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 딸 앞에서 처가 식구와 몸싸움...맞은 아빠도 '학대 책임'

      2024.07.28 10:12   수정 : 2024.07.28 10:1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별거 중인 아내를 비롯해 처가 식구들과 몸싸움하는 등 3세 어린 딸에게 가정폭력 상황을 고스란히 보인 40대 아빠에게 법원이 벌금형의 선고를 유예했다.

아이 만나기 위해 별거 아내 찾아갔다 다툼

2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날 춘천지법 원주지원 형사1단독(김도형 부장판사)은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A씨(40)에게 벌금 5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유예란 가벼운 범죄에 대해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미루고, 유예일로부터 2년이 지나면 사실상 없던 일로 해주는 판결이다.



A씨는 지난해 5월27일 오전 10시10분쯤 별거 중인 아내 B씨 집에서 말다툼을 벌였다. 세 살 딸인 C양을 만나 인근 공원에 놀러 가려 했으나, 궂은 날씨를 이유로 아내가 이를 반대하자 싸움이 시작됐다. A씨는 이 광경을 자신의 휴대전화로 영상 촬영하기 시작했다.

그는 '아내가 주먹으로 때리고 내게 소금을 던진다'고 신고, B씨 역시 '남편이 아이 앞에서 나를 때린다'고 신고 해 경찰이 출동했다.

아내와 처가 식구는 150만~200만원 벌금

당시 이 모습을 지켜보던 C양은 B씨에게 안기며 '그만'이라고 소리쳤다.
A씨와 B씨는 물론 처제와 장모 등 4명은 서로 뒤엉켜 몸싸움한 가정폭력 상황을 C양에게 노출, 정서적 학대를 한 혐의로 모두 약식 기소됐다.

B씨와 처가 식구들은 A씨를 폭행한 혐의까지 더해 벌금 150만~2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하지만 A씨는 벌금 50만원의 약식명령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A씨 측은 "딸을 만나고 있었을 뿐 영상 촬영으로 갈등이 시작됐다고 볼 수 없고, 갈등 상황 속에서 피해 아동에게 '괜찮아, 괜찮아'라고 말하는 등 구체적인 보호 노력을 한 만큼 정서적 학대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벌금 50만 약식명령 받은 아빠..정식재판 신청했지만 '학대' 판단

하지만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김 부장판사는 "갈등의 시작이 된 휴대전화 촬영을 그만두거나 집을 나가는 등의 방법으로 피해 아동을 불안하게 만드는 행위를 중단할 수 있었다"며 "피해 아동을 분리하지 않은 채 계속 촬영해 갈등을 악화한 점도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도 딸의 정서적 학대에 일조했다"며 "다만 경위에 참작할 사유가 있고 미필적 고의에 의한 행위이자 초범인 점 등을 고려해 형의 선고를 유예한다"고 판시했다.

gaa1003@fnnews.com 안가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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