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외교수장 라오스 회동, 합의는 커녕 이견만 노출
2024.07.28 15:27
수정 : 2024.07.28 15:2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베이징=이석우 특파원】미국과 중국의 외교 수장이 만나
양자 회담을 가졌지만, 합의는 커녕 날선 대립각만 세우면서 이견만 노출한 채 헤어졌다.
미국은 중국의 대만 및 남중국해에서의 최근 일련의 행위를 '도발적 행동'이라고 몰아세웠고, 중국측은 "미국의 대중국 견제와 탄압이 더 강화됐다"라고 반발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은 27일(현지시간)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양자 회담을 갖고 대만 해협 긴장과 남중국해 갈등 문제를 비롯한 현안을 논의했다.
중단된 군축회의 재개 언급도 못해
양국 장관은 대화와 소통 중요성에는 공감했지만, 주요 현안에서는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두 나라는 양국 군사 관계의 지속 발전에 대한 공감대에도 불구, 미국의 대만 무기 판매에 대한 항의로 중국이 중단을 선언한 군축회의 재개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못하는 등 입장을 좁히지 못했다.
28일 신화통신과 AP·AFP 등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27일(현지시간) 비엔티안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 회의를 계기로 왕 주임과 별도로 만나 중국의 최근 행보에 대해 우려를 전달했다. 지난 5월 라이칭더 대만 총통 취임 당시 중국군의 '대만 포위훈련' 실시 등에 대해 '도발적인 행동'이라고 비난하면서 우려를 전달했다.
이어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이라는 우리의 비전을 우리 동맹국·파트너 국가들과 함께 진전시킬 것"이라면서 "우리와 우리 동맹국·파트너 국가들의 이해관계와 인권을 포함한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계속 취하겠다"라고 강조했다.
블링컨, "대만 및 남중국해에서 도발 행동 자제해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이에 대해 왕 주임은 "대만 독립과 대만해협 평화는 양립할 수 없다"며 "'대만 독립' 세력이 도발할 때마다 우리는 반드시 반격해 '대만 독립'을 위한 공간을 계속 줄여나감으로써 완전한 통일 목표를 향해 노력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왕 주임은 "대만은 중국의 일부분"이라며 "과거에도 (독립된) 국가가 아니었고 앞으로도 결코 국가가 될 수 없다"라고 말했다.
남중국해 분쟁과 관련해 블링컨 장관은 중국이 "지난 몇 달 동안 남중국해에서 필리핀을 상대로 긴장을 고조시키고 불법적인 행동을 벌였다"라고 주장하면서, "안정을 저해하는 행동을 행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왕이 주임은 "필리핀은 더 이상 건축 자재를 운반하지 않고 미국은 선동하거나 문제를 일으켜 해상 안정을 파괴해선 안된다"라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 미국 국무부는 "블링컨 장관은 대만 해협에서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면서 "세컨드 토마스 숄(중국명 런아이자오·필리핀명 아융인)을 포함한 남중국해에서의 중국의 불안정한 행동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국제법에 따른 항행 및 비행의 자유 및 분쟁의 평화적 해결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재확인했다"라고 밝혔다.
블링컨, 중국의 러시아 방위산업 지원 우려
한편 미국측은 러시아 방위 산업 부문에 대한 중국의 지원에 우려를 표명하며 "중국이 이를 시정하기 위해 행동하지 않는다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왕이 주임은 "중국의 입장은 떳떳하며 미국은 일방적인 제재와 확대 관할법을 남용하는 것을 중단해야 하며 중국은 이익과 정당한 권리 보호를 위해 단호하고 효과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블링컨 장관은 "인권을 포함해 미국 및 동맹·파트너 국가의 이익 및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계속할 것"이라면서 "중국에서 부당하게 구금되거나 출금 금지된 미국 시민의 사례를 해결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왕이 주임은 "미국은 바이든 대통령이 시진핑 국가주석과 지난해 1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달성한 합의사항을 진지하게 이행하고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대중국 정책으로 복귀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왕이, 대만의 독립 공간을 계속 줄여나가겠다
그러면서 "미국은 중국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자신의 패권 논리로 중국의 이미지를 조작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양국 외교 수장은 애초 약 1시간 동안 회담할 예정이었지만, 대만 문제로 대화가 길어지면서 회담은 약 1시간 20분이 걸렸다.
미 국무부의 한 고위 관리는 "모든 대화에서 대만은 그들(중국 측)이 가장 신경 쓰는 문제였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회의에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참석했지만, 블링컨 장관은 그와 아무런 소통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june@fnnews.com 이석우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