍’의 주요 대사와 상황묘사가 담겼습니다. ‘돌풍’은 예상치 못한 전개가 매력인 콘텐츠인 만큼 넷플릭스에서 시청한 뒤 읽기를 권합니다.
텅텅 빈 내 통장 ‘투자 수익’으로 채우고 싶은데, 낯선 경제용어들이 어렵습니다.

후광효과, 헤일로 효과란 무엇일까요? 텅장탈출을 위한 ‘경제뉴스의 행간 읽기’ 지금 시작합니다.
[파이낸셜뉴스]'돌풍'에서 정수진(김희애)의 남편인 한민호(이해영)는 과거의 '영광'을 파먹고 사는 철부지 남편이다. 구국의 강철대오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의장을 지냈다는 기억이 한민호를 아직도 지배한다. 연세대, 고려대, 한양대 등 서울 주요대학의 총학생회장이 돌아가면서 의장을 지낸 전대협은 80년대 학생운동의 상징이다. 전대협 의장 출신의 우상호, 송영길, 이인영, 김민석 등은 민주당 간판을 달고 나와 여러 번 국회의원을 지냈다.


한민호는 아직도 지인(그는 동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들을 학부 시절 '직책'으로 부른다. 그는 타인을 정책국에서 일하던 누구나 나 수배살 때 숨겨준 친구라고 부른다. 사람을 만날 때면 투쟁하던 그 시절 ‘썰’을 푸느라 여념이 없다.

■ 능력 없이 의지만 앞선 한민호의 레닌 '썰'
한민호가 재벌 회장에게 “그래서 레닌이 담배를 왜 끊었냐면요” 능청을 떨면 전대협 문화선전국장 출신의 3선 의원인 아내에게 꾸중을 듣는다. 정수진이 한민호에게 느낄 감정은 복잡미묘하다. 정수진이 그 시절 한민호에게 느꼈을 감정에는 '존경'도 담겨있었을 지 모른다. ‘당신이 박동호였어야지’ 부르짖는 아내의 말을 외면한 채 아직도 레닌 이야기나 하는 남편이라니. 능력도 없이 의지만 앞서는 남편의 손을 아내는 뿌리친다.

레닌이 담배를 끊은 이유에 대한 ‘정사’는 전해지지 않는다. 어머니의 권유로 담배를 끊었다는 기록은 남아있다. 17살부터 담배를 태우던 레닌은 엄마의 말에 따라 금연했다고 알려졌다.


의사의 딸이었던 레닌의 엄마 마리아 알렉산드로브나는 레닌에게 “우리는 네 아버지 일리야 니콜라예비치가 돌아가신 후 받는 연금으로 살고 있어. 연금이 적어서 추가 지출이 가계에 영향을 줘. 네 담배가 비싸진 않지만, 가계를 위해 네가 담배를 피우지 않는 것이 좋을 거야.”라고 말했다고 한다.

실제 당시 러시아에서 담뱃값은 그리 비싸지 않았다. 실제 레닌 집안의 가계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각종 기록들은 레닌이 ‘강인한 정신력과 과감한 결단력’으로 금연에 성공했다고 전한다. 레닌은 강한 의지로 그것도 의사의 도움 없이 담배를 끊어냈다는 것이다. 레닌이 ‘철의 의지를 가진 강한 사람이었다. 모든 사람들은 레닌처럼 강해져야 한다’는 식이다. 일종의 영웅 마케팅이다.


이주연 한양대 아태지역연구센터 학술연구교수는 “전통 종교와 정교회의 결합으로 러시아 서사에서는 어머니의 역할이 중요하다”면서 “레닌의 금연 서사는 정사로 남은 것은 아니고, 결단력 있는 레닌에 대한 이미지를 주기 위한 기록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위대한 사회주의 혁명가 레닌도 담배를 끊었으니 소비에트연맹의 시민들도 금연, 금주에 동참하자는 ‘무언의 폭력’도 담겨 있다.

■ 담배를 피우는 저 홈리스가 범인?
첨단 자본주의 한국 사회에서도 담배는 ‘만악의 근원’처럼 묘사된다. 끊기 어려운 기호식품이라는 인식 정도에 불과했던 담배가 건강에 나쁜 ‘루저’의 상징이 됐다. 일부 사람들은 담배를 피운다는 것만으로 타인을 평가하고 낙인찍는다. 심리학에서 후광 효과는 개인이 브랜드 상품을 소유·착용했다는 이유만으로 총체적으로 훌륭한 사람으로 느끼는 현상이다.

마케팅 영역에서 후광 효과는 자주 사용된다. ‘물광 피부’를 자랑하는 김희애가 쓰는 화장품이라면 내 피부도 좋아질 것만 같다고 느끼는 지점을 파고드는 것이다.

’드라마 속 ‘영앤 리치’가 타고 다니는자동차를 타면 당신도 젊고 성공한 남자로 비칠 것입니다.‘라는 식으로 홍보한다. 가장 비싼 소비재인 자동차 마케팅에서 ’후광 효과‘는 일상처럼 쓰인다. 히트한 차량은 대부분 ’누군가‘의 차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다. 지난 2014년 방한한 프렌치스코 교황이 국산 소형차 ’소울‘을 타자 ’교화의 차‘라는 별칭을 얻었다. 판매량이 급증했다.


다가오는 파리올림픽을 공식 후원하는 루이비통은 메달과 성화 보관함부터 자원봉사자의 의상까지 제공합니다. 모두 올림픽이라는 세계 최대의 행사에서 자신들의 이름을 알리고 ’럭셔리‘의 명성을 남기기 위한 마케팅 활동이다.
루이비통 브랜드를 소유한 LVMH그룹의 스타일링 디렉터 카오리 모리츠 이시카와가 디자인한 메달 수여식 자원봉사자 패션은 올림픽이 시작되기 전인 지금도 전 세계적인 입소문이 났다. 삼성전자는 신형 갤러시Z6 시리즈의 첫 공개 장소를 올림픽에 맞춰 파리로 정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갤럭시 언팩 2024(Galaxy Unpacked 2024)' 행사에서 파리 올림픽·패럴림픽 참가 선수단을 위해 특별 제작한 '갤럭시 Z 플립6 올림픽 에디션'도 공개됐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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