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미국정치, 혼돈의 국제정치

      2024.07.23 06:00   수정 : 2024.07.23 08:5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미국정치가 흔들리면 국제정치도 혼돈에 빠질까? 미국의 패권 지위가 약화되고 있지만, 경제적·군사적·사회적으로 전 세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가장 큰 국가는 여전히 미국이다. 바로 그러한 영향력을 지닌 미국의 대통령이 누가 되는 지는 단지 미국의 국내정치를 넘어 국제정치에 미치는 파급력이 큰 변수일 수 밖에 없다. 더욱이 70여년간 안정적으로 유지되던 자유주의적 국제질서가 심대한 도전을 받는 상황에서 미국정치가 흔들리면 그 파괴력은 더 클 수밖에 없다.



그런데 미국정치가 혼돈에 빠지고 있다. 현지 시각 2024년 7월 21일 조 바이든 현 미국 대통령이 차기 대선 후보직을 사퇴했다. 바이든의 사퇴가 트럼프로 기울어진 대선판의 게임을 흔들려면 바이든을 대신할 후보가 트럼프를 압도할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 바이든은 해리스 부통령을 대선 후보로 지지하고 나섰지만 대선게임 변화를 주도할 후보인지 검증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선을 통과한 현직 대통령이 후보직을 사퇴한 것은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민주당의 대선후보 지명 절차도 그야말로 혼돈의 과도기에 직면한 상황이다.
따라서 11월 5일 미 대선 전까지 100여일 동안 게임을 좌지우지할 복잡한 게임이 강도높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정치와 국제정치의 상관성으로 인해 바이든 사퇴는 한국에도 상당한 숙제를 남기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직에서 사퇴했기에 바이든 2기는 사라진 상황이라는 점에서 한국 정부도 지금까지 빠른 속도로 구축한 다양한 대미정책에 대한 중간점검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혼돈의 미국정치로 한국은 두 가지 상황에 모두 대비한 대응책을 고강도로 작동시켜야 하는 시점이다.

시나리오 A는 대체된 민주당 후보가 게임변화를 추동하여 주도권을 장악한 트럼프 진영을 상대로 상당한 경쟁력을 회복하는 경우다. 8월 19∼22일 민주당 전당대회까지 대선후보를 확정해야 게임변화의 호기를 제대로 살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으로는 시나리오 A가 안정적으로 보이지만 바이든 사퇴로 현 미 행정부의 힘이 빠질 수 밖에 없으므로 한미관계가 추가적인 발전 모색보다는 현상관리 위주로 진행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도전요소가 될 전망이다.

특히 NCG 제도화가 작전화로 전진하는 과정에서 그 동력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세심한 관리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시나리오 A 과정에 진행되어 민주당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는 경우라도 차기 민주당 정부가 현 한국정부와 바이든 행정부 당시처럼 완벽하게 동기화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정책적 혼선은 크지 않더라도 한미 결속력 여부를 진단해야 할 지점이 있을 것이다. 더욱이 시나리오 A의 경우에는 북한이 러시아와 밀착을 통해 공식 핵보유국 지위에 점점 다가가는 상황에서 미국의 대(對)북한 우선순위는 높지 않은 구도가 지속됨으로써 한미 관심 부조화가 도마에 오르게 될 것이다. 이런 기제속에서 확장억제만으로 공포의 균형 달성이 어려워지는 도전에 직면하는 가운데 한국인의 핵무장 요구는 점증하는 도전에 놓이게 될 것이다.

시나리오 B는 트럼프가 당선되어 동맹 기제가 현격히 약화되고 자유주의적 국제질서 연대도 좌초위기에 처하게 되는 상황이다. 트럼프는 조건없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외교회담을 갖고 북한은 이를 핵 군축의 단초로 삼아 공식 핵보유국 등극의 마지막 퍼즐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한국의 핵안보에 최대 도전 요소가 되겠지만 이런 도전요소는 한국의 핵무장 레드라인의 높이는 낮추는 길을 열어준다는 점에서 기회요소도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기회요소는 핵무장 추진시 직면하게 될 또 다른 도전요소를 잉태하게 될 것이다.


시나리오 A와 B 모두 도전요소와 기회요소가 있다. 어느 쪽 하나만 특정요소가 높다고도 구분이 어려운 상황이기에 어느 시나리오가 나은지 따지기 모호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따라서 양대 시나리오에 모두 대처할 수 있는 방책을 만들고 이를 완전히 분리시키기보다는 융합시켜 선택적 유연성을 극대화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정리=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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