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의 열정과 더위를 이기는 힘… 새로운 '나'를 발견하다

      2024.07.16 18:07   수정 : 2024.07.16 18:22기사원문
폭우가 지나가고 천둥이 지나가고 어두컴컴한 먹구름이 세상을 덮어 순간 태양이 사라진 세상의 공포를 잠시 체험하다가 불의 세상을 떠올리는 태양의 불볕 세상을 경험하고 있다.

여름이다. 뫼르소가 태양 때문에 방아쇠를 누른 순간의 착각을 우리가 누리는 것은 아니지만 여름은 강력한 체험의 경험을 누리는 계절인 것은 맞다.

뜨거운 모래 속에 몸을 묻는 사람들은 모래에 안겨 바다 내음으로 호흡을 한다. 모래의 옷을 입고 바다의 가슴에 안겨 세상의 산과 계곡과 세계의 거리를 껴안아 보는 상상의 세계를 경험해 보는 여름이다.


더위를 이기는 힘은 자신을 이기는 힘과 거의 수평이다. 뭔가 '이기는' 힘을 느끼는 그 순간의 몰입은 새로운 창작열에 불을 지피는 기적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땀을 흘리는 경험은 자기를 재생산하는 경험이다. 새로운 자기를 창업하는 생산력의 출발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는다. 나를 뛰어넘는 과도한 의지와 이기는 힘으로 여름은 모든 사람에게 창조의 능력을 부여한다.

사람도 나무와 다르지 않다. 그 이기는 힘으로 속내를 익혀 열매를 탄생시키는 일 아닌가.

그러므로 자기도 모르는 자기를 재탄생시키고 새로운 자기로 살아가는 기쁨을 생산할 수 있는 것도 여름이다. 그러므로 새로운 경험을 이끄는 땀의 열정은 시들해 가는 인간을 생생히 살아 있는 인간으로 변화시키며 경직된 모습에서 활기 넘치는 상태로 이어가는 힘이 되어 주는 것이다.

여름이다. 나는 다시 말한다. 우리에게 여름이 주어졌다. 선물이다. 선물에는 답이 필요하다. 무엇이라고 선물에 대한 답을 할 것인가. 나는 요즘 친구가 양말을 한 켤레 주면 나는 두 개를 주어야 한다는 마음이 있다. 실현될 수 없을지라도 살아 있을 때 갚는다는 기특한 생각으로 말이다. 그러나 이 주어진 선물, 여름에 대해 두 배로 준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덥다 덥다 하면서 사실 나는 여름을 즐긴다. 폭우도 즐겼고 폭풍도 무서워 무서워 하며 즐겼다. 비가 내리는 밤에 창밖으로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나는 시를 생각했고 폭우, 폭풍, 천둥을 도무지 무엇이라고 해야 하나 고민했었다.

사유를 불러일으키는 모든 삶은 선물이다. 귀찮은 모기 한 마리도 선물로 생각해 보는, 거대한 의문의 이 시간을, 땀에 지치는 이 여름에 무엇을 할 것인가, 무엇을 생각할 것인가, 무엇을 표현해야 할 것인가. 나는 생각한다. 모양도 크기도 없지만, 나 자신으로서의 최선을 내가 가능할 정도로만 무엇인가를 한다. 하는 것이다. 자기 입장에서 '최선'은 가장 큰 선물일 것이다. 다시 생각한다. 일기라도 산책이라도 오래 안부를 전하지 못한 누구에게 전화를 해서 여름 안부를 묻는 것도 그렇다. 모두 여름 선물에 대한 도리일지 모른다.

죽은 마른 가지에 새잎 돋는 봄을 지나 깊숙이 보이지 않았던 의지와 인내를 솟구치게 하는 충만의 여름을 주시고, 잔잔하게 밤낮이 오는 명상적 가을이 올 것이니 그 깊은 울림으로 겨울을 또한 이겨내니라.

연두에서 연초록으로 다시 진초록에서 검푸른 초록을 바라보노라면 세상의 변화가 곧 내 마음의 변화와도 닮았다는 생각을 한다. 하늘도 바다도 산도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그와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인들 멈추어 있겠는가. 곧 만지면 초록이 묻어날 듯, 저 검푸르게 익은 나무 빛도 붉은 빛으로 변화의 길을 걸을 것이다. 문득 언젠가 여름에 쓴 '결혼기념일'이란 시가 생각난다. 마지막 부분이다.

거기가 어딘지

이불 확 덮고 당신에게 문자라도 쳐 볼 것인가 가거나 말거나 문자랍시고 쳐 놓았더니

앞산 시퍼런 잎들이 무슨 기별 받은 것같이 내 쪽으로 달려 오는 듯하다

폭염경보주의보가 찍힌다

결혼은 폭염경보 같은 것이었다

당신 없는 결혼기념일

푸른 잎들이 내 몸으로부터 자꾸만 멀어지고 있는 여름 여름이 가고 있다

결혼이란 모든 비유가 다 맞는다. 그 모든 사람 사는 이야기가 결혼 속에는 있다. 내 경우 폭염경보 같은 것이었지만 폭염위기 같은 것이었지만 인생 폭염은 얼음도 부채도 없었지만, 얇은 그늘도 없었지만 들어야 할 무게는 천근만근이었지만, 다만 그 무게를 홀로 들어 올려야 했지만 천번만번 들었다 놓았다 하면서 여름은 내 등 뒤를 지나가고 있었다.

나는 이를 악물고 견뎠다. 왜? 이 순간을 언젠가 반드시 기록할 것이라는 자신과의 다짐이 순간의 죽음을 견디게 하였다. 그래서 살아났다고 생각한다. 내가 나를 기록할 것이라는 사회적 욕망으로 배를 채우고 가슴을 채우고 온 몸을 채우며 살아내었다.

위기에서 필요한 것은 목표다. 지금은 문드러지고 내일은 살아나는 각본을 지키는 일이다.
오늘 굴욕으로 배를 채우더라도 내일은 자존으로 일어서야 한다는 사막의 가시나무 같은 의지를 상상하면서 불행에 깔려 넘어지는 것이 아니라 불행을 두 발로 뭉개고 일어서는 망상이라도 생각하면서 헛웃음을 흘리며 살아내는 것이다.

아 여름이다.
여름 안에는 잘 익은 수박 같은 단물이 있다. 여름을 이기는 기도 같은 소망이 쌀알만큼이라도 있다면 말이지…. 선물이다 여름이다 여름.



신달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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