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수출 줄어 들고 대유럽 수출 늘어난다...이유 봤더니

      2024.07.16 12:00   수정 : 2024.07.16 12: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현재 양호한 흐름을 보이는 대(對)미 소비재 수출 증가세가 향후 완만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고물가·고금리 여파로 미국 가계의 소비여력이 줄어들며 자동차 등 내구재 소비 약화흐름이 당분간 이어진 가운데 임금상승세도 둔화해서다.

반면 유럽은 실질소득 확대, 선제적인 금리 인하 등에 힘입어 제조업 경기가 살아나면서 내년께 대유럽 수출 개선세가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제시된다.

■고물가·고금리에 초과저축 여력 ‘뚝’...“둔화 흐름 이어진다”
16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BOK이슈노트 ‘미국과 유로지역의 소비흐름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따르면 미국의 개인소비는 지난해 하반기에 2분기 연속으로 전기 대비 3% 성장하는 등 견조했으나 올해 1분기에는 1.5%, 4~5월 중에는 1.2% 성장하며 증가폭이 상당폭 둔화됐다.

특히 서비스 소비보다 재화 소비가 크게 감소했는데 금리에 민감하고 가격이 높은 자동차, 정보기술(IT) 기기 등 내구재 소비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월평균 자동차 소비 증감률은 지난해 하반기에 전분기 대비 1.7% 하락에서 올해 1~5월 중 3.7% 하락으로 감소폭이 더 컸다. 같은 기간 IT기기는 9.9% 성장에서 1.3% 성장으로 증가폭이 크게 줄었다.

아울러 식료품 등 저소득층 소비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생필품의 소비도 줄고 있다. 미국의 월평균 식료품 소비는 지난해 하반기 0.7% 증가했으나 올해 1월부터 5월까지는 0.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같은 소비 약화는 그간 소비 모멘텀을 지지한 가계 초과저축이 올해 3월경 소진된 영향이다. 미국의 초과저축 규모는 지난 2021년 8월 2조1000억달러에서 올해 4월 -2000억달러까지 떨어졌다. 특히 자산·소득규모가 작고 신용도가 낮은 취약 가계의 소비여력은 상대적으로 더 감소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한은의 설명이다.

이에 더해 고물가·고금리 영향이 누적되면서 가계 부담이 장기간 지속된 것도 소비 하락의 요인이다. 미국의 CPI는 3월 3.5%에서 4월 3.4%, 5월 3.3%로 전반적으로 둔화하고 있으나 가계는 여전히 ‘생활비 물가’를 지난 2분기에도 가장 큰 재정부담으로 인식하고 있다. 또 취업자수 증가폭이 지난해 4분기 21만2000명에서 올해 2분기 17만7000명으로 줄어드는 등 향후 고용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향후 미국의 소비 둔화 흐름이 쉽게 반전되기 어려운 만큼 대미 소비재 수출 증가세가 점차 낮아진다는 전망이다. 이슈노트를 작성한 이현아 한은 조사국 미국유럽경제팀 과장은 “미국 소비는 이러한 추세를 감안하면 앞으로도 둔화흐름을 지속하겠으며 노동수급도 균형을 찾아감에 따라 내년 이후 장기추세 수준에 점차 수렴할 전망”이라며 “금리에 민감하고 고가인 내구재소비 약화흐름이 당분간 이어지고 노동시장 긴장도(tightness) 완화로 임금상승세도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부진한 유럽 소비 ‘전환점’ 도달...“금리 인하로 탄력 받는다”
반대로 2022년 이후 펜트업(억눌린 소비가 폭발하는 현상) 효과가 소멸되고 러·우 전쟁, 금리 인상 등으로 미약한 증가세를 보이는 유로지역 민간소비는 향후 반등할 전망이다. 최근 가계 실질소득이 증가 전환하는 등 팬데믹 이후 지속해서 부진한 소비가 최근 전환점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현재 유로지역의 소비는 미국보다 크게 위축된 상태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유럽도 물가와 노동시장에 의해 임금이 상승했으나 제조업 의존도가 유로지역은 제조업 경기가 장기가 위축되면서 실질 소득이 크게 부진했다. 노조 중심의 임금 협상 방식에 의해 임금상승이 지연되면서 실질 임금도 감소했다. 이에 올해 유로지역의 1분기 GDP 성장률은 전기 대비 0.3%로 예상치(0.1%)를 상회했으나 이는 외국인 관광 등 서비스 수출에 주로 기인했고 민간소비는 0.2%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또한 에너지, 식료품 수입의존도가 높은 유로지역의 특성상 러·우 전쟁의 여파에 직접적으로 노출됐다는 평가다. 특히 소비 바스켓에서 에너지 비중이 높은 프랑스, 벨기에, 독일, 핀란드 등의 가계소비가 크게 부진했다. 이에 유럽의 가계들은 가계소득이 제한된 상황에서 필수소비재의 높은 물가를 감내하기 위해 비내구재 등 재화소비 규모를 축소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고금리 영향도 미국보다 더 컸다. 대부분 유로지역 국가의 저축률이 팬데믹 이전보다 높은데이는 러·우 전쟁과 고금리로 가계의 저축동기가 크게 확대된 결과다. 유로지역의 모기지대출 중 고정금리 비중이 2022년말 기준 약 74.5%로 미국(95%)에 비해 낮아 상대적으로 변동금리 비중이 높은 것도 영향을 끼쳤다.

한은은 이같은 유로지역의 재화 소비 부진이 실질소득이 늘어나면서 상쇄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1분기에 재화소비 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0.2%로 증감의 경계에 위치해 있는 만큼 향후 실질소득이 늘어날 경우 재화소비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또 유럽중앙은행(ECB)가 지난달 금리 인하를 개시했고 향후 점진적으로 통화 긴축 완화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금리에 민감한 내구재 소비를 중심으로 개선효과가 나타난다는 전망이다.


이슈노트를 작성한 고민지 한은 조사국 국제종합팀 과장은 “재화를 중심으로 소비부진이 완화될 경우, 제조업 중심의 국가에서 ‘생산 → 소득→ 소비’의 선순환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날 수 있다”이라며 “실질소득 확대, 금융여건 완화 등에 힘입어 소비와제조업경기가 나아질 경우 그간 부진했던 대유로지역 수출이 시차를 두고 개선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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