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올림픽 D-1, 유래없는 보안 위기에 '비상'

      2024.07.26 05:00   수정 : 2024.07.26 08:4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유럽과 중동에서 전쟁이 한창인 가운데 '완전히 개방된 대회'를 표방하는 제 33회 하계 올림픽이 2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개막한다. 프랑스 및 서방 안보 관계자들은 가장 취약한 시기에 가장 위험한 방식으로 진행되는 이번 올림픽에 긴장하며 이스라엘·러시아·이슬람국가(IS)와 관련된 테러 및 과격 시위에 대비하고 있다. 다만 일부 매체들은 올림픽 흥행 자체가 저조하다며 경찰과 군인들이 텅 빈 경기장을 지키는 웃지 못 할 상황을 우려했다.



전쟁 중인 이스라엘, 너무 ‘열린’ 올림픽에 긴장
이번 올림픽은 유럽연합(EU)에서 쉥겐조약이 시작된 1995년 이후 처음으로 국경 출입이 자유로운 국가에서 열린다. 쉥겐조약은 EU 회원국 및 주변국 포함 29개국이 맺은 통행 자유화 조약으로 가입국 사이를 여행하는 사람은 따로 검문이나 여권 검사 등을 거치지 않고, 같은 나라를 이동하는 것처럼 국경을 넘을 수 있다.
유럽에서는 쉥겐조약 출범 이후 영국(2012년)과 그리스(2004년)에서 올림픽이 열렸지만 영국은 해당 조약에 가입하지 않았다. 그리스는 가입했지만 올림픽 당시 주변 동유럽 국가들이 쉥겐조약에 가입하지 않아 국경 검문을 유지했다.

더욱이 이번 올림픽의 슬로건은 '완전히 개방된 대회'로 대부분의 행사가 야외에서 진행된다. 당장 한국시간으로 27일 오전 2시 30분에 시작되는 개막식의 경우 실내 경기장이 아니라 파리 도심의 센강에서 열리며, 각국 선수단은 강을 따라 보트를 타고 강 양쪽의 관중석 사이를 지나간다. 미국 국무부 관계자는 24일 미 시사지 뉴스위크를 통해 "이번 올림픽은 국경이 열린 국가에서 치르는 첫 번째 올림픽으로 엄청난 인파가 프랑스로 몰려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법 당국 및 보안 인력들이 모든 곳을 다 살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긴장하는 국가는 이스라엘이다. 지난해 10월부터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무장정파 하마스와 싸우고 있는 이스라엘은 이미 1972년 독일 뮌헨 올림픽 당시 팔레스타인 테러 조직에 의해 올림픽 선수단 11명이 사망하는 참사를 겪었다. 이스라엘 매체에 따르면 21일 기준으로 이스라엘 올림픽 선수단 가운데 최소 15명이 전화나 e메일 등으로 테러 협박을 당했다. '인민방위기구'라는 이름의 조직은 협박 메시지에서 "뮌헨 참사를 또다시 일으키겠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 정부의 국가안보회의(NSC)는 23일 성명에서 “이란의 지원을 받는 테러 조직들이 올림픽 기간 중 이스라엘인 혹은 각국의 유대인들에 대한 공격을 꾀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이슬람국가(IS) 공격도 대비해야
미국 보안업체 글로벌 가디언의 데일 버크너 최고경영자(CEO)는 23일 미국 CNN을 통해 프랑스가 국제 및 국내 사정 때문에 "적이 매우 많다"고 평가했다. 뉴스위크는 우선 눈에 띄는 적으로 러시아를 꼽았다. 2022년 러시아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를 돕고 있는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올해 우크라 본토에 프랑스군 파병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지난 4월 러시아가 이번 올림픽을 겨냥해 유언비어 유포 및 사이버 공격을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러시아가 "위협이 될 것"이라며 "그렇기에 더욱 단단히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랑스 경찰은 23일 발표에서 올림픽 기간에 사회 불안을 모의한 혐의로 40세 러시아 남성 1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22일 파리의 대(對)테러 보안 구역 안에서 검문 중에 차량 트렁크에 숨어있던 러시아 여성을 연행했다. 숨어있던 여성은 과거 올림픽 조직위원회에 파리 올림픽 및 패럴림픽 참가를 2번이나 요청했다가 거절당한 인물이었다. 프랑스 당국은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선수나 자원봉사자, 민간 보안 요원, 언론인 등으로 행사 참여를 신청한 약 100만명을 조사 했다. 그 결과로 내정 간섭 의심자, 추방 대상자, 잠재적 테러 위험인물 등 총 4360명의 대회 입장을 거부했으며 이 가운데 러시아 언론인도 있었다.

