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100주년' 2047년 반도체 강국으로"...'코끼리의 꿈'은 이뤄질까

      2024.07.27 06:00   수정 : 2024.07.27 06: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우리는 지난 10년 동안 인도를 휴대폰 제조 중심지로 만들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인도를 반도체 제조 중심지로 만들 것입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이달 초 록 사바(인도의 하원) 개원식에서 진행된 총리 연설에서 3기 모디 정부의 목표를 이같이 밝혔다.

앞서 인도 정부는 1조2500억루피(약 20조원)를 투자해 반도체 공장 3곳을 짓겠다고 발표하며 주요 반도체 플레이어로서 부상을 천명한 바 있다. 그간 인도는 반도체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했지만 해외 기업과 합작해 반도체산업을 국가기반산업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모디 정부는 독립 100주년인 2047년까지 인도를 '강한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선진국'으로 만드는 장기 목표를 설정하고, 휴대전화 산업 및 반도체 산업 육성을 국가 차원의 과제로 설정했다.

美마이크론도 두둑한 보조금에 인도행

26일 반도체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2026년 반도체 칩의 인도 생산을 목표로 설정한 인도 정부는 앞서 3건의 투자 외 향후 2~3년 동안 2~3건의 반도체 팹 프로젝트의 추가 유치를 목표로 하며, 보조금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인도정부는 올해와 내년 반도체 산업 관련 보조금으로 약 10억6000만달러(약 1조4689억4800만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인도 대표 대기업 '타타그룹' 산하 타타일렉트로닉스는 대만 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PSMC와 함께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고향인 구자라트주에 110억달러(약 14조7000억원)를 들여 월 5만장의 웨이퍼를 생산할 수 있는 반도체 공장을 건설한다. 이곳에서 전기자동차, 통신, 방위산업 등에 활용되는 레거시(범용) 반도체인 28나노미터(1㎚=10억분의 1m) 반도체 생산에 나섰다.

미국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은 지난해 9월 구자라트주의 아마다바드시에서 반도체 조립·테스트·패키징 공장 건설을 시작했다. 마이크론은 인도에 27억5000만달러(약 3조 6861억원) 규모를 투자하며, 인도 중앙정부와 구자라트 주정부는 반도체 제조 인센티브 정책에 따라 공장 건설비용의 50%, 20%를 각각 부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반도체 기업인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도 인도 기업 'CG 파워 앤드 인더스트리얼 솔루션'과 협력해 반도체 조립 및 테스트 공장 건설에 나선다.

인도 정부는 그간 반도체 기업 유치에 사활을 걸어왔다. 이를 위해 2021년 12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업체들을 유치하기 위한 100억달러(약 13조500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 프로그램을 발표하면서, 반도체 자립 추진을 선언했다. 인도 정부는 회로 선폭 길이 28나노 미만 반도체 생산공장에 설립 비용의 50%, 28~45나노 반도체 생산공장에 40%, 45~65나노 반도체 생산공장에 30%를, 후공정 공장의 경우 자본지출의 30%를 지원한다. 이와 함께 5년 동안 집적회로(IC), 칩셋, 시스템온칩(SoC) 등 다양한 반도체 설계 기업 20여곳을 육성한다는 계획도 내놓은 바 있다.

풍부한 인재풀에 삼성전자도 R&D 기지로 '픽'
보조금 외에도 인도의 우수한 공학인재풀은 장점으로 꼽힌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반도체 디자인 엔지니어의 20%가 인도에 거주중인 것으로 추정되며, 최근 주요 글로벌 기업이 인도 내 반도체 디자인 역량을 강화를 위해 진출에 나섰다.

대표적인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인 미국의 퀄컴은 인도에서 1만7000명을 고용 중이며, 3월 반도체 디자인 센터를 개관했다. 퀄컴은 올해 인도에 1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AMD는 인도 내 9800명을 고용하고 있으며, 인도에 향후 5년간 4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도 올해 2월 1600명의 전문가를 수용할 수 있는 연구·개발(R&D) 센터인 삼성전자 반도체 인도연구소(SSIR)를 새롭게 개관했다. 삼성전자는 인도에서 4500명의 반도체 인력을 고용 중이다.

인도 내 반도체 수요는 높아지지만...현실적 장벽도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시절 팬데믹으로 글로벌 칩 공급망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가 노출되면서 인도 내에서 반도체 생태계 구축의 필요성이 높아졌다"면서 "미중 반도체 패권전쟁 등 지정학적 긴장으로 인해 오랫동안 칩 제조 산업의 선두주자였던 중국으로부터 공급망이 분리되면서 대체 제조 허브를 찾는 외국 기업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분석했다.

인도 내 반도체 수요는 2021년 227억달러(약 31조4735억원)에서 2026년 641억달러(약 88조8746억원), 2030년 1100억달러(약 152조5150억원)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반도체 자립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아슈위니 바이슈노 인도 정보통신부 장관은 "인도가 향후 5년 안에 반도체 제조 상위 5개국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하지만 인도의 구상이 현실화되기에 현실적인 장벽이 존재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반도체 공룡들이 섣불리 칩 제조 시설을 건설하기엔 당분간은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카르틱 나치아판 싱가폴국립대 남아시아 연구센터 연구 펠로우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높은 관세와 같은 제도적 문제 외에도 토지, 에너지 및 물 공급과 같은 제약이 있다"면서 "인도가 지금 필요한 것은 칩 제조를 일괄적으로 지원하는 생태계"라고 지적했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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