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최저임금 전국 평균 9460원, 아직 한국보단 낮네
2024.07.25 09:18
수정 : 2024.07.25 09:18기사원문
【도쿄=김경민 특파원】 올해 10월부터 적용될 일본 최저임금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인상됐다. 다만 엔저(엔화가치 하락) 등으로 아직 한국보다는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일본 대기업 위주의 임금 인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중소 영세기업들은 이 같은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임금 인상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쿄 최저시급 1만400원
25일 일본 후생노동성 중앙최저임금심의회에 따르면 최저임금을 전국 평균 시급 기준 1054엔(약 9460원)으로 50엔(약 449원) 인상하기로 했다.
전국 평균 최저임금 기준 인상액(50엔)과 인상률(5.0%) 모두 현재와 같은 조정 방식이 도입된 2002년 이후 사상 최대다.
앞서 지난해에는 최저임금이 43엔(4.5%) 오른 1004엔(약 9015원)으로 결정돼 사상 처음으로 1000엔 선을 넘은 바 있다.
일본의 최저임금은 지역별로 달라 이번에 중앙심의회가 제시한 목표치에 따라 도도부현(광역 지방자치단체) 심의회에서 다시 지역 실정에 맞게 최저임금을 정하게 된다. 도도부현의 결정은 통상적으로 중앙심의회의 인상 목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여기서 확정되는 최저임금은 올해 10월부터 순차적으로 적용된다.
이대로 인상되면 도쿄의 최저임금은 1163엔, 이와테현의 최저임금은 943엔이 된다. 모든 도도부현의 최저임금이 900엔을 초과하고, 1000엔을 넘는 도도부현의 수가 현재 8개에서 16개로 늘어난다.
그동안 일본 정부는 물가 상승과 임금 상승의 선순환을 통해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에서 탈출하기 위해 기업에 임금 인상을 요청해 왔다.
일본 최대 노동조합 조직인 렌고(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 집계 결과 올해 봄철 임금 협상인 춘투를 통한 평균 임금 인상률은 5.1%로 1991년 이후 33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최저임금 역시 노조의 임금 인상과 비슷한 수준의 인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게 일본 정부의 판단으로 풀이된다.
일본 정부는 2030년대 중반까지 최저임금을 전국 평균 시급 기준 1500엔(약 1만3465원)까지 인상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일본의 최저임금이 최대로 인상됐지만 오랜 기간 임금 정체와 최근 엔화 약세 등의 영향으로 한국과 비교해서는 현재 환율 기준으로 내년도까지 3년 연속 낮은 수준을 유지하게 됐다.
한국의 내년도 최저임금은 올해보다 170원(1.7%) 오른 1만30원이다.
척척 올리는 대기업, 중소기업들은 '한숨'
아울러 일본 정부가 최저 임금을 더욱 높임에 따라 기업들은 더 많은 임금 인상을 요구받게 됐다.
시간제 근로자가 많이 필요한 도시 지역의 슈퍼마켓과 같은 주요 소매업체는 이미 최저임금 상승률 이상으로 임금을 인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온의 핵심 자회사인 이온 리테일은 2024년 봄 노사 협상에서 시간제 시급을 7.02% 인상했다. 니토리홀딩스도 시간제 시급이 6.01% 증가했다. 386개 노조에 따르면 기간제, 단기 시간제, 계약직 근로자의 시간당 임금 상승률은 평균은 5.74%로 최저임금 평균 상승률을 웃돈다.
대형 유통업체 관계자는 "이전부터 자체적으로 임금을 인상해왔다"며 "이번 최저임금 인상이 사업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중소 영세기업이다. 직원 30인 미만 사업장에서 1년 연속 근무한 근로자의 시급은 전년동기대비 2.8% 오르는 데 그쳤다. 대기업과 중소 영세기업 사이에 임금 인상 양극화 현상이 뚜렷한 것이다.
자동차 업체에 부품을 공급하는 한 소상공인은 "인건비 상승을 가격에 전가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며 "경영구조를 개선하지 않으면 최저임금 인상을 따라잡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