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 두려워요" 밀양 피해자, 20년 만에 입장 밝혔다

      2024.07.22 05:20   수정 : 2024.07.22 08:3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최근 유튜버들의 사적 제재로 재조명됐던 이른바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가 20년 만에 직접 입장을 밝혔다.

지난 20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인터뷰에 응한 피해자 A씨는 “2004년(사건 발생 당시) 이후 패턴이 똑같다. 약 없이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며 사건 이후 지속적인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털어놨다.



A씨는 당시 사건으로 자신뿐 아니라 가족 역시 고통 속에 살고 있다고 했다. A씨의 동생도 방송에서 “우리는 고등학교 졸업을 못 했다”며 “그때부터 지금까지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날 A씨와 동생의 인터뷰는 당사자들의 신원 보호를 위해 대역으로 진행됐다. 사건 당시 15세였던 A씨는 현재 30대 중반이 됐지만 여전히 과거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사건을 목격했던 A씨의 동생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최근 이 사건이 대중의 큰 관심을 받으며 고통은 더욱 극심해졌다고 한다. A씨의 동생은 지난달 2일 남동생이 ‘지금 동영상 채널이 난리 났어’라고 하며 상황을 전해와 유튜버들의 가해자 신상 폭로 사태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A씨 동생은 해당 유튜버에게 메일을 보냈다고 한다. 피해 당사자인 A씨가 상황을 알기 전에 동영상 삭제를 요청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유튜버는 ‘그냥 이렇게 된 거 같이 이 사건을 한번 키워나가면 어떨까요?’라는 답장을 보냈다.

A씨 동생은 “(해당 유튜브 채널 공지에) ‘피해자가 동의했다’고 적혀있지 않았나”라며 “가해자들이 보복하는 거 아닌가 두려웠다. 아직도 현관문을 닫을 때마다 수십 번 문이 잠겼는지 확인한다”고 말했다.

논란이 일면서 해당 영상은 뒤늦게 삭제됐다. 그러나 이 사건을 다룬 또 다른 유튜브 영상들이 지속적으로 게시됐다. A씨는 이와 관련해 자신은 그 어떤 콘텐츠에도 동의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영화도 그렇고 드라마도 그렇고 저한테 동의를 얻었던 건 아니지 않나”라고 했다.

A씨 자매는 이번 사태가 불거지고 나서야 수사 당시 진술했던 가해자 44명이 형사 처벌을 받지 않은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A씨는 최근 인터넷에 공개된 일부 사건 기록을 자세히 읽어보고 나서야 단 한 명도 처벌 받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그때는 저희가 어렸고 사건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몰랐다. 저희 진술만 있으면 다 처벌받는 줄 알았다”고 했다.

한편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은 2004년 경남 밀양 지역 고교생 44명이 울산 여중생 1명을 밀양으로 꾀어내 1년간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저지른 사건이다. 당시 검찰은 성폭행에 직접 가담한 가해자 10명을 기소했다.


기소된 이들은 보호관찰 처분 등을 받았다. 20명은 소년부에 송치되거나 풀려났으며, 나머지 14명은 합의로 공소권 상실 처리됐다.
결과적으로 44명 가운데 형사처벌을 받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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