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대북확성기 방송 사흘째 "K-팝·외교관 탈북 소식" 등 16시간 가동
2024.07.20 23:00
수정 : 2024.07.20 23:06기사원문
군 당국이 지난달 9일 이후 39일 만에 대북 심리전 수단인 최전방 지역 확성기를 재개해 사흘째 가동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군 소식통에 따르면 20일엔 오전 6시부터 밤 10시까지 16시간 동안 대북 확성기 방송을 가동했다.
앞서 우리 군은 지난 18일 오후부터 19일 새벽에 걸쳐 10시간 동안 북한의 대남 오물 풍선 살포에 대응해 서부전선에 배치된 고정식 대북 확성기 중 일부를 가동했다.
이는 우리 군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지난 18일 오후 5시43분쯤부터 19일 새벽까지 8차 대남 오물풍선 살포를 감행함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로 해석된다.
북한의 이전까지 올해 들어 지난 5월 28일부터 지난달 9~10일과 이어 24~26일에도 일곱 차례에 걸쳐 대남 오물풍선을 날려 보냈다.
이에 대응해 우리 군은 대북 방송은 지역에 따라 시간대별로 나눠 매일 릴레이식으로 서부·중부·동부전선에 배치된 고정식 확성기를 통해 가동한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이번 대북 확성기 방송에선 최근 북한 외교관의 탈북 소식을 전하면서 연일 비무장지대(DMZ) 북측 지역에서 지뢰매설 등의 작업을 하는 전방 지역 북한군을 향해 "지옥과 같은 노예의 삶에서 탈출하라"는 내용의 메시지도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뉴스와 K-팝 등의 콘텐츠가 담긴 대북 심리전 방송인 '자유의 소리'를 확성기로 재송출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고출력 스피커를 이용한 대북 확성기 방송은 장비와 시간대에 따라 청취 거리가 10∼3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이달 14일과 16일 북한에서 대북전단(삐라)이 발견됐다고 주장하며 "처참하고 기막힌 대가를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오물풍선 살포를 위협했다.
군 당국은 지난달 9일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에 대응해 2018년 4월 남북 정상의 '판문점 선언' 이후 중단됐던 대북 확성기 방송을 일시 재개했다. 이날 6년 만인 첫 대북 확성기 가동은 당일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2시간 동안만 방송이 진행됐다. 이후에도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가 계속됐지만, 군 당국은 북한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며 대북 확성기로 재차 맞대응하는 것은 자제해왔다.
그런데도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가 이어지자 지난달 27일 오물풍선을 계속 보내면 확성기 방송을 실시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고, 북한이 18∼19일 재차 오물풍선을 살포하자 방송 재개를 결정했다.
합참은 "북한군의 행동은 명백하게 정전협정을 위반한 것이며 우리 국민의 일상에 위험을 야기하는 치졸하고 저급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특히, 집중호우로 남북 모두 심대한 피해가 발생한 상황에서 또다시 비열한 행위를 반복했다"며 "이러한 사태의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군에 있으며, 비열하고 치졸, 저급한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군 당국은 북한이 대남 오물 풍선 살포를 중단할 때까지 당분간 매일 대북 확성기를 가동할 방침이다. 북한이 계속 오물 풍선을 살포하거나 다른 도발을 감행하면 대북 확성기 가동을 점차 확대할 방침이다.
군 관계자는 "이번에는 10대 미만의 고정식 대북 확성기만 가동했지만,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면 가동되는 확성기 수를 늘리고 결국엔 전방 지역에 있는 확성기를 전면 가동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2018년 4월 남북 정상이 합의한 판문점 선언에 따라 철거 및 철수되기 전까지 대북 확성기는 최전방 지역 24곳에 고정식으로 설치돼 있었고 이동식 장비도 16대를 보유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