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도 좁은데 특구 1000개… "유사 특구, 과감히 통·폐합해야"
2024.07.23 08:22
수정 : 2024.07.23 14:2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우리나라의 특구가 올 연말 1000개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시대 흐름의 변화에 맞게 현행 특구제도를 근본적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역경제 전문가 50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특구제도 현황 및 개선방안 조사' 결과, 수요자(기업)에게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하고 집적을 통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방향으로 특구제도를 개혁해야 한다는 결론을 도출했다고 23일 밝혔다. 전문가들은 현행 특구제도가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됐다(76%)'고 답하면서도, 차별화가 명확한 곳들이 높은 성과를 거뒀다는 점에 주목했다.
실제 현행 특구제도 전반적 운영 현황을 묻는 질문에 '잘 운영되고 있다'고 답한 전문가는 8%에 그쳤다. '잘 운영되고 있지 않다'는 응답은 44%에 달했다.
이들은 지역별 '나눠주기식 특구'가 남발되며 제도 역량이 집중되지 않고 분산돼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류승한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제도가 많다 보니 동일 산업을 대상으로 서로 다른 특구가 추진되고 기업·투자 유치에 균열이 발생하는 등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제도가 복잡해 기업이 이를 파악하고 활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고 행정비용 등 전반적 관리비용이 높아지는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특구제도에서 개선이 가장 시급한 사항도 '유사 특구제도의 통·폐합(88%)'이 꼽혔다. 현행 특구제도 간 차별성을 묻는 질문에도 82%는 '차별성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박철우 한국공학대학교 교수는 "지난 6월 출범한 기회발전특구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고, 이후 다른 특구들을 기회발전특구와 연계하거나 그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며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지방투자촉진특별법(지촉법)이 빨리 통과돼 기회발전특구가 조속히 안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향후 특구정책 추진에 있어 중앙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시각도 대두됐다.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기업, 주민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관여하는 특구제도 특성상 중앙정부의 조정과 조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정석 산업연구원 지역균형발전센터 박사는 "유사 특구제도들을 통합 및 간소화하고, 통합·유기적으로 특구제도가 운영될 수 있도록 중앙정부가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자치단체에 대해서는 하위 지역 간 형평성보다는 효율성을 고려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단위로 특구가 운영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민간 부문에서는 특구의 기획·설계 단계부터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절차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제안됐다.
정성훈 대한지리학회 회장(강원대 교수)은 "특구제도는 지난 50년간 산업 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했지만, 시대 흐름과 산업 판도가 바뀐 만큼 실제 수요자(기업)의 니즈 중심으로 초점을 바꿔야 한다"라며 "특구를 과감히 통·폐합하고 개별기업 맞춤형 인센티브 등 재정·정책 제도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