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 2300조 원전시장… 지금이 '인재양성 골든타임'
2024.07.14 18:21
수정 : 2024.07.14 18:21기사원문
■美, 유럽 원전으로 선회
14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이 대규모 정전사태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겪으면서 원자력을 에너지 안보 문제 차원에서 다시 보기 시작했다.
미국 텍사스주에서 지난 2021년 기후변화로 인한 겨울폭풍으로 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이 마비돼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했으며, 최근에도 허리케인 '베릴'이 휩쓸고 가 정전사태가 재발, 최대 44조원에 달하는 경제손실을 경험했다. 또 유럽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폭등으로 몸살을 앓았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방인철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미국은 원전 100기가 전체 전력의 25%를 담당하고 있고, 무탄소 전력원으로 따지면 50%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원전을 제외하고는 탄소중립으로 가기 힘들다. 결국 미국은 100기 이상의 노후원전을 새로 건설키로 했으며, 이 중 20%를 SMR로 지을 계획이다. 유럽도 최근 기후펀드에서 원자력 스타트업에 돈을 주기 시작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원자력기구(NEA)에 따르면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선 원자력 설비용량을 현재 374GW의 약 3배인 1160GW까지 늘려야 한다. 추가할 786GW에서 410GW 이상이 대형 원전으로 증설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건설 중이거나 사업자가 확정된 물량을 제외하고 4월 기준 발주가 예정돼 있는 원전은 257기 263GW다. 이 중 원자력 수출 5개국을 제외한 수입국가의 물량은 141기, 130GW에 달한다. 원전 한 기당 약 9조원의 사업비가 투입된다고 봤을 때 2313조원의 시장이 열리는 셈이다. 또 376GW가 SMR과 다른 형태의 차세대 원자로가 대체해 이 시장도 2000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기업들 투자 활발
국내기업들은 대형 원전과 함께 SMR 개발을 위한 해외투자도 활발하다.
두산에너빌리티와 GS에너지, 삼성물산 등은 미국의 대표적 SMR 개발사인 뉴스케일에 총 1억1400만달러를 투자했다. 또 소듐냉각고속로(SFR)를 사용하는 SMR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미국 테라파워에 SK그룹이 2억5000만달러, 한국조선해양도 3000만달러를 투자했다. 현대ENG가 고온가스로(VHTR) SMR 개발기업에 3000만달러, DL이앤씨가 고온가스냉각형원자로(HTGR) 개발기업에 2000만달러를 투입했다. 이 외에도 현대건설과 삼성중공업의 차세대 원자로에 대한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원자력 인력 감소 추세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만한 국내 원자력 인력은 갈수록 줄어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원자력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0학년도에 666명으로 바닥을 찍고 매년 증가세를 보이며 지난해에는 751명까지 증가했다. 학계에서는 인원 증가는 단지 숫자에 불과하며, 착시현상이라고 진단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UNIST의 원자력 전공 신청자를 살펴보면 2018년부터 올해까지 한자릿수에 그치고 있다. 10년 전 30명 넘는 학생이 신청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전문가들은 지난 5년간 에너지 정책이 가져온 전기요금 변동을 언급하면서 신재생과 원자력 에너지가 함께 가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방 교수는 "에너지를 안보로 인식하고 관련 전공자의 정원이 유지될 수 있도록 계획적으로 가져가야 한다"며 "정치권에서도 원자력을 에너지 믹스라는 차원으로 바라보고 미국처럼 초당적 어젠다를 만들고 법제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미래 원자력 시스템 시장을 이끌 인재 양성을 위한 '차세대원자력 전문인력 양성센터' 3곳을 선정, 총 2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또한 올해 안으로 여러 부처가 협력해 '차세대 원자력 인력양성 추진계획'을 마련키로 했다. 이를 통해 연구와 산업분야 수요·공급을 예측하고 부족한 점을 분석, 인력양성 성과를 끌어올릴 계획이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