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극복의 아이러니…수천종 동물이 생존위협
2024.07.29 06:00
수정 : 2024.07.29 06: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올 여름은 폭염과 장마가 우리 일상을 덮치면서 에어컨과 제습기를 가동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만큼 전력 사용량이 늘어나고 있죠.
그리고 지난해부터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챗GPT'발 인공지능(AI) 열풍이 모든 산업으로 확산되면서 AI를 활용하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AI를 사용하는 만큼 전기를 많이 쓰는 셈이죠.
전기를 사용해야 하는 곳은 계속 늘어나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의 지구가 점점 기온이 올라가고 있죠. 이 상황을 그냥 방치하면 기후위기로 인해 인간이 살 수 없는 지구로 변해버린다고 합니다. 그래 전 세계가 기후위기를 막겠다고 오는 2050년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래서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화력발전소 대신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노력이 오히려 수천종의 동물들을 위협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럼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볼까요.
광물 채굴로 4642종 멸종 위기
영국의 케임브리지대학교 식물 과학 및 보존 연구소의 데이비드 에드워즈 교수는 지난 26일(현지시간)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광물 자원 채굴로 인해 전세계 4642종의 동물이 위협받고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에드워즈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광물자원 채굴이 이뤄지는 지역은 지구상 가장 중요한 생물 다양성의 중심지와 일치합니다. 이 곳은 지구상의 다른 곳에서는 찾을 수 없는 다양한 종과 독특한 서식지라는 거죠.
연구진의 조사에 따르면, 광물채굴로 인해 위협받고 있는 동물중 물고기 종류가 가장 많습니다. 4642종의 동물 중 물고기가 2053종에 달하며, 그 다음으로는 파충류, 양서류, 조류, 포유류 순이었습니다. 특히 담수가 있는 지역을 서식지로 이용하는 동물들이었습니다. 광산이 있는 지역만 자연을 위협하고 있지 않습니다. 광산 채굴과정에서 나오는 오염수와 새로운 접근 도로 및 인프라를 위한 산림 벌채 등으로 인해 멀리 떨어진 곳에 사는 종들도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청정에너지가 자연을 위협한다
특히 태양광 패널, 풍력 터빈 및 전기 자동차 같은 청정 에너지로의 전환에 필수적인 리튬 및 코발트 등과 같은 광물 채굴로 많은 종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습니다.
신재생에너지와 관련 없지만 시멘트 건축 자재로 대량으로 필요한 석회석 채석도 마찬가지죠. 광물 채취는 열대 지방의 동물에 위협을 가하며, 안데스 산맥, 서부 및 중부 아프리카 연안, 동남아시아도 마찬가지 입니다. 예를 들어, 가나의 금 광산은 수은 오염으로 중요한 조류 서식지가 위협받고 있습니다.
금속 광물, 화석 연료 및 건축 자재에 대한 전 세계적인 수요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채굴 산업은 빠르게 확장되고 있습니다. 2022년 전체 광산 산업의 수익은 약 1306조원(9430억 달러)로 추정됩니다.
오염 줄이는 채굴로 전환해야
연구진은 자원 채굴로 인한 오염을 줄이는데 정부와 광산 업계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에드워즈 교수는 "우리가 필요한 청정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 필요한 물질을 채굴하지 않고서는 기후변화를 줄일 수 없다"면서도 "우리가 생물 다양성을 가진 지역에서 채굴을 하고 있는 것이 문제가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특히 물고기와 같은 많은 종들이 채굴로 인한 오염 때문에 위험에 처해 있다"며, "청정 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제품을 계속 얻을 수 있으면서도 생물 다양성 손실을 많이 일으키지 않는 방식으로 오염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연구진이 하고픈 얘기는 우리가 지구의 온도 상승을 멈추기 위한 행동들이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 생물들의 멸종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들이 살지 못한다면 우리도 마찬가지일겁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