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부르는 아버지 방치…생활고에 父 숨지게 한 20대 가석방
2024.07.26 09:29
수정 : 2024.07.26 10:0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뇌졸중으로 투병 중인 아버지를 방치해 숨지게 한 20대 남성이 형 집행 종료를 앞두고 가석방된다.
아버지 지켜보며 울다가 방문 닫고 방치.. 그대로 숨져
26일 사단법인 '전태일의 친구들' 등에 따르면 존속살해 혐의로 2021년 11월 징역 4년을 선고받고 경북 상주교도소에 복역 중인 A씨(25)가 모범적인 수감 생활 등을 이유로 오는 30일 가석방 된다.
현행법상 유기징역을 선고받은 자는 형기의 3분의 1 이상을 복역하면 가석방될 수 있다.
외동아들인 A씨는 아버지(50대)와 단둘이 지냈다. 2020년 9월 아버지가 심부뇌내출혈과 지주막하출혈 증세로 쓰러져 입원하면서 치료비를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그는 2021년 4월부터 집에서 홀로 아버지를 돌보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왼쪽 팔다리가 마비돼 혼자서는 거동할 수 없었고, 코에 삽입한 호스를 통해 음식물을 공급받아야 했다.
하지만 A씨는 같은 해 5월 1일부터 8일간 치료식과 물, 처방약 제공을 중단하고 아버지를 방치했다. 아버지는 극심한 영양실조 상태에서 폐렴 등을 앓다가 결국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다.
A씨는 아버지가 "아들, 아들아"라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들었음에도 모른 척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아버지가 물이나 영양식을 달라고 요구하지 않고 가만히 있자 이를 지켜보며 울다가 방문을 닫고 나온 뒤 아버지가 숨질 때까지 들어가지 않았다.
간병살인의 비극.. 모범수로 가석방 된 아들
병원비를 마련하기 어려웠던 A씨는 아버지가 회복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 비극적 선택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에 넘겨진 A씨는 "범행에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징역 4년형을 확정했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였던 A씨의 사연은 당시 '간병 살인'으로 불리며 많은 관심을 받기도 했다.
A씨는 가석방된 이후 '전태일의 친구들' 회원 등으로부터 사회 적응에 필요한 도움을 받을 예정이다.
gaa1003@fnnews.com 안가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