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덕운동장 재개발, 실수요 중심 개발 필요”

      2024.07.21 21:10   수정 : 2024.07.21 21:4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최근 서부산의 주요 이슈 중 하나로 떠오른 ‘구덕운동장 재개발 계획’을 놓고 실제 운동장 이용자들의 이용 수요를 분석해 이에 맞게 개발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이와 함께 구덕운동장이 2019년 부산시 미래유산에 지정된 점을 활용, ‘등록문화재’로 등록함으로써 축구장을 개보수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부산 서구 주민 등으로 구성된 ‘구덕운동장 아파트 건립반대 주민협의회’는 21일 오후 4시 부산 서구 구덕신협 본점 대강당에서 구덕운동장 재개발 관련 시민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중앙대 손환 체육교육과 교수가 ‘구덕운동장의 역사적 가치와 활용 방안’을, 부산대 주기재 생명과학과 교수가 ‘서구민과 구덕운동장의 미래’를 주제로 발표했다. 아울러 패널토론을 앞두고 부산참여연대 양미숙 사무처장이 ‘구덕운동장 재개발의 문제점’을, 미래유산지킴이 김성일 교사가 ‘구덕운동장 주인은 미래세대’를 주제로 발제의견을 냈다.


손환 교수는 “구덕운동장은 부산 최초 공설운동장으로 1957년 전국체육대회 역사상 최초로 지방순회 개최지 역할을 해냈으며 1982년 롯데 자이언츠, 1983년 대우 로얄즈의 첫 홈구장이었다”며 “축구전용구장 신설 자금 확보를 위해 운동장 땅에 아파트를 짓는 방안은 상식 밖의 선택이다. 운동장이 시 미래유산으로 지정된 점을 살려 등록문화재를 추진, 자금을 확보하는 것도 가능한 방안”이라고 제언했다.

이어 주기재 교수는 “운동장 일대를 허물고 구장·아파트 등 공사가 들어가면 수년간 소음·분진·교통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시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 어떤 언급도 없이 사업을 계획해 우려를 사고 있다”며 “게다가 운동장 실이용자들이 얼마나 되는지, 어디에 많은지 분석도 전혀 없이 추진 중이다. 실제 지난달 10~18일까지 운동장 일대 이용자를 분석한 결과, 저녁시간대 트랙·테니스장 등에서 걷기 운동을 하는 인원이 많았으며 일이용자는 평균 2000명에 육박했다”며 이용자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개발 방향을 잡아야 함을 강조했다.


패널 토론 발제 의견에 나선 양미숙 처장은 “재개발 과정에서 우리는 시의 여러 문제점을 찾을 수 있었다. 가장 큰 것은 시민을 무시한 채 국토부에 도시재생 공모사업을 신청했으며 시의회 보고에서는 공청회에 나온 주민 의견도 제대로 담지 않았다”며 “5년 전 110억원이나 들여 체육공원을 건립했지만 이를 다시 허물고 아파트를 짓겠다며 국·시비를 낭비했다. 또 지금도 부산은 미분양이 5000채 넘어감에도 다시 구덕운동장에 아파트를 공급하는 것은 개발 사업자를 밀어주는 사업”이라며 비판했다.

또 김성일 교사는 “이번 재개발 진행 과정에서 지역 체육공원을 많이 이용하는 ‘미래세대’ 학생들의 목소리를 확인해 본 어른이 과연 있는지 묻고 싶다. 시는 도시재생 사업 후보지를 신청한 이후 10개월 동안 단 한 차례도 인근 초중고 학생·학부모 여론 수렴 없이 사업을 진행해 왔다”며 “미래세대를 생각한다면 학생 친화적 체육공간 및 유소년 육성의 장이 될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자유 토론·질의에 나선 이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운동장 내에 아파트를 건립하는 방식 자체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한 서구 주민은 “사직구장 재개발도 논의가 한참인데, 이 사업은 운동장 땅에 아파트 지어가면서까지 재개발한다는 말이 없다”며 “왜 서구 구덕운동장은 자금 부족을 이유로 들며 부지 내 아파트 계획까지 나오나”라며 원도심 차별 대우 의혹과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편 구덕운동장 아파트 반대 주민협의회 일동은 오는 23일 오후 국회를 찾아 국토교통위원회에 부산시 구덕운동장 재개발 사업에 대한 사연을 전하고 주민 청원서를 전달할 예정이다.
토론회에 참석한 최인호 전 국회의원은 “사업 최종 결정은 정부가 하나, 당에서도 문제 제기와 함께 국토부와 정부를 압박해 지역 주민의 뜻대로 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lich0929@fnnews.com 변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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