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닉바잉, 예견된 미래

      2024.07.17 18:07   수정 : 2024.07.17 19:57기사원문
또다시 부동산 시장에 '패닉바잉(Panic Buying)'이라는 말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패닉바잉은 공급을 늘리기보다는 수요를 억제하면서 부동산 시장을 억눌렀던 문재인 정부 후반기에 기승을 부렸다.

사실 패닉바잉은 스포츠 분야에서 주로 사용하는 말이다.

패닉바잉은 미래를 예측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을 우려해 과다 지급 또는 구매하는 비이성적 행위를 뜻한다. 스포츠 선수 이적시장에서 영입대상이 줄어들 때 거액의 이적료를 들여 선수를 데려오는 현상이 대표적이다.


지금은 부동산 시장에서 흔히 사용하고 있지만 패닉바잉을 부동산 시장으로 끌어낸 것은 파이낸셜뉴스의 공이 컸다. 본지는 2020년 6월 15일자 신문에 "하반기 부동산 패닉 바이(Panic Buy) 현실화?"라고 보도했다. 당시 기사에서 "수도권 비규제 지역의 상승세가 이어지자 정부가 21번째 부동산 규제카드를 경고하고 나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기대하는 정책효과보다 오히려 정책 실패에 따른 부동산 시장 상승세로 인해 매수 대기자 사이에서 '패닉 바이(Panic Buy)'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고 진단했다. 이후 패닉바이는 패닉바잉으로 변신하며 '묻지마 매수'라는 말을 대신하게 됐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 나타난 패닉바잉 현상은 어떻게 보면 예견된 것이다. 다른 시장과 마찬가지로 부동산 시장은 수요·공급의 원칙에 따라 가격이 정해진다.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이 하락하거나 보합권에 머문다. 공급이 줄어들면 수요자들은 이를 귀신같이 알고 매수에 나서면서 가격을 끌어올린다. 그 때문에 이를 조절할 정부의 '보이지 않는 손'이 필요하다.

수요·공급의 원칙이 깨지면서 가격왜곡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정부의 보이지 않는 손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수요를 억제하는 데 초점을 맞춘 탓에 공급을 제대로 늘리지 못했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가계대출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탓에 과수요를 방치했다. 두 가지 현상이 합쳐져 지금의 패닉바잉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아파트는 착공 후 입주 때까지 3~4년 이상 걸린다. 문재인 정부 후반기 착공한 물량은 윤석열 정부 초반기 입주물량이 되는 셈이다. 7월 현재 서울·수도권 입주물량은 2013년 7월 이래 가장 적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7월 서울·수도권은 2749가구가 입주하는데 지난 2013년 7월(2094가구) 이래 월간 기준으로 가장 적다.

그렇다면 향후 부동산 시장을 엿볼 수 있는 착공물량을 보자. 올해 1·4분기 전국의 아파트 착공실적은 역대 두 번째로 저조했다. 국토교통부 통계누리 '주택건설실적통계(착공)'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전국 아파트 착공실적은 3만7793가구로, 전년 동기(4만6128가구) 대비 18% 감소했다. 이는 2011년부터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수치다.

삼성증권은 최근 '주택시장 전망 2014년 데자뷔' 보고서를 통해 공급충격이 시작됐다고 진단하고 있다. 2022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경색은 아파트 분양시장에 큰 타격을 줬다. 2023년 분양 급감으로 2026년까지 입주량 감소는 예견된 미래다. 설상가상으로 아파트 대체재인 빌라의 2024년 준공실적이 빌라 전세사기, 역전세 여파로 전년 대비 4분의 1가량으로 떨어졌다. 오피스텔 준공물량도 전년 대비 절반가량이다.

그 때문에 부동산 전문가 사이에서 2026년 아파트 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내 집 마련에 나서야 하는 서민들은 밤잠을 설치고 있다. 경제 문제를 정치화할 때 해법이 잘 보이지 않는다.
어느 순간 부동산 시장도 정치가 장악해 버렸다. 분석 대신 주장만 난무하는 상황이다.
예견된 미래조차 손놓고 있는 정부와 정치권이 야속할 뿐이다.

courage@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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