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쾅' 소리에 쓰러진 사람들… 평범한 퇴근길, 공포로 넋 나가
2024.07.15 06:00
수정 : 2024.07.15 18:16기사원문
지난 1일 오후 9시 27분. 신모씨는 시청역 8번 출구 바로 앞 인도에서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가해 차량인 제네시스 G80차량이 돌진해 인명 피해를 낸 뒤 멈춘 곳이다. 신씨는 여의도에서 귀가하면서 버스를 갈아타기 위해 시청역 인근에서 내렸다가 굉음 소리가 나자 사고를 알아차렸다고 한다.
■ "흥건한 피... 돕기엔 너무 늦어"
그는 먼저 가해 차량으로 다가갔다. 차량 안에 있는 운전자와 동승자가 고통으로 신음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어 신씨는 도로변에서 피해자 세명을 발견했다. 그는 차들이 못 오게 막은 뒤 도와주려고 가까이 다가갔으나 보자마자 이들이 사망한 것을 알아챘다.
신씨는 "피가 흥건했고, 외관으로만 봐도 이 분들이 사망했다는 걸 한 눈에 알아봤다"면서 "어떤 의사가 오더라도 손 쓰기 어려울 정도로 처참했다"고 전했다.
그는 차가 운행해 온 방향을 따라가다가 보호펜스를 뚫고 차량이 돌진한 지점에서 피해자들을 추가로 발견했다. 그는 "이렇게까지 사람이 많이 죽어 있는 줄 몰랐다"며 "예전에 건설현장에서 일하면서 온갖 사고를 봤지만 이런 큰 사고는 처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씨는 "그쪽에서 한 사람이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며 "그 사람에게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 '나도 모르겠다', '뭔가 툭 치고 지나갔는데 나는 지금 깨어났다'"고 했다. 신씨가 괜찮은지 물었으나 해당 피해자는 말을 못했다고 했다.
신씨는 이후에도 현장을 지키며 다른 차량이 오지 못하게 막았다고 한다. 그는 "도우려고 한 세네 번 왔다 갔다 하니까 그때 경찰이 왔다. 한 18분쯤 뒤였다"며 "지켜보다가 마지막으로 경찰들이 떠날 때, 새벽 5시쯤 나도 자리를 떠났다"고 말했다.
■ "매일 찾아와 희생자 명복 빌어"
신씨는 사고 후 이튿날부터 지난 11일까지 10일간 매일 사고 현장을 찾았다. 그는 자신이 사고 피해자가 될 수도 있었다는 생각에 안도감과 미안함을 함께 느낀다고 했다. 그는 "나도 종이 한 장 차이로 사고를 면할 수 있었다"면서 "현장에 있었는데도 많이 도와줄 수가 없어 미안하고 마음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운전자에 대해서는 "일방통행 도로에서 역주행을 했는데, 정말 급발진이었더라도 차라리 가게 같은 곳에 박았으면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지 않았겠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신씨는 지난 11일 사고 현장 인근에 차려진 서울시 중구청 소속 심리지원센터에서 상담을 받았다. 30분이 넘는 긴 상담을 거치고 신씨의 표점은 조금 편안해졌다. 신씨는 "그냥 있으면 잊을 수 없어 나도 모르게 발길이 이쪽으로 향한다"면서 "죽은 사람들에게 명복이라도 빌고 인사도 해야한다"고 말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