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 안 개구리
2024.07.21 19:05
수정 : 2024.07.21 19:05기사원문
"매국노. 천하의 쓰레기. 그냥 중국으로 가라."
전기차 산업 관련 중국 업체 기사를 쓰다 보면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온라인 댓글이다. 몇몇 독자들은 "한국 기자가 돼서 중국 편을 드는 기사를 쓴다"고 비난하기도 한다. 2년여 동안 담당했던 배터리 기사를 쓸 때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들의 바람과 달리 중국이 전기차 시장에서 미치는 영향력은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다. 현장에서 만나는 전기차 업체 종사자 상당수는 "중국이 정말 무섭게 치고 올라온다"고 말한다. "사실 치고 올라온다는 게 맞는 표현인지 모르겠다. 이미 한국을 넘어섰다고 보는 시각도 많다"는 종사자도 있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위 10개 전기차 회사 가운데 중국 제외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률이 가장 높은 곳은 중국의 BYD다. 1~5월 BYD가 기록한 비중국 전기차 인도량은 전년동기 대비 168.8% 급증, 점유율을 2배 이상 키웠다. 반면 22%를 넘던 미국 완성차 업체 테슬라의 점유율은 1년 만에 18%로 떨어졌고, 같은 기간 현대차·기아 점유율도 두자릿수에서 한자릿수로 하락했다.
중국을 포함한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는 점유율이 더욱 벌어졌다. 해당 지표에서 BYD는 점유율 20.9%로 전 세계 1위 자리를 유지했다. 미국 완성차 업체 테슬라의 점유율은 이보다 9.8%p 뒤진 11.1%다. 지난해 대비 3%p 이상 하락한 수치다. 업계는 중국 업체들이 단순 가격경쟁력뿐만 아니라 기술력에서도 선두그룹과 차이를 줄였다고 분석한다.
심지어 총격사건 후 최근 상승세를 달리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면) 중국산 자동차에 최대 200%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중국 자동차 산업이 그만큼 빠르게 성장한다는 방증이다.
물론 이 같은 현실을 외면하고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 업체의 영향력이 줄어든다고 쓸 수 있다. 하지만 원하는 정보를 어디서든 쉽게 찾는 시대에 이런 글을 쓰는 것은 무의미하다. 더 이상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중국을 무작정 한국 아래로 봐서는 안 된다.
우리가 모두 아는 이솝우화 중에는 '우물 안 개구리'라는 이야기가 있다. 주인공 개구리가 바다의 존재를 모르고 자신이 사는 우물이 제일 넓은 줄 알고 산다는 동화다. 정확한 현실 파악 없이 단순히 '중국 편을 든다'며 비난한다면 우리도 언제든 개구리가 될 수 있다. 이런 상황이 닥치지 않도록 높이 그리고 되도록 멀리 뛰어야 한다.
kjh0109@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