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뚝뚝' 수박 껍질이 가루로… 음쓰 당번 탈출

      2024.07.16 18:23   수정 : 2024.07.16 18:23기사원문
남자들은 여름이 두렵다. 정확히 말하면 기혼 남성들이 그렇다. 겨울에는 일주일에 한번 정도 버리면 되는 음식물쓰레기. 하지만 여름이 되면 매일같이 버려야 한다.

퇴근하고 들어오면 옷도 갈아입기 전에 곧바로 음식물쓰레기를 버리러 나가야 한다. 이럴 땐 퇴근하고 또다시 출근하는 기분마저 든다.
어쩌다 이틀 정도 음식물쓰레기를 묵히면 어김없이 벌레들의 천국이 된다. 퀴퀴한 냄새는 주방을 넘어 집안 곳곳에 스며든다.

이런 시기에 우연히 휴롬 '음식물처리기 2세대' 제품을 열흘 정도 쓸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처음에는 작은 주방에 가전 한 대 더 들여놓는다는 게 부담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고작 열흘이니 괜찮겠다 싶어 결정했다.

오랜 기간 가전을 담당해온 기자는 10여년 전 음식물처리기가 '반짝' 주목을 받던 시기를 떠올릴 수 있다. 당시 편리하긴 하지만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냄새가 주방 가득 퍼지고, 여기에 적지 않은 소음과 함께 전력소모량 역시 많아 이후 인기가 시들해졌다.

하지만 최근 출시되는 음식물처리기는 이러한 단점을 보완했다고 강조한다. 여기에 '편리미엄'을 추구하는 MZ세대를 중심으로 음식물처리기 인기가 다시 부활하는 분위기다. 아무튼 '걱정 반 기대 반' 마음으로 소심하게 멜론과 수박, 사과 등 과일 껍질을 조금 넣고 음식물처리기를 처음 가동했다.

가장 우려했던 냄새는 없었다. 여기에 처음 넣었던 음식물쓰레기 양이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것을 확인했다. 다시 사용설명서를 보니 국물이 많은 음식물도 가루로 만들어 음식물쓰레기 부피를 최대 96% 줄일 수 있다고 나와 있다. 여기에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바삭하게 건조된 점도 만족스러웠다.

이번에는 조금 더 과감하게 싱크대 하수구 거름망에 있는 음식물쓰레기를 넣어봤다. 그래도 냄새는 없었고, 마찬가지로 부피가 크게 줄어들며 뽀송하게 건조된 무언가만 남아 있었다.

이번에는 싱크대 하수구 거름망에 있는 음식물쓰레기에 냉동실에 오래 있던 음식물을 더해 최대한 가득 넣은 뒤 가동을 해봤다. 사용설명서에 최대 2.5L까지 처리한다고 나온 걸 보니 아마 그 정도였던 듯하다.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마찬가지로 부피는 10분의 1 정도로 줄었으며, 건조도 충분히 돼 있었다. 바삭해진 음식물쓰레기를 보며 '한번 먹어볼까'하는 충동이 있었지만, 다행히 실천에 옮기지는 않았다.

결론적으로 음식물처리기, 집안 어딘가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작은 신대륙을 발견한 느낌이었다.
아내 역시 만족해 했다. 음식물처리기를 반납해야 할 시간이 다가온다.
이참에 아예 하나 구매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butter@fnnews.com 강경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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