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제폭력 반복 빌미 됐다… '반의사불벌 폐지' 수면 위로
2024.07.17 18:12
수정 : 2024.07.17 18:12기사원문
■ 지난해 교제폭력 최고치…처벌 규정 따로 없어
17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교제폭력 신고 건수는 7만7150건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7년 3만6267건과 비교하면, 6년 새 2배 이상 늘었다. 미신고된 사례 등을 예상하면 실제 수치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가정폭력처벌법과 스토킹처벌법 등과 달리 교제폭력은 별도의 법이 마련돼있지 않다. 교제폭력은 통상 협박이나 폭행죄가 적용되는데, 가정폭력이나 스토킹과 달리 가해자에게 접근 금지 명령을 내릴 수 없다.
특히 협박이나 폭행죄는 피해자가 원치 않으면 처벌할 수 없다는 점이 허점으로 꼽힌다. 교제폭력의 경우 친밀한 관계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했다는 특수성이 있다. 이로 인해 가해자의 보복 등에 두려움을 느낀 피해자가 처벌불원 의사를 밝히는 경우가 많다. 재판 과정에서도 처벌불원의사로 공소가 기각되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A씨는 헤어진 전 연인 B씨에게 다시 만날 것을 요구했지만 거부당하자 B씨를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B씨의 머리를 때리고, 욕설을 하며 손목을 수차례 비틀고, 피우던 담배를 B씨의 얼굴에 던지기도 했다. 하지만 B씨가 A씨에 대한 처벌불원 의사를 밝히면서 공소가 기각됐다.
C씨는 연인관계인 D씨가 본인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식칼을 D씨의 가슴에 겨누며 "너도 죽고 나도 죽겠다"고 협박하고, D씨의 팔뚝을 수차례 가격하는 등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피해자가 C씨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폭행 혐의는 공소가 기각됐고, 특수협박 혐의에 대해서만 벌금 100만원이 선고됐다.
■ '반의사불벌 폐지' 등 교제폭력 관련 법안 추진
법조계에선 폭행 유형이 교제폭력인 경우 반의사불벌 조항을 적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치권에서도 관련 법안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최근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가정폭력처벌법에 교제폭력을 포함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가정폭력범죄'를 '가정폭력 또는 친밀한 관계 폭력 범죄'로 바꿔 교제폭력도 포함하자는 취지다. 이렇게 되면 교제폭력이 발생했을때 피해자가 신고하지 않아도 처벌할 수 있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교제폭력만 별도로 다루는 '교제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특례법안'을 발의했다. 교제폭력에 대해서는 반의사불벌 조항을 적용하지 않고, 가해자에게 접근금지 등의 명령을 할 수 있는 긴급응급조치 및 잠정조치가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윤정숙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가정폭력처벌법의 경우 피해자와 가족구성원의 인권 보호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보호처분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목적 조항 등을 함께 손볼 필요가 있다"며 "교제폭력이 스토킹범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스토킹처벌법에 교제폭력을 포괄하는 방향이 더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했다.
전윤정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보고서를 통해 "가정폭력처벌법이나 스토킹처벌법 개정으로 교제폭력을 포괄하는 경우, 각 법률의 입법목적과 법체계에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며 "법적으로 교제관계를 분명하게 정의하고 가해자 처벌 및 피해자 보호절차 집행 근거 등을 규정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특례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봤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