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J팝 몰락에서 얻어야 할 교훈

      2024.07.14 19:16   수정 : 2024.07.14 19:54기사원문
과거 서양인들에게 있어 아시아 음악의 본산은 일본의 J팝이었다. 2004년 그룹 동방신기가 데뷔했을 때까지만 해도 J팝이 아시아 음악의 중심에서 위용을 과시하고 있었을 정도였다. 일본의 음반산업 규모는 한때 미국에 이어 세계 2위까지 몸집을 키울 정도였다.

새로운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한 점이 J팝의 가장 큰 패착으로 꼽힌다. 대다수의 일본의 엔터기업들이 온라인 음원유통은 하지 않고 CD 판매에만 의존했다. 유튜브가 아이돌 산업의 주요 유통채널로 떠올랐지만 무시로 일관했다. BTS 등 K팝 가수들의 해외진출에 부랴부랴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CD 판매와 굿즈 등 아날로그 채널을 통한 수익구조에 대한 굳은 믿음이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일상화된 시대의 준비를 막았다.
내부혁신이나 비판의 목소리가 나올 수 없는 구조도 J팝의 몰락을 앞당겼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선점을 놓친 삼성전자가 J팝의 몰락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 HBM 시장과 관련해 과거의 성공 경험으로 자기확신이 강해져 인공지능(AI) 반도체와 HBM 수요 폭발을 과소 평가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특히, 무에서 유를 창조한 기라성 같은 선배들의 결정을 두고 누가 '레드팀'이 될 수 있겠느냐고 반문이 나오는 등 경직된 조직 문화도 빠른 판단을 방해했다는 추측이 나온다. 현장 엔지니어들의 자부심이 줄어드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면서 이들에 대한 사기진작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명 대학에서 공학 박사학위를 받고 삼성전자에 입사한 A씨는 "중요한 연구분야가 아닌 보고를 위한 연구와 단기간 성과를 수치화할 수 있는 연구만 진행하고 있어 '현타'가 온다"고 토로했다.

글로벌 경기침체, 미중 반도체 패권전쟁, 총파업 등 난제로 소란스러운 가운데서도 어쩌면 지금이 내부 조직문화를 다시 톺아봐야 할 적기다. 인사팀을 피플팀으로 변경하고, 수평 호칭을 도입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다양한 목소리들이 수평적으로 나올 수 있는 분위기 조성과 보고문화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또, 삼성전자의 혁신을 견인하는 엔지니어들의 업무환경도 회사가 나서서 살펴야한다.
'실패를 한 사람만의 일이 아닌 전체의 과제로 보고 해결하려는 분위기'가 현재의 미국 항공우주국(NASA)을 있게 한 원동력이라고 한다. 향후 제2의 HBM 사태는 충분히 재현될 수 있다.
실패 때마다 실패의 주범이 누구인지 탓하기에 몰두하기보다 실패의 경험을 토대로 위기를 기회로 바꿀 방법을 모색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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