또 다른 문제아는 IS다. 프랑스의 이슬람 신자 비율은 전체 인구의 약 10%로 영국(6%)이나 미국(1%)에 비해 월등히 높다. IS는 지난 2015년 파리에서 바타클랑 극장 등을 공격해 130명을 살해했다. 이라크 및 시리아의 거점을 상실한 IS는 아프가니스탄 등의 점조직으로 재편되었으며 최근 다시 테러 활동으로 국제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아프간의 IS 분파인 'IS 호라산(IS-K)'은 지난 3월 러시아 모스크바 인근 공연장을 습격해 144명을 살해했다.

이와 관련해 영국 싱크탱크인 왕립연합서비스연구소(RUSI)의 안토니오 지오스토치 선임 연구원은 IS의 부활이 "유럽 전체의 일반적인 우려"라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이번 올림픽 관련 테러가 발생한다면 이스라엘을 노린 친(親)팔레스타인 세력이나 친러시아 세력보다는, IS나 IS에 영향을 받은 세력이 행동에 나설 확률이 더 높다고 분석했다.


삼엄한 경계 나선 프랑스...예상보다 썰렁할 수도
프랑스는 이러한 안보 위험을 감안하여 경비 인력을 대폭 확대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올림픽이 열리는 7월 26~8월 11일 까지 파리 시내에는 경찰 4만5000명, 군인 1만명, 민간 경호원 2만2000명이 배치된다. 이들은 파리의 주요 랜드마크와 거리, 센강변 등에서 경계를 설 예정이다. 미국 AP통신은 프랑스 당국이 대회 기간 매일 3만5000명의 경찰을 배치하고 개막식에는 4만5000명의 경찰을 동원한다고 알렸다. 프랑스가 동원하는 보안 인력은 지난 2012년 영국 런던 올림픽 투입 인원의 3배 수준이다.

개막식이 열리는 센강에는 개막식 1주일 전부터 양쪽 강변의 일반인 출입이 통제되었다. 올림픽 기간에는 강변을 따라 1.8m 간격으로 경찰이 배치되며 프랑스 군은 개막식이 열리는 동안 센강 주변 영공을 폐쇄한다. 또한 대회 기간 내내 무인기(드론) 방어 부대를 배치하여 자폭 드론 공격에 대비하기로 했다. 파리 올림픽 조직위 보안 책임자인 퇴역 장성 브뤼노 르레이는 "올림픽 개막식을 위해 배치된 보안 자원과 조치가 전례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및 중동 분쟁에서 프랑스와 같은편에 서 있는 미국 역시 자국 선수단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중이다. WSJ에 따르면 미국 경찰은 사상 최초로 해외 올림픽 개최 도시를 지원하기 위해 지원 병력을 파견했다. AP는 미국 외에도 약 40개국에서 파견된 최소 1900명의 경찰 인원이 파리 올림픽 보안을 지원한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유례없이 많은 인력이 경기장 보호에 투입되는 가운데 정작 경기장 내부는 썰렁할 전망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4일 보도에서 파리 올림픽의 경기 입장권 재판매 사이트를 분석한 결과 보도 당일 27만1637개의 입장권이 올라왔다고 전했다. 이번 대회 조직위는 앞서 3개 종목 경기를 묶은 입장권을 세트로 판매했으나, 소비자 불만으로 인해 관람을 원하지 않는 경기의 입장권을 재판매 하는 공식 사이트를 운영하기로 했다. FT는 재판매 사이트에 올라온 표가 1개월 전에 약 18만장이었다며 개막 직전에 안 팔린 표가 더욱 늘었다고 지적했다.

인도 매체 와이온 등 외신들은 이달 4일 스페인의 여행 전문 시장정보업체 포워드키스의 항공편 추적 정보를 인용해 이번 올림픽 기간에 파리로 향하는 관광객 숫자가 이전 올림픽에 비해 적을 수 있다고 전했다. 포워드키스는 6월 6일 이후 올림픽 기간까지 파리행 항공편 예약 건수가 전년 대비 10% 늘어난다고 예측했다. 앞서 브라질에서 열린 2016년 리오 올림픽의 경우 개막 전 비슷한 시기에 항공권 예약이 전년 보다 115% 증가했다. 코로나19 봉쇄가 한창이던 2020년 일본 도쿄 올림픽 당시에도 개막 전부터 항공권 예약이 20% 늘었다. 프랑스 컨설팅업체 MKG 역시 이달 발표에서 올해 들어 파리 호텔 예약 건수가 감소세라며 6월 호텔 매출 역시 25%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수치들은 올림픽 기간에 1500만명의 파리 방문을 주장한 관광 당국의 예측과 거리가 있다.
뉴스위크는 이달 극좌와 극우 세력의 약진을 끝난 프랑스 총선을 언급하면서, 외부 세력의 테러 시도와 별개로 이번 올림픽 기간에 파리 시내에서 정치적인 시위 및 혼란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