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동맹에 트럼프 변수… "韓 ‘핵옵션’ 준비로 기회 잡아야"

      2024.07.29 06:00   수정 : 2024.07.29 08:4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지역은 한미일 중심의 현상유지·해양세력과 북중러를 중심으로 한 현상변경·대륙세력이 양적, 질적으로 첨예한 군사적 전력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양 진영의 국가들은 경쟁과 견제, 협력하는 상반된 관계를 넘나들며 자국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NCG 작전화 진화 중 혼돈에 빠진 미국 정치

지난 11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미국 워싱턴을 방문 중이던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열고 '한미 한반도 핵억제 핵작전 지침에 관한 공동성명'에 서명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러북 신동맹 형성으로 핵강압 등 실제 북한의 오판 가능성이 높아져 이를 단속하려는 김정은을 향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라며 지난해 '워싱턴 선언'에 따라 한미 핵협의그룹(NCG)이 출범한 지 1년 만에 양국이 함께하는 일체형 확장억제 시스템이 구축됐다고 평가했다.

특히 미국의 핵자산이 북한을 겨냥한다는 점이 명시됐다는 점에서 미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미사일(SLBM), 전략폭격기 등 3대 핵전력이 유사시 즉각적 타격을 위해 평양과 북한 내 전략적 타깃에 대한 구체적인 좌표 할당이 미리 정해진다는 의미라는 분석도 나왔다.

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은 "NCG가 제도화·작전화로 구체화하면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며 "핵 사용은 미국의 군 통수권자의 권한으로 엄격히 제한 됨에도, 한국이 관여하는 환경의 한국형 확장억제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최소한의 ‘공포의 균형’(balance of terror)이 조성되는 기반은 만들어졌다"고 진단했다.

■핵 불균형 심화, 핵무장 요구 점증...미 대선 변수

그런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가 발생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진 이후, 조 바이든 현 미국 대통령이 차기 대선 후보직을 사퇴하면서 미국 정치가 혼돈에 빠져 들었다.

협정(Agreement)이나 조약(Treaty)은 정부나 국가가 주체가 되며, 사전 또는 사후 의회 비준 등 엄격한 형식을 맺은 것으로 쉽게 폐기할 수 없는 반면, 선언(Declaration)이나 공동성명(joint statement)은 양국 정상 간 의사와 의견을 표방한 일종의 합의문으로 법적인 구속력이 없어, 국가수반이 바뀌면 정치적 입장의 변화에 따라 약화되거나 백지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차기 미 행정부에 민주당 2기가 들어서 이어가더라도 바이든 사퇴로 완벽히 동기화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 한미관계가 추가적인 발전 모색보다는 현상관리 위주로 진행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전망이다.

또 공화당 트럼프 후보가 당선된다면 '주한미군 감축·철수·과도한 주둔비 요구' 등 동맹 기제가 현격히 약화되고, 자유주의적 국제질서 연대도 좌초위기에 처하게 되는 상황을 맞을 가능성도 우려된다.

트럼프는 조건 없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외교회담을 갖고 북한도 이를 핵 군축의 단초로 삼아 공식 핵보유국 등극의 마지막 퍼즐로 활용할 가능성도 크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미 대선의 결과에 따라 많은 변수가 예상되지만 북한이 공식 핵보유국 지위를 획득하는 상황에서 공포의 불균형이 심화된다면 한국 내부에서 거센 핵무장 요구가 점증하는 등 새로운 도전에 놓이게 될 가능성도 있다.

반 센터장은 "이는 한국의 핵안보에 최대 도전 요소임과 동시에 한국의 핵무장 레드라인의 높이는 낮추는 길을 열어준다는 점에서 기회요소도 될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의 옵션 선택, 준비 갖춰야 기회 잡을 수 있어...

북한은 폐쇄성과 경제적 파탄 등으로 지난 수십년간 붕괴 가능성도 간헐적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북한은 여전히 체제 생존과 유지를 위한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에 올인하고 있으며, 최근 북러동맹 강화로 한미일과 북중러 간 전략적 불균형이 심화될 것이란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남과 북이 농축우라늄을 재처리하지 않으며 핵을 만들거나 배치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비핵화공동선언'은 1991년 남북한이 함께 서명했지만 북은 서명하는 그 순간에도 멈춤 없이 핵 개발을 추진·보유함으로써 사실상 휴지조각이 된 지 오래다. 북한은 핵 강대국으로 치닫고 있는데 사문화된 명문을 부여잡고 있을 가치가 전혀 없다는 얘기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현실적 대안으로 우선 핵비대칭에서 핵균형으로 가야 한다는 주장도 대두되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를 외치지만 역사적 선례에 비추어 핵비대칭 상태에서는 비핵화 협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관련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일본과 달리 한미원자력협정에 의해서 핵농축을 하지 못하도록 제약을 받는 문제도 이제는 개정해야 하며, 원자력 추진 잠수함 건조나 전술핵 재배치는 한국이 많은 준비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당장 선제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는 사전에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동맹의 동의 없는 핵무장 추진도 안 되지만, 국제 핵비화산 레짐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선 유사시 시급히 핵무장을 할 수 있는 준비는 하고 있어야 한다는 주장 등이 그것이다.

엄홍섭 경남대학교 군사학과 교수는 "한국의 입장에선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사전에 견제하고 유사시 최소한의 자주적인 대응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현존 최강국 미국을 중심으로 동맹관계와 자유민주진영과의 군사협력을 굳건히 하고 이와 연계해 군사과학기술의 발전과 K-방산을 더욱 첨단화하려는 노력을 지속, 강화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국방력 강화를 위해서 시급한 문제는 산재해 있으나, 최근에 계속 문제로 대두되는 병력부족 문제와 연계된 출산율 저하, 정치적인 혼란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한 국가 사활을 건 총력적인 노력과 가시적인 성과 또한 절실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은 국제적인 연대를 강화하고 장기적 안목에서 일관되고 정밀한 정책을 수립해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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