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위메프 사태, 제2의 ‘홍콩 ELS 사태’ 되나...카드업계, 금융당국 압박에 ‘전전긍긍’

      2024.07.28 15:04   수정 : 2024.07.28 15:1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티몬·위메프(이하 티메프) 정산 지연 사태로 신용카드사·전자지급결제대행업자(PG사) 등이 막대한 부담을 떠안게 된 가운데, 금융권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를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이 관리·감독 부실에도 민간 금융사에 후속 조치를 주문하며 책임을 미루는 모습이 홍콩 ELS 사태 당시와 유사해서다. 업계에서는 금융사보다 사태의 중심축인 큐텐(티메프 모회사)에 대한 압박 내지 논의가 해결책이라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티몬·위메프 거래 과정에서 '중간 단계'를 담당했던 카드사와 PG사들은 고객들이 결제승인 취소 및 환불요청이 증가하자 연이어 대응책을 발표하고 있다. 지난 26일 카드업계는 신용카드 이용대금 이의제기 절차를 통한 결제취소와 할부계약 철회·항변권 신청 시 신속한 심사 및 처리를 약속했다.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토스, NHN페이코 등 PG사들도 이날부터 결제취소 및 환불 또는 이의제기 절차에 돌입했다.

■"당국, 알고도 조치 취하지 않은 채 업권 압박"

이같은 움직임은 금융당국 차원의 압박에서 비롯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 금융감독원은 25일 신한·KB국민·삼성·현대카드 등 카드사 최고사업책임자(CCO)들을 긴급 소집해 민원 경청 및 응대, 후속 조치를 당부한 데 이어 다음날에는 10개 PG사 임원을 소집해 '결제취소 재개 계획'을 제출하라고 요구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여간 바 있다. PG업계 측은 "티몬과 위메프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사람이 없으니 다음 단계에 있는 PG사를 부른 것인데, 거의 자구책을 내놓으라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이에 당국이 2년 전부터 티몬·위메프의 자본금과 건전성 비율 미달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선제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뒤늦게 업계에 해결방안을 주문하는 상황이 홍콩 ELS 사태 당시 당국의 대처방식과 맞닿아 있다는 불만이 제기된다. PG업도 함께 운영하고 있는 티메프의 경우 금감원 감독 대상인데, 금감원이 티메프가 전자금융감독규정 63조에 입각한 '자기자본 0 초과', '미정산 잔액 대비 투자위험성 낮은 자산 비율 100% 이상 유지' 등의 경영지도 비율에 부합하지 못해 이들과 경영개선협약을 맺었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금감원이 영업을 규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티몬과 위메프의 자본 상황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감독·규제 공백으로 인한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앞서 지난 3월 금감원은 홍콩 ELS 판매사에 기본 20~40%에 판매사·투자자별 요인을 고려해 배상 비율을 차등 적용, 최대 100%까지 배상이 가능하도록 한 '분쟁조정 기준안'을 발표했다. 당시 당국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나 라임·옵티머스 펀드 등 불완전판매 사태를 겪고도 은행의 투자상품 판매를 허용하거나 리스크 점검회의 등 충분한 모니터링을 실시하지 않고 은행권에 책임을 떠넘겼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PG업계 관계자는 "당국이 사전에 (위험성을) 알고 있었는데도 방치하다가 사태가 악화됐다는 점에서 홍콩 ELS 사태와 이번 사태는 '닮은꼴'"이라며 "그때는 은행에 (책임을) 떠넘기더니 이번에는 PG사에 떠넘기고 있는데, 언제까지 관리감독 부실 여파를 특정 업권에 떠넘길 건가"라고 토로했다. 또 "이커머스 업계가 통째로 흔들릴 수준의 사안인데, (티메프에) 구상권을 청구하고 안 되면 손실을 떠안으라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고도 덧붙였다.

카드업계 관계자 역시 "소비자 피해는 막아야겠지만 카드사 입장에서는 (현 상황이) 억울하기도 하고, (PG사에) 구상권을 청구하더라도 돈을 받지 못할 경우 피해자들끼리 피해를 나눠야 하는 부분도 있어 추후 분쟁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권보다도 큐텐과 방안 마련해야"

전문가들도 금융권에 과중한 부담을 지우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카드사 등은) 정상적인 결제를 지원해준 것 뿐인데 이들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라고 하는 것은 지나친 부담을 주는 일이며, 적절치 않다"면서 "건전성 감독 규제가 빨리 시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금융권은 향후 금융당국이 범정부적 대응 태세에 돌입, 현 사태에 대한 자금집행 계획을 놓고 큐텐과 해결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이번 티몬·위메프 사태를 ‘제2의 머지포인트 사태’로 칭하며 당국을 무작정 비판하는 것은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오는 9월 시행 예정인 전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빨리 도입했다면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나, 해당 개정안은 선불충전금 보호 내용이 핵심인 반면 이번 사태는 긴 정산주기로 인한 자금경색이 주 원인이기 때문이다.
서 교수는 "정산주기를 줄여 자금 유용 가능성을 줄이고, 필요 시 금융기관에 일부를 예치하도록 해 (자금을) 유용하는 데 제한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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