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저' 트럼프, '흙수저' 러닝메이트 골라 3번째 대선 도전
2024.07.16 10:56
수정 : 2024.07.16 13:5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이달 총격에서 살아남은 이후 전국적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5일(현지시간) 미 대선에 출마할 공화당 대선 후보로 공식 확정됐다. 그는 부통령 후보로 정치 신인 J.D. 밴스 상원의원(오하이오주)을 택했으며 민주당 진영에서는 밴스를 견제하는 동시에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대선 후보 지명을 서두를 예정이다.
트럼프, 3번째 공화당 대선 후보
미 공화당은 15일 미 위스콘신주 밀워키의 실내 경기장인 파이서브포럼에서 전당대회를 열고 대선 후보 지명 투표를 시작했다.
뉴저지주 대표로 나선 마이클 테스타 상원의원은 뉴저지주에 속한 12명의 대의원들이 모두 트럼프에게 투표한다고 밝힌 뒤 "지난 13일 (총격) 사건에도 불구하고 트럼프에게 투표할 수 있다는 점에 감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중들은 플로리다주의 발표 순서에 트럼프의 차남인 에릭 트럼프가 대표로 나와 아버지를 지지한다고 밝히자 환호했다. 반면 트럼프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가 켄터키주 대표로 나서자 행사장 곳곳에서는 야유가 쏟아졌다.
공화당의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루이지애나주)은 이날 집계 결과 전당대회에 참여한 대의원 2429명 가운데 42명을 제외한 2387명의 지지로 트럼프가 공화당의 공식 대선 후보가 되었다고 선언했다. 노스캐롤라이나주(12명), 버지니아주(6명), 미시간주(4명), 워싱턴DC(19명), 사우스다코다주(1명)의 일부 대의원들은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았다. CNN은 이와 관련해 반란표 중 일부가 경선에서 중도 하차한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에게 배정된 숫자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미 지난 3월에 대의원 과반을 확보했던 트럼프는 오는 18일 전당대회 폐막식에 후보 수락 연설을 할 예정이다. 트럼프는 2016년과 2020년에 이어 3번째 대선 후보에 오르면서 현직 대통령인 바이든과 싸울 예정이다.
미 대선 역사에서 한번 건너뛰고 다시 당선된 대통령은 그로버 클리블랜드가 유일하다. 민주당 소속이었던 클리블랜드는 1884년 대선에 승리하여 22대 미 대통령을 지낸 뒤 1888년 연임에 도전했다가 낙선했다. 그는 1892년 대선에 다시 출마해 23대 대통령이었던 공화당의 벤저민 해리슨과 싸워 결국 24대 대통령이 됐다. 미 수정헌법 22조는 연임 여부와 상관없이 4년 임기의 대통령직을 최대 2번까지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트럼프는 이번 대선에서 승리하더라도 2028년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부통령은 30대 '흙수저' 신인 밴스
트럼프는 전당대회 당일, 지명 투표가 끝나기 전에 자신이 세운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부통령 후보를 발표했다. 그는 "오랜 숙고와 생각을 거쳐 가장 부통령직을 수행하기에 적합한 인물은 오하이오주 연방 상원의원 J.D. 밴스라고 결정했다"고 밝혔다. 같은날 전당대회에 모인 공화당 관계자들은 구두 투표로 밴스를 부통령 후보로 지명했다.
올해 39세인 벤스는 지난 1952년 이래 최연소 부통령 후보다. 그는 오하이오주의 가난한 백인 가정에서 태어난 이른바 '흙수저' 출신이지만, 자수성가로 사업을 일궈 부유한 집안 출신인 트럼프와 대조를 이룬다. 그는 해병대에 입대해 이라크에서 복무했으며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했다. 밴스는 2016년 출간한 자서전 '힐빌리의 노래'로 유명세를 탔다. 공화당 당원으로 활동한 초기에는 트럼프를 비판했지만 2018년부터 트럼프 지지세력으로 돌아섰다. 그는 트럼프가 2020년 대선에 불복할 당시 트럼프 편을 들었으며 2022년 중간 선거에서 오하이오주 상원의원에 당선됐다.
트럼프는 밴스가 앞으로 선거 운동 과정에서 펜실베이니아주, 미시간주, 위스콘신주, 오하이오주, 미네소타주 등의 노동자 및 농민들에 "강도 높게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지 매체들은 트럼프가 흙수저 출신 초선 의원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한 배경에 대해 쇠락한 산업지대인 '러스트 밸트'의 저소득 유권자를 공략할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동시에 젊은 밴스는 고령 논란을 떨치지 못한 바이든과 대조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은 밴스의 지명 당일 소셜미디어 엑스(X)에 글을 올려 "밴스는 노동자 계층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이제 그는 트럼프와 함께 부자 감세 및 중산층에 대한 증세를 진행하고자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밴스에 대해 "현안에 있어 트럼프의 복제인간"이라며 "차이를 전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바이든, 본격적으로 트럼프 저지 준비
지난달 토론 패배와 이달 트럼프 피격 사건으로 수세에 몰린 바이든은 공화당에서 대선 후보를 확정하자 이에 맞서기 위해 공격적인 선거 운동에 나섰다.
바이든은 16일 전미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 창립 115주년 총회에 참석하고 다음날 히스패닉 민권 단체인 유니도스 행사에서 연설할 예정이다. NAACP는 인종차별 타도 및 흑인 유권자 권익 확대를 위한 조직으로 16~17일 일정 모두 유색인종 유권자들의 표를 얻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
바이든은 15일 공개된 NBC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를 겨냥해 "나는 취임 첫 날 독재자가 되겠다고 말한 사람이 아니고, 선거 결과를 받아들이기를 거부하는 사람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승리할 때에만 나라를 사랑할 수는 없다. 그가 말한 것들을 좀 생각해 보라"면서 지난 8일 발언에 대해서는 실수라고 말했다.
바이든은 당시 후원자들과의 통화에서 "트럼프를 과녁 중앙에 놓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공화당 인사들은 트럼프가 지난 13일 실제로 총격을 당하자 바이든이 총격을 선동했다고 공격했다.
바이든은 이번 총격이 대선에 미칠 영향에 대해 "나도 모르고 당신도 모른다"고 답했다. 81세의 바이든은 "나는 늙었다"면서도 "그러나 나는 단지 트럼프보다 3살 더 많을 뿐이다. 나의 인지력은 매우 좋으며, 나는 역대 어느 대통령이 한 일보다 많은 일을 지난 3년 반 동안 해 냈다"고 강조했다.
한편 미 민주당은 8월 19~22일 전당대회를 열고 대선 후보를 지명한다. 이와 관련해 15일 현지 매체들은 민주당 진영에서 화상회의 등을 이용해 바이든을 이달 안에 민주당 대선 후보로 조기 지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바이든 선거 캠프 대변인은 같은날 CNN을 통해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이 밴스와 토론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토론에 참여하라는 CBS 뉴스 제안을 수락했으며, 매우 느낌이 좋다"고 말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