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車 판 현대차·기아, 실적 새 역사…이익률 사상 최고

      2024.07.26 16:49   수정 : 2024.07.26 16:4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현대자동차·기아가 올해 2·4분기 나란히 창사 이래 최대 분기 영업이익을 경신했다. 전기차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둔화) 속에서도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제네시스, 하이브리드차(HEV) 등 고수익차종 비중이 높아지면서 현대차는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신기록을 세웠고, 기아도 사상 최대 분기 영업이익을 올렸다.

영업이익률 고공행진도 주목거리다.

현대차의 2·4분기 영업이익률은 테슬라(6.3%) 보다 3.2%포인트 높은 9.5%다. 기아는 글로벌 완성차 업계 최고 수준인 무려 13.2%까지 끌어올렸다. 지난해 영업이익률 데드크로스(테슬라 9.2%, 현대차·기아 합산 10.2%) 발생 이후, 올해 더욱 큰 격차를 벌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대차·기아 나란히 '역대최대 실적'
기아는 서울 서초구 양재동 본사에서 2·4분기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을 열고 매출액 27조5679억원, 영업이익 3조6437억원, 당기순이익(비지배 지분 포함) 2조9566억원을 기록했다고 26일 밝혔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5%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7.1% 늘었다.
이 가운데 영업이익은 분기 기준 사상 최대 규모다.

현대차도 2·4분기 매출액 45조206억원, 영업이익 4조2791억원, 당기순이익 4조1739억원(비지배지분 포함)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6.6%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0.7% 늘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모두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이에 따른 현대차·기아의 2·4분기 합산 매출은 72조5885억원, 영업이익은 7조9228억원에 달했다.

현대차는 2·4분기 전 세계 시장에서 작년 보다 0.2% 소폭 감소한 105만7168대를 팔았다. 같은 기간 기아도 전 세계 시장에서 1.6% 감소한 79만5183대를 팔았다. 현대차와 기아 모두 판매는 소폭 줄었지만 고수익 차종의 판매 비중은 이전 보다 높아지면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실제 고가 차종 판매 비중이 높은 미국 시장에선 현대차가 올해 1~6월 누적 기준으로 43만1344대의 판매고를 올렸는데, 이는 전년 대비 1.3% 증가한 수치이자 상반기 기준 역대 최다 판매량이다. 같은 기간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도 작년 보다 1.9% 늘어난 3만1821대가 팔려 신기록을 썼다.

전기차 캐즘 등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서도 기민하게 유연한 대응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 현대차·기아가 호실적을 낸 배경으로 꼽힌다. 최근 현대차는 전기차 캐즘에 대응해 하이브리드 모델을 증산하고 있는데, 이 같은 전략이 적중하는 모양새다. 현대차의 2·4분기 전 세계 하이브리드 판매는 12만2421대로 전년 대비 26.4% 급증하며 효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반면 같은 기간 전기차 판매는 5만8950대로 24.7% 줄었다.

기아는 EV9 등 신차 효과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판매가 모두 늘었다. 기아의 2·4분기 전기차 판매는 전년 대비 21.8% 증가한 5만4000대를 기록했다. 하이브리드차(HEV) 판매는 전년 대비 7.5% 늘어난 8만9000대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전체 친환경차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8.3% 증가한 16만2000대를 기록했고, 전체 판매 중 친환경차 판매 비중도 전년 대비 2.5%포인트 상승한 21.4%를 기록했다.

하이브리드가 '효자' 환차익 효과도 쏠쏠
전기차 캐즘 등 시장 상황이 급변하면서 하이브리드 모델을 생산하지 않는 자동차 업체들은 최근 수요 둔화에 어려움을 겪는 모양새다. 전기차만 만드는 테슬라의 경우 2·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3% 급감한 16억500만달러(약 2조2230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9.6%에서 올해는 6.3%로 추락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내연기관차부터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수소차에 이르기까지 모든 파워트레인의 차량을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을 잘 살리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달러화 강세 등 우호적인 환율 여건도 현대차·기아의 신기록을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수출 등 해외 판매가 많은 현대차·기아는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환차익 등의 영향으로 수익성이 개선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기아가 원·달러 환율이 10원 상승 시 약 2000억원의 수익성 개선효과가 있다고 본다.

현대차는 단기적으론 하이브리드 중심으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미국 대선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는 만큼 올 10월부터 가동을 시작하는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는 전기차뿐만 아니라 하이브리드 차량도 함께 생산하기로 계획을 바꿨다. 상황에 따라 현지에서 하이브리드차를 대폭 증산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다만 현대차는 아이오닉9 등 신형 전기차를 내놓고 시장 선점을 위한 주도권 싸움도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기아는 국내에서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갖춘 인기 레저용 차량(RV) 모델의 판매 확대를 지속하는 동시에 EV3 신차 출시, EV6 상품성 개선 모델 판매를 본격화하고 신차급 변화를 앞둔 K8 부분변경 모델을 투입해 영업력을 강화한다.

미국에서는 효율적인 인센티브 정책으로 잔존가치를 향상시켜 브랜드 가치 제고를 이어가면서, 쏘렌토 하이브리드 상품성 개선 모델, 카니발 하이브리드, K4 등 신차 판매를 중심으로 수익성과 판매 물량 확대를 모두 추진한다.
유럽에서는 EV3와 EV6 상품성 개선 모델을 출시해 전기차 라인업을 강화하는 동시에, 실수요에 기반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모델의 최적 공급, 소형차 공급 확대로 상반기 판매 부진을 만회할 계획이다.

cjk@fnnews.com 최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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