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위험한 가속

      2024.07.22 18:09   수정 : 2024.07.22 18:19기사원문
국가통계포털(인구로 보는 대한민국)에는 막대그래프가 출렁인다. 1960년 이후 과거와 현재, 미래까지 100년의 인구 증감 추세를 보여주는 숫자 막대들이다. 증감 패턴에서 읽히는 미래는 암울하다.

'이렇게 될 텐데 가만히 있을 것이오, 정신들 차리시오'라는 경고 같다. 패턴의 속성을 한 단어로 요약하면 가속(加速)이다.
왜 그런지, 세 가지 불편한 '가속 이야기'를 해보겠다.

①미래세대 소멸=유엔은 최근 인구보고서에서 65년 안에 한국의 인구가 절반으로 쪼그라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인구 2850만명, 2024년 현재(5175만명)의 딱 절반이다. 앞서 5000만명 선이 깨지는 것은 2041년이다. 초·중·고, 대학을 다니는 학령인구(6~21세)는 현재 71만명. 건국 이래 가장 많았던 1980년 144만명의 학령인구가 반토막 난 게 바로 올해다. 44년 만이다. 다시 반으로 줄어드는 게 이보다 빠른 2063년(35만명)이다. 국력의 토대가 된 교육 인프라의 붕괴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는 것이다. 병력 감소 속도는 더 아찔하다. 2022년 말 우리나라 병력은 48만명이다. 이를 유지하려면 매년 현역병이 20만명 이상 입대해야 한다. 앞으론 불가능하다. 병력자원이 될 20세 남성은 현재 26만명. 14년 후인 2038년 20만명이 무너진다. 2042년엔 15만명에도 못 미친다.

②노인 부양=현재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은 19.2%다. 매년 가속하며 2066년 고령인구가 47%로 생산가능인구(46.6%)를 역전한다. 완전히 '늙은 국가'다. 이를 보여주는 중요한 인구지표가 총부양비다. 생산가능인구(15∼64세) 100명당 부양하는 유소년(14세 이하)과 고령인구(65세 이상)를 합한 백분율을 뜻한다. 청·장년세대가 짊어질 국가 부양의무라 봐도 되겠다. 현재 총부양비는 42.5명. 이것이 2042년 76.7명, 2046년 85.7명으로 커진다. 브레이크가 없다. 올해 태어난 아이가 34세가 되는 2058년(101.2명)엔 총부양비가 100명을 넘어선다. 일하는 납세국민 1명이 아이나 노인 1명을 오롯이 부양해야 한다는데, 사실 실감나지 않는다. 그러나 부양비가 곧 세금이라고 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2022년 기준 국민부담률이 32%인데, 이 정도론 턱없이 모자란 것이다. 생산가능인구가 번 돈에서 건강보험과 같은 필수 사회보험료를 더 내야 한다.

③납세 부담=인하대 의대 연구팀은 최근 건강보험 재정보고서에서 2042년 누적 적자가 560조원을 넘을 것(매년 보험료율 2% 인상, 14% 국고지원 가정)이라고 내다봤다. 한 해 국가예산과 맞먹는 적자다. 노인부양비가 오르는 만큼 국가 재정투입을 늘려야 한다. 그러나 계속 늘어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이유는 우리 경제의 저성장이다. 생산성을 높이지 못하면 경제성장률이 2030년대 0%, 2040년대 마이너스로 추락할 것이라는 한국은행의 경고가 같은 맥락이다. 국민연금은 '낸 것보다 더 받는' 현행 구조로는 2055년 바닥난다(2023년 재정추계). 2092년 기금 적자가 700조원을 넘는다. 현재 내는 돈(보험료율)은 9%, 만 65세부터 받는 돈(소득대체율)은 40%다. 국회가 시민공론화까지 해가며 논의하다 틀어진 개편안(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4%)대로라면 기금 고갈은 2064년으로 9년 늦출 뿐이다.

대한민국은 위험한 가속 중이다. 납세와 부양 부담, 미래세대 소멸의 가속은 정해진 미래다. 현세대는 뭘 해야 할까. 가속을 제어하고 방향을 틀어야 한다. 하루이틀에 될 일이 아니다. 가속이 걷잡을 수 없게 되면 연금, 건강보험, 교육, 노동, 국방 등 개혁에 드는 비용(재정과 세금)은 늘어난다.
"청년 여러분, 세금을 깎아줄 테니 결혼해 아이를 낳아달라"는 호소는 공허하기 짝이 없다. 그 재정 또한 그들이 부담해야 할 몫 아닌가.

십수년째 연금 모수(보험료율 등) 하나 바꾸지 못하는 정부와 정치권은 무능하다.
민의에 눈 감고 싸움질을 하는 정치인은 입법 직무유기 중이다. 기득권 세대들이여, 미래세대를 볼 낯이 있는가.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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