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신자살 하려던 청소년, 협상 전문 경찰이 구했다

      2024.07.16 14:30   수정 : 2024.07.16 14:3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경찰이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옥상에서 투신 자살하려는 청소년을 구조했다. 사전에 훈련받은 '위기 협상 전문요원'들이 2시간 30분 동안 대화하면서 친밀감(라포)을 형성해 심리적 안정을 찾도록 도운 결과다.

16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서초경찰서는 전날 오후 8시 20분쯤 'A군이 강남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릴거라고 한다'는 지인의 신고를 접수했다.



경찰은 A군의 휴대폰 위치값이 수시로 변동함에 따라 추적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후 신고자가 보낸 사진을 토대로 A군이 위치한 아파트를 추정, 15개 동을 집중 수색해 서울 서초동의 한 아파트 23층 옥상으로 위치를 특정했다. 낙하지점 주변으로는 에어매트 6개를 설치하고 옥상으로 진입했다.

서초경찰서 위기협상 전문요원과 파출소 경찰관들은 오후 9시 45분쯤 안전바 없는 아파트 옥상 난간에 쪼그려 앉아 있는 A군을 발견했다. 그러나 A군이 건물 외벽 좁은 공간 끝에 걸터앉아 뛰어내릴 듯한 행동을 반복해 쉽사리 접근하지 못했다.


이때부터 남여 한 명씩으로 구성된 위기협상팀이 전담해 A군과 대화를 시작했다. 사는 곳, 가족관계, 좋아하는 음식 등을 물으며 자연스러운 대화를 유도한 뒤 '누나', '형'이라는 호칭을 사용하도록 하면서 친밀감을 형성했다. A군의 건강상태를 체크하고 음료를 전달하기도 했다.

처음에 거부 반응을 보이던 A군은 '고맙다'는 위기협상팀의 말과 칭찬에 대화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오후 11시쯤 휴대폰 배터리가 떨어진 A군이 보조배터리를 요구하자 협상팀은 조금 더 가까이 와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스스로 넘어 오겠다고 화답하며 난간 안쪽으로 다가오는 A군의 손을 붙잡아 끈 뒤 특공대원이 상체를 잡고 안전하게 구조했다.

서초경찰서는 전국 최초로 자살 기도자를 구조하기 위한 '위기협상 전문요원'을 선발해 운영하고 있다.
지난 5월 이들을 대상으로 위기상황별 집중 교육을 완료하고 6월부터 현장에 투입했다. 강력팀 남성 경찰 7명, 여성청소년수사팀 여경 4명 등이 납치감금, 인질강도 등의 사건에서 활약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순찰차, 소방대 경광등을 소등하고 시민 등을 해산조치함으로써 투신자살을 마음먹은 미성년자를 자극할 수 있는 환경을 제거했다"며 "전국 경찰서에서 위기협상 전문요원을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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