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캣 주주 vs SK이노 주주 '엇갈린 운명'
2024.07.19 06:57
수정 : 2024.07.19 06:5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최근 주식시장에서 두산밥캣 주주와 SK이노베이션 주주가 처한 상황이 비교돼 화제다. 닮은 듯 다른 사업 재편 과정에서 소외되긴 마찬가지지만, 한쪽은 가만히 앉아 '당한' 반면 한쪽은 최대한의 배려를 받아서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는 전일대비 250원(1.18%) 내린 2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SK이노베이션은 전일보다 3800원(3.17%) 내린 11만5900원을 기록했다. SK이노는 합병을 앞둔 16일 5300원(4.91%), 합병 결의가 있던 17일 6400원(5.65%) 등 이틀간 10% 넘게 뛰어 올랐다.
시가총액 수위를 다투는 대기업이 나타내는 변동성 장세에 주주들의 혼란도 가중되는 모습이다. 변동성이 커진 건 최근 재계에 불고 있는 사업 재편이 주주들한테 도움이 되느냐에 대한 해석이 오락가락해서다.
특히 두산과 SK는 알짜 사업을 어려운 사업에 붙여 '미래'에 베팅하는 사업 재편 방식이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두산은 로봇, SK는 배터리를 미래 먹거리로 삼았는데, 전망이 극과 극이다.
주주들을 달구는 건 '합병비율'이다. 합병비율은 합병회사 간 주식의 교환 비율을 말한다. 어느 회사가 더 많은 가치를 인정받는지를 의미한다. 어려운 기업보단 알짜 기업의 기업가치가 높아야 하지만 자본시장법상 계산은 이보다 복잡하다.
가령,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의 합병비율은 1 대 0.63으로 정해졌다. 두산밥캣 1주당 두산로보틱스 0.63주의 주식으로 교환된다는 뜻이다.
두산밥캣은 매년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는 알짜 회사다. 반면 두산로보틱스는 설립 이후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두산밥캣 주주로서는 건설장비 기업이 로봇 기업으로 편입되는 데다 새로 받는 주식 수도 줄어드는 갑작스러운 상황이다. 두산밥캣 주주들이 1조5000억원을 초과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재편이 무산될 수도 있다.
반면 이를 의식한 듯 SK이노베이션은 알짜회사 SK E&S와 합병 과정에서 1대2까지 거론되던 합병 비율을 1대 1.19까지 낮췄다. SK이노베이션 주가가 저평가된 시점에 합병을 결정했다고 반발하는 소액주주들을 달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됐다.
당초 시장에서는 지주사인 SK(주)의 SK이노베이션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1대2에 가깝게 합병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중간에서 타협을 봤다. 소액주주들이 합병비율에 반발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가액이 8000억원을 초과하면 합병이 무산된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