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는 ‘탈모’도 같을까?

      2024.07.20 07:00   수정 : 2024.07.20 07: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탈모 백과사전은 모발이식 명의로 잘 알려진 모제림 황정욱 대표원장이 탈모 및 모발이식과 관련한 정보를 전하는 전문가 칼럼으로, 탈모 자가진단 방법, 다양한 탈모 발현 유형, 모발이식 수술, 탈모치료 약물 등 자세한 이야기를 전문가에게 직접 전해 들을 수 있다. <편집자 주>


지난 2001년 한 유력 신문에 흥미로운 광고가 실렸다. 탈모치료제 복용 후의 효과를 비교하기 위한 광고로, 탈모 일란성 쌍둥이 5쌍이 모델로 나선 것이다.

쌍둥이 중 한 사람은 탈모치료제를 복용하고 다른 한 사람은 복용하지 않은 뒤, 그 비교 결과를 사람들에게 알렸다. 탈모치료제를 7개월 복용한 그룹은 모발이 자라난 반면, 그렇지 않은 그룹은 변화가 없었다.


이 광고에는 ‘탈모 유전자를 보유한 일란성 쌍둥이는 똑같이 모발이 빠진다’는 전제조건이 있었다. 과연 탈모 유전자를 타고난 일란성 쌍둥이는 모두 탈모가 발현될까?
일란성 쌍둥이 둘 다 동시 안드로겐 탈모가 발생할 확률은 80% 정도로 본다. 2013년 5월에 미국의 한 학회지에는 일란성 쌍둥이 중 한 명만의 모발 탈락 비율이 20%대였다는 보고도 있었다. 조사기관 마다 차이가 있지만 일란성 쌍둥이의 동시 안드로겐 탈모 발현 가능성은 80~90%에 이른다.

이 같은 높은 수치는 다른 유전 질환에서도 비슷하다. 아토피 피부염의 동시 발생률은 일란성 쌍둥이 80% 안팎, 이란성 쌍둥이 20% 내외다. 당뇨병도 일란성 쌍둥이의 동시 발병률은 50~90%에 이른다.

그러나 탈모를 비롯한 모든 유전 질환이 필히 발현되는 것은 아니다.

후천적으로 생긴 생활 속의 변화에 의해 유전자 발현이 조절되기 때문이다. 탈모 유전자는 기능이 알려진 것만 해도 12개 정도다. 다인자 유전 질환인 탈모가 되려면 다양한 환경 조건도 맞아야 한다. 섭생, 영양상태, 두피 건강, 자외선, 음주, 스트레스, 운동, 약물 복용, 파마 등 다양하다.

최근 쌍둥이 출생률이 이전에 비해 높아졌다. 전통사회에서 쌍둥이가 태어날 확률은 0.3% 정도로, 1000명 중의 3명 꼴이었다. 그런데 현대 미국에서는 30쌍 부부 중 1부부 꼴로 쌍둥이를 낳고 있다. 고령 출산, 시험관 수정, 임신 촉진제 사용 등이 늘었기 때문이다.

쌍둥이는 일란성과 이란성이 있다.

여성은 배란기에 보통 1개의 난자를 방출하게 된다. 일란성 쌍둥이는 1개의 난자에 1개의 정자가 수정된 경우다. 수정된 접합체가 둘로 세포 분열해 성장한 결과 동일 유전자를 갖고 있다. 성별, 외모, 혈액형 등이 모두 같다. 다만 분리 과정에서의 변이로 인해 100% 같을 수는 없다. 또 태중에서의 작은 돌연변이 가능성, 태반을 통한 영양 공급 차이, 출생 후 접하는 다양한 환경 등의 영향으로 조금씩 차이가 나게 된다. 일란성 쌍둥이가 각자 낳은 자녀의 유전 관계는 친형제와 사촌의 중간 정도에 위치한다. 이복형제와 비슷하다.

그런데 여성의 난자가 2개 이상 방출되는 경우가 있다. 이때 2개 이상의 난자가 서로 다른 정자와 수정된 게 이란성 쌍둥이다. 서로 다른 난자와 정자가 결합한 이란성은 성별이나 외모, 혈액형 등이 다를 수 있다. 유전자가 다르기에 터울을 갖고 태어난 다른 형제자매와 다를 바 없다.

이란성 쌍둥이는 유전자가 다르다. 한 명이 탈모 유전자를 보유했어도 다른 한 명에게는 없을 수 있다. 또 둘 다 탈모 유전자를 받았어도 환경에 따라 발현 여부는 다르다. 탈모도 여느 형제자매의 관계나 마찬가지다.
일란성 쌍둥이는 한 명에게 탈모 유전자가 있으면 다른 한 명도 똑같이 타고난다. 따라서 한 명이 탈모가 되면 다른 한 명의 탈모 가능성도 높다.
다만 후생적인 환경 영향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 황정욱 모제림성형외과 원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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