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은 '김호중 따라하기'… 음주측정 거부 처벌 강화되나
2024.07.23 18:14
수정 : 2024.07.23 18:14기사원문
#1. 최근 서울 강남경찰서는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와 음주 측정 거부 혐의로 30대 남성 A씨를 체포했다. A씨는 지난 14일 오전 2시 50분께 서울 도심에서 다른 차를 치고 도망간 혐의를 받는다. 사고 직후 음주 감지기에서 음주 반응이 나왔지만 A씨가 달아나는 바람에 혈중 알코올농도 측정은 하지 못했다.
#2. 지난 20일에는 충북 청주시에서 자신의 차를 운전하다가 상가로 돌진한 40대 여성이 경찰의 호흡 측정을 거부했다. 대통령실 소속 선임행정관도 음주운전 단속에 걸리기도 했다. 이 행정관은 지난달 7일 용산구 한남동에서 음주운전 단속을 하던 경찰관의 측정 요구를 거부하다가 뒤늦게 응했다. 이 선임행정관은 면허 취소 수준(0.08 이상)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가수 김호중씨가 음주운전 사고를 내고 현장을 이탈하는 모습을 보인 이후 유사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교통사고를 내고 현장을 떠나거나 음주 측정을 거부하는 사례다. 최근엔 사고 직후에 술을 마셔 운전 이전 음주 흔적을 없애려는 꼼수도 나왔다. 음주운전후 처벌을 회피하려는 유명인들의 행위가 이미 학습효과로 굳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 측정거부, 만취보다 형량 낮아 꼼수
23일 경찰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도로교통법상 음주측정 거부는 만취 음주운전보다 처벌 형량이 낮다. 이를 잘 아는 상습 음주운전자들이 음주측정을 거부하는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한다.
혈중 알코올 농도 0.02% 이상 음주운전은 2년 이상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 2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반면 음주측정 거부 형량은 1년 이상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2000만원 이하 벌금이다. 형량의 하한이 만취 음주운전보다 낮아 음주측정 거부가 유리할 수 있다.
이런 한계점이 알려지면서 처벌을 피하기 위해 음주측정을 거부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더구나 음주측정 거부를 통해 혐의를 피한 사례까지 등장하면서 이런 모방 범죄는 더 늘어날 가능성도 커진 상황이다. 실제 가수 김호중은 지난 5월 음주운전으로 택시를 충돌한 뒤 도주했다. 한참 후에 경찰에 출석하는 바람에 정확한 음주 수치를 특정하지 못했고 음주운전 혐의는 빠진 채 기소됐다.
■ "측정 거부시 처벌 수준 높여야"
음주 측정을 거부하거나 음주운전 후 추가 음주하는 행위는 대표적인 법 사각지대라는 지적이 나온바 있다. 이를 막기 위한 관련 법안이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은 2021년 10월 음주측정 거부시 처벌 형량을 알코올 농도 0.2% 이상과 같은 수준으로 높이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음주운전 외에 정당한 공무집행을 방해하거나 협조하지 않는다면 비난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 교통사고 전문 김경환 변호사(법무법인 위드로)는 "음주운전과 함께 수사에 협조하지 않은 데 대한 처벌을 고려할 때 만취 수준과 동일하게 처벌한다고 해서 법의 상당성을 벗어난 과잉 입법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