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T 대란, 완전 해결에 수 주일 걸린다"..."사람 손으로 하나씩 고쳐야"
2024.07.21 05:55
수정 : 2024.07.21 05:55기사원문
글로벌 정보기술(IT) 대란을 완전히 해결하는 데 수 주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
세계 최대 컴퓨터 보안 업체 가운데 한 곳인 크라우드스트라이크의 보안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오류로 전 세계가 사상 최대 규모의 IT 대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는 것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윈도 PC 850만대 먹통
앞서 크라우드스트라이크는 19일(현지시간) 전 세계 윈도 PC 850만대와 서버를 먹통으로 만든 IT 대란 원인으로 자사의 팰컨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과정에서 발생한 오류를 지목했다.
업데이트 소프트웨어 오류로 인해 항공사 전산망이 먹통이 돼 항공이 이착륙이 대거 지연됐고, 병원들은 환자 예약을 미뤘다. 또 전 세계 곳곳에서 방송사 송출이 중단됐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20일 "현재 크라우드스트라이크의 업데이트로 영향을 받은 윈도 기기가 850만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MS는 다만 이는 전체 윈도 기기 가운데 1%도 안되는 비중이라고 덧붙였다.
MS는 그러나 "비록 비중이 작기는 하지만 다수의 핵심 서비스를 운용하는 기업들이 크라우드스트라이크를 사용하면서 광범위한 경제적, 사회적 충격이 미치고 있다"고 우려했다.
항공 통계 분석 업체인 시리움은 20일 미국, 호주, 인도, 캐나다 등 곳곳에서 추가로 1848 항공편이 취소됐다고 밝혔다. 항공편 취소는 다만 미국에 집중됐다.
컴퓨터 보호해야 할 업체가 대란 촉발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IT 대란을 촉발한 것이 크라우드스트라이크라는 점에 경악하고 있다. 크라우드스트라이크는 상당수 기업들에서 사이버 공격을 막는 최일선 역할을 하는 것으로 명성이 높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IT 컨설팅업체 가트너의 닐 맥도널드 애널리스트는 "광범위한 사용자 층을 갖고 있는 업체가, 그것도 컴퓨터들을 보호하도록 만들어진 업체가 실제로 그 컴퓨터들을 고장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해결에 수 주일 걸릴 수도
윈도 화면이 파란색 먹통이 된 사용자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은 컴퓨터를 재부팅해 수동으로 크라우드스트라이크의 오류가 있는 파일 업데이트를 제거하는 것이다. 모든 기기를 일일이 손으로 다 이렇게 처리해야 한다.
이는 윈도 기기 수천대가 있는 기업들에서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수일, 또는 수주가 걸릴 수 있다는 뜻이다.
IT 부서 직원이 많지 않은 곳들 역시 문제 해결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사이버 보안 업체 위드시큐어의 최고연구책임자(CRO) 미코 히포넨은 "컴퓨터 수천만대를 일일이 사람 손으로 고쳐야만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통상 문제가 생겼을 때 소프트웨어 패치 실행으로 한꺼번에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다르다는 것이다.
히포넨은 "가장 중요한 최고경영자(CEO) 노트북 컴퓨터 같은 핵심 기기들은 이미 복구됐을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그러나 평직원 기기들은 고칠 사람이 올 때까지 먹통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객사들이 핵심 대기업
이번 IT 대란의 규모가 전례 없을 정도로 거대한 것은 문제를 일으킨 크라우드스트라이크 고객사들이 경제를 좌우하는 핵심 대기업들이라는 점도 작용했다.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본사가 있는 크라우드스트라이크는 지난해 말 현재 고객사가 2만9000 곳을 넘는다고 밝혔다.
또 포천 500 대기업 가운데 절반 이상이 자사 소프트웨어를 사용한다고 크라우드스트라이크는 밝히고 있다.
세계화 부작용
조지타운대 맥도너프 경영대학원 교환 연구위원 마셜 럭스는 크라우드스트라이크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오류가 이런 대란을 일으킨 것은 그만큼 전 세계가 긴밀히 연관돼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크라우드스트라이크가 상당히 덩치가 큰 것은 사실이지만 전 세계가 크라우드스트라이크 때문에 멈춰 섰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럭스는 전 세계가 동시에 충격을 받은 것은 "모든 것들이 서로 연결돼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시장이 당면한 문제는 바로 이 (연결을 통한) 집중화"라고 강조했다.
씨티그룹 애널리스트 파티마 불라니도 분석 노트에서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덩치가 아주 거대해지고, 서로 지나치게 연결돼 있다"면서 이렇게 거대하고, 서로 연결된 업체들이 문제를 일으키면 전 세계 경제 시스템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가트너에 따르면 크라우드스트라이크는 글로벌 기업용 보안 최종 시장 점유율이 매출 기준으로 경쟁사인 트렐릭스, 트렌드 마이크로, 소포스의 2배가 넘는다. MS만이 크라우드스트라이크 점유율을 웃돌 뿐이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