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발진 의심 사고 증가세… 차량 결함 인정사례는 '0건'

      2024.07.16 18:08   수정 : 2024.07.16 18:08기사원문
급발진 의심 사고가 늘고 있지만 현재까지 운전자들이 차량제조업체를 상대로 낸 민사소송에선 법원이 제조사측 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확정 판결이 '제로'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사고 후 운전자가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으로 기소돼 받는 형사재판에선 법원이 운전자에 무죄를 내린 판결이 종종 나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조계에선 지난 1일 발생한 서울 시청역 인근 차량 돌진사고에서도 운전자 차모씨가 차량제조업체를 상대로 책임을 묻는다해도 승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 형사 재판에선 '운전자 과실' 무죄 판결 다수

16일 파이낸셜뉴스가 급발진 의심사고 주요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으로 운전자가 기소된 형사재판에선 종종 무죄 판결이 나왔다. 운전자 과실로 보기엔 검찰측이 들이댄 증거가 충분치 않다는 취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판단이 있었지만 법원은 이에 대해서도 확실한 증거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지난 2022년 11월 제주지방법원이 내린 판결이 대표적이다. 운전자 A씨가 몰던 승용차는 지난 2021년 5월께 신호대기중 갑자기 전방의 승용차를 들이받고 교차로로 진입한 후 우회전해 역주행하기 시작했다. 이후 이 차는 인도쪽에 붙어 경계석을 긁다가 또다른 차량과 신호등 기둥을 연달아 들이받고 멈춰섰다. A씨의 차는 멈춘 후에도 3초간 굉음을 냈다. A씨는 급발진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국과수가 내놓은 EDR 분석자료 등을 보면 피고인의 차량은 1차 충돌부터 3차 충돌에 이르기까지 계속해서 일정하게 가속페달이 작동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운전자가 고의로 차량을 가속할 것이 아니라면 페달에서 발을 떼거나 브레이크를 밟는 등 밟는 페달을 바꾸는 것이 당연하고, 엔진의 분당회전수(RPM) 및 속도에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지난 2020년 의정부지법은 중앙선을 넘어 역주행하다가 편의점에 있던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에 대해 "운전 차량에 결함이 없다는 국과수 감정을 근거로는 피고인에게 과실이 있다고 추단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신 '제동등이 켜지지 않았다는 점을 운전자 과실 근거로 삼을 수 없다'는 자동차학과 교수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운전자 본인이 상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들어 35초 가량 지속된 비정상적인 운행을 운전자 과실이라고 보기 어렵다고도 언급했다.

■ 제조사 대상 급발진 승소 판결은 '제로'

법조계에선 지난 1일 시청역 인근에서 사고를 낸 차량 운전자가 급발진 주장을 인정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국과수는 지난 11일 운전자 과실에 무게를 둔 차량 감정 결과를 경찰에 통보했다. 국과수는 EDR 분석 결과 운전자 차가 가속페달(액셀)을 90%이랑 밟은 것으로 추정했다.

아울러 형사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는다 해도 민사에서 제조사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차량 결함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무죄가 확정된 사건은 상당수 있지만 민사에서 급발진을 인정한 사례는 2018년 호남고속도로에서 BMW 차량을 타고 가던 부부 사망 사고가 유일하다. 이 사건은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교통사고 전문 정경일 변호사(법무법인 엘엔엘)는 "운전자 과실 여부만을 따지는 형사와 달리 민사는 제조물책임법상 제품 결함을 인정하는 조건을 피해자 측이 증명해야 한다"며 "향후 형사 재판에서 무죄를 받는다면 처벌을 받지 않을 뿐이지 민사에서 책임을 면하기는 어렵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